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한 남자들 사이에 "서울대 나온 애들은 삽질도 잘하더라"라는 말은 학벌 좋은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섞인 우스갯소리인데요. 실제로 학창시절 성적이 우수했고 좋은 학벌을 가진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공부머리=일머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57%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와 40% 시청률을 기록한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서 전 국민적 사랑을 받던 배우는 방송에서 모습을 감춘 뒤, 그야말로 "역시 명문대 출신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반전 근황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데뷔하자마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가 어느새 방송가에서 사라지더니 사업가로서, 강사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주인공은 배우 이상인입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상인은 카투사로 군 복무를 마친 직후부터 회계사가 되기 위해 고시원에 들어가 시험 준비에 집중했는데요.
당시 초능력과 우주기운 등에 빠져있던 이상인의 아버지가 아들의 에너지를 분석한 결과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너의 기운과 맞아떨어진다"면서 슈퍼탤런트 시험에 응시해보라고 권했고 이상인은 고시원에서 회계사 시험 서적 대신 공채 탤런트를 준비해서 1996년 18기 공채 탤런트로 합격했습니다.
아버지의 예지력이 정말 들어맞았던 것일까요? 이상인은 데뷔작인 병영드라마 '신고합니다'를 통해 시청률 47%를 기록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로 쌓았고 이듬해인 1997년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서 신인배우로서는 파격적으로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특히 '파랑새는 있다' 속 이상인이 맡은 김병달 캐릭터는 무술실력이 주요했는데 합기도와 태권도 도합 7단의 유단자인 이상인은 '한국의 성룡'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드라마를 통해 얻은 무술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상인은 예능프로 '출발드림팀'에서 맹활약하면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요. 김종국과 한손 팔굽혀펴기 시합을 펼치며 경쟁했고 전진, 조성모와 함께 '출발드림팀'의 40% 시청률을 견인한 레전드 출연진으로 남았습니다.
더불어 드라마 '종이학', '야인시대', '구미호외전', '불멸의 이순신' 등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예능 속 종합무술인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였던지 연기자로서 맡은 역할 역시 늘 비슷한 캐릭터였고 배우로서 주연급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조연급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드라마 섭외 자체가 줄어들었고 드물게 예능 출연으로만 방송활동을 이어가던 이상인은 2010년 들어서는 방송에서 전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경 오랜만에 전한 근황은 반전 그 자체였는데요. 분식전문 체인점을 운영하며 전체 매장의 연 매출이 64억에 달하는 성공한 CEO로 변신한 것.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만큼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상인은 2009년 즈음 자연스럽게 요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연예인이라는 인지도를 믿고 사업에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처음부터 없었기에 직접 분식점을 운영하면서 사업을 늘려나갔는데요. 영업 30분 전에 미리 나와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했고 손수 오토바이 배달을 나가면서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또 퓨전분식점을 모토로 해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를 내놓되, 배달 전문점이기 때문에 인테리어나 입지조건에는 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었는데요. 가성비 좋은 배달음식으로 입소문이 난 덕분에 이상인이 직접 운영 중인 직영점 두 곳은 매장당 8~9억의 연매출을 올렸고, 총 9개 매장 전체의 연매출은 64억 원에 달했습니다.
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이 되면 편하게 쉴 법도 하건만 이상인은 쉬지 않고 또 달렸습니다. 2014년 한 고시학원 건물에는 이상인의 이름을 내건 대형 현수막이 걸렸는데요. 현수막 속에는 배우 이상인이 아닌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의 부동산학개론 강사 이상인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상인은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겸하며 공인중개사 강사로 활약했는데, '유쾌 통쾌한 강의'라는 이름으로 열정 넘치는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연예인, 사업가, 강사로서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미루게 된 연애사업 때문에 불혹이 훌쩍 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이상인은 결혼문제로 아버지와 의절할 뻔한 사연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집안에 하나뿐인 아들이 결혼을 못 한다'라는 이유로 1년 넘게 아버지가 연락을 끊은 것.
하지만 2017년 이상인이 뒤늦게 결혼에 골인한 인연은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앞서 한 백화점 행사장에서 현재의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이상인은 '지금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라는 마음으로 쫓아가서 연락처를 건넸고, 그로부터 3일 후 첫 데이트를 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상인이 첫눈에 반해 쫓아갈 정도로 빛나는 미모를 뽐낸 이상인의 아내는 이상인보다 11살 연하인 도덕선생님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잘 통한 두 사람은 연애 1년 만에 결혼을 결심했는데요. 다만 장인어른이 이상인의 연예인과 사업가라는 불안정한 직업을 이유로 반대하는 바람에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다가 2017년 6월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결혼 후 두 아들을 낳으며 아버지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버린 이상인은 '보이스트롯'에 출연하면서 연예계 활동에도 재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상인은 추적 스릴러 '구원'을 통해 2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는데요. 앞서 사업가로 승승장구할 때도 늘 '현업으로의 복귀가 절실하다', '방송활동과 연기가 그립다'라고 말해온 만큼 열정을 쏟은 이상인의 연기가 기대됩니다.
이상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대 출신이라는 학벌 때문이 아니라 학창시절 학업에 열중했던 것 못지않게 연기에서도, 사업에서도 열정을 쏟았기 때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