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luence(영향력)'이라는 단어에 -er을 붙인 인플루언서는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외래어이자 신조어입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좁은 의미로 인터넷 방송인이나 SNS 스타들이 자신의 인지도를 활용해서 광고나 홍보에 참여하는 것을 말하지만 기존 의미는 그야말로 '영향력 있는 사람'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억 명을 보유한 스타의 손짓 하나, 말 한마디에 특정 기업의 시가총액 4조 5천억이 증발했다면 그야말로 '인플루언서'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닌가요?
"Agua 아구아"라는 말 한마디로 주식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주인공은 포르투갈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입니다. 지난 15일 호날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유로 2022 F조 예선 1차전'을 앞두고 기자 회견장에서 책상에 놓인 코카콜라 2병을 옆으로 치웠습니다.
대회의 공식 스폰서 코카콜라를 밀어낸 호날두의 행동에 당황한 기자들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호날두는 구석으로 치운 콜라 대신 생수병을 손에 들고 포르투갈어 "Agua"라는 말로 콜라 대신 물을 마시라는 메시지까지 덧붙였는데요.
코카콜라를 밀어낸 호날두는 마치 '콜라 대신 물을 마신 덕분'이라는 듯이 기자회견 직후 열린 경기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순식간에 두 골을 폭발시킨 호날두는 유로 최다골의 주인공이 되었고 A매치 106골을 기록하며 최다골 대기록을 갱신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호날두의 외면을 받은 코카콜라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 40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4720억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15일 개장 당시만 하더라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카콜라의 주가가 호날두의 발언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더니 힘을 쓰지 못한 것. 이에 대해 대회를 주최하는 유럽축구연맹 측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후원사 음료를 치우거나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라는 공문을 보낼 정도.
호날두의 이러한 돌발행동은 팬들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요. 건강을 위해 탄산음료를 피한다고 보기에는 이미 호날두가 콜라를 비롯한 정크푸드 광고 모델로 활약하면서 번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 앞서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때 코카콜라 모델로 활약했고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1년에 약 1100억 원의 스폰서 비용을 코카콜라로부터 제공받은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호날두는 KFC의 프라이드치킨과 에너지드링크음료, 맥주 등 광고 모델로 나서서 고액의 광고료를 받은 바 있습니다.
또 하나 팬들의 기억에 남는 일은 호날두가 만 18세였던 2003년 여름 맨유의 일원이 되자마자 콜라를 마시다가 선배 긱스에게 혼쭐이 난 사연인데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증언으로 알려진 이 일화는 당시 아침식사 중에 호날두가 콜라를 들고 마시는 모습을 본 긱스가 호날두를 벽에 밀치며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라고 충고했고 같은 날 진행된 경기에서 무려 3골을 넣은 호날두가 긱스를 향해 "난 내가 마시고 싶으면 마실 거야"라고 반박했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호날두도 나이는 못 속이는 것일까요? 콜라를 마시고도 해트트릭을 기록하던 호날두는 어느새 긱스 못지않은 자기관리 끝판왕이 되었습니다. 술, 담배, 탄산음료는 물론 설탕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멀리한다는 호날두는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며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글로브사커 어워즈에서 '세기의 선수'상을 수상한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아들 호날두 주니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들이 가끔 콜라나 환타를 마시기 때문에 화가 난다"면서 "감자튀김 같은 걸 먹을 때마다 싸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호날두의 발언으로 빠진 코카콜라의 주식은 곧 제자리를 회복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이면서 건강미의 대명사인 호날두가 탄산음료에 거부감을 드러낸 사실만으로도 음료 업계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셈인데요. 특히 호날두는 전 세계 인구의 5%에 해당하는 3억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이다 보니 코카콜라도 호날두의 행위에 대해 대놓고 반박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과거 호날두의 광고 활동이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현재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한 호날두가 탄산음료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누구도 막지 못하지요. 어쩌면 탄산음료나 알코올음료가 스포츠 마케팅 방식을 아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