6천억 받은 김소희 대표는 부동산 큰손 됐는데, 로레알은 1300억 회수

입생로랑, 랑콤, 아르마니, 비오템, 키엘의 공통점은?
백화점 1층에서 만나는 명품화장품 브랜드라는 점 외에도 모두 모기업 '로레알'에 속한 브랜드라는 사실. 그리고 30년 가까이 세계 화장품 시장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로레알의 품에 들어간 회사는 국내에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4월 로레알이 6천억 원을 투자해서 인수한 '스타일난다'가 그 주인공. 20대 여성 대표가 혼자 만들어 키운 인터넷쇼핑몰이 세계 최대 뷰티그룹의 품에 들어가기까지 '스타일난다'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인터넷쇼핑몰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2004년 대학을 막 졸업한 김소희 전 대표는 회사 생활을 접고 막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팔아보자고 나섰습니다. 본격 옷 장사를 하기 전에 어머니가 진행하던 잠옷 판매를 돕기 위해 오픈마켓 '옥션'에 상품을 올렸는데, 순식간에 완판되는 현상을 보면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옷 장사를 먼저 시작했지요.

2005년 옥션에서 독립해 인터넷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연 김소희 전 대표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옷"보다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해서 판매했습니다. 평소 옷을 좋아하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서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상품 설명도 덧붙였고 고객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 준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 못지않은 만족도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소희 전 대표가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만들어낸 '난다스타일'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인 '난다언니들'을 끌어모았습니다. 덕분에 국내 쇼핑몰 1위 자리에 오른 스타일난다는 법인 '난다'를 설립하고 연 매출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다만 보세의류를 유통하는 구조적 특성상 마진을 남기기 어려워 2011년 기준 300억 원 매출을 기록한 스타일난다는 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그럼에도 김소희 전 대표는 사업을 접기는커녕 키워나갔습니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메이크업하고 스타일링한 쇼핑몰 모델들의 화장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이를 비즈니스모델로 키우기도 했는데, 2년여의 연구 끝에 아예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것.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 '3CE'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론칭 5일 만에 초기 주문량을 모두 판매했고 국내는 물론 중국 뷰티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옷보다 화장품이 더 잘 팔리는 상황을 걱정할 정도였지요.

그리고 2012년경 전 세계를 강타한 한류열풍을 타고 '난다'는 승승장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위쳇페이와 알리페이까지 세심하게 챙긴 덕분에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중국이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1순위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2017년 일본 하라주쿠 매장 오픈 당시

실제로 2012년 적자를 벗어난 스타일난다는 2015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인터넷쇼핑몰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다만 경영전문가가 아닌 김소희 전 대표는 회사가 커질수록 경영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2016년부터 회사 매각을 타진하기 시작했는데요. 초반에 제안이 들어온 곳은 글로벌 사모펀드와 현대백화점이었는데, 두 곳 모두 김 전 대표가 생각하는 정도의 가치 평가를 내놓지 않는 바람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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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침 로레알그룹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찾던 중 스타일난다를 발견했고  김소희 전 대표의 경영참여를 우려해서 '난다' 법인 지분의 100%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덕분에 김소희 전 대표는 지분 전량 매각으로 6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는 동시에 스타일난다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남아 제품 개발에 힘썼습니다.

인천에 위치한 사무실 건물/ 성북동 주택
명동에 위치한 핑크호텔 / 2019년 매입한 종로구 상가건물

단숨에 6천억 원 현금부자가 된 김 전 대표는 사업가 다운 추진력을 발휘해서 10여 개 부동산을 연이어 매입했습니다. 앞서 2008년부터 스타일난다 사무실로 사용한 인천의 6층짜리 건물과 2010년 스타일난다의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하기 위해 매입한 마포구 서교동 건물, 2016년 명동 플래그십스토어를 개점하기 위해 매입한 일명 핑크호텔 그리고 성북구에 위치한 본인 자택이 기존 부동산 자산인데요.

2019년 매입한 한옥 고택에서 거주 중인 김소희 전 대표 가족

여기에 지분 매각 후에도 김 전 대표는 2019년 1월 종로구에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을 165억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고, 같은 해 서울 북구의 한옥 고택 한 채를 96억 6800만 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습니다.

2020년 매입한 명동 상가건물

또 이듬해 1월에는 충무로 1가에 있는 지상 3층짜리 상가건물을 매입했는데, 이곳은 국내에서 17년째 가장 비싼 땅값으로 유명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의 바로 맞은편 입지로 김 전 대표는 해당 건물 매입을 위해 245억 원 전액을 현금 지불했습니다.

반면 김소희 전 대표가 수백억 원 상당의 건물을 현금으로 매입하며 부동산 큰손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동안 로레알로 넘어간 법인 '난다'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2018년 주인이 바뀐 후 패션보다는 뷰티 브랜드로, 국내보다는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 소비자에게로 집중한 스타일난다는 2019년 매출액 2695억 원으로 전년대비 36.9%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연말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는 #중국 #색조화장품 등 스타일난다의 주력을 뿌리째 흔들었습니다. 실제로 2020년 스타일난다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4.87% 감소했는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28.2%, 19.2%나 떨어져 공격적 매출 확대를 시도한 것이 실패로 돌아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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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난다' 측은 지난해 로레알이 보유한 주식 5만 주 중 1만 1천 주에 대한 유상감자를 실시해서 주당 1206만 원을 감자대가로, 총 1326억 6261만 원을 로레알에 지급했습니다. 6천억 원에 인수한 스타일난다의 투자금 가운데 1300억 원가량을 회수한 셈. 더불어 로레알 측은 2019년과 2020년 배당금으로 각각 412억, 336억 원을 챙기면서 두둑한 자금 회수에 나섰는데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로레알 측은 안정적으로 자금 회수에 성공했지만 이로 인해 '난다'의 현금성 자산은 2018년 1704억 원에서 2020년 75억 원으로 급감했습니다. 또 자산총계에 비해 부채총계가 증가하면서 부채비율 역시 증가한 상황.

다양한 채널로 재도약 준비 중인 모습(유튜브채널_스타일난다)
다양한 채널로 재도약 준비 중인 모습(라이브방송 진행)

이에 대해 로레알 측은 유상감자의 이유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나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매출 부진이 아니라 급변하는 패션 뷰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브랜드라는 것. 실제로 스타일난다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 연령층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고 편안한 스타일이 대세인 요즘 스타일난다의 컨셉은 올드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instagram@so_______ee

게다가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신규 브랜드의 약진이 스타일난다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김소희 전 대표는 '난다'를 완전히 떠나기로 했습니다. 18일 김 전 대표는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스타일난다와의 작별 인사를 담은 글을 게재했습니다. 17년 동안 함께한 소회를 전하며 "오늘부로 난다를 떠난다"라고 고백한 김 전 대표는 "먼 훗날 제 손자와 이거 할머니가 만든 브랜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수 있도록 3ce를 글로벌하게 경영해 줄 로레알을 언제나 응원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제 주부로서의 김소희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해보겠다"라는 계획을 덧붙였습니다.

연년생 육아에 전념 중인 김소희 전 대표
매경이코노미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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