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36억?" 현금 2억으로 프러포즈했다는 축구선수의 실제 재산수준

국내 스포츠계의 각종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폭력과 성폭력 등으로 얼룩진 스포츠계 추문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학연과 지연으로 이어진 잘못된 끈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출신성분을 따져가며 선후배 사이의 막강한 군기를 유지하다 보니 인권은 어느새 짓밟혀버린 것이지요.

누군가는 동료와 후배를 폭행하고도 선수 출신 엄마의 등 뒤에 숨어서 갑질을 이어가는 동안, 특출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호자가 없어서 명문대 진학이 불발된 선수가 있습니다. 스카우트 전쟁이라고 불리는 대학축구에서 연고대의 러브콜을 받고도 아주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인공은 안정환입니다.

전성기 시절 테리우스, 귀공자라는 수식어로 불린 안정환의 유년기가 무척 불우한 환경이었다는 사실은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외할머니 손에 자랐는데, 초등학교 시절 한 학기에 10번 넘게 이사를 할 정도로 가난한 형편이었지요.

배가 고플 때가 가장 절망적이었다는 안정환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모 집에 얹혀살던 초등학교 4학년 무렵 학교에서 달리기를 잘하기로 유명했던 안정환은 축구부에 들어가면 빵과 우유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축구부로 찾아갔습니다. 외할머니는 뛰고 나면 배가 더 고플 것이라는 이유로 손자의 운동을 말렸지만 어린 안정환은 그저 먹을 것이 급해서 맹목적으로 축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운동이 끝나고 안정환은 한강 둔치로 향했습니다. 당시 한강 둔치에는 무당들의 굿판이 자주 열렸는데 굿이 끝나고 두고 간 떡과 과일을 먹기 위해 들른 것.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시장에서 순대를 파는 가게를 기웃거리며 순대 꽁다리를 얻어먹기도 하고 배추밭에 가서 수확하고 남은 배추 밑동을 뽑아 먹기도 했습니다.

"그저 먹여주고 재워주니까 운동을 했다"는 안정환은 남서울 중학교 재학시절 이미 순발력과 슈팅으로 유망주에 꼽혔습니다. 다만 다른 에이스들과 달리 안정환은 고등학교 입시에 대해 함께 고민할 보호자가 없었고 성적이 다소 부진한 동기 14명을 함께 받아주는 조건으로 서울공고에 진학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합숙을 하면서도 안정환은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공사판 막노동부터 나이트클럽 웨이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그는 "목동역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죽을 만큼 고생하면서 열심히 내 손으로 목동역을 지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난생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청소년 대표팀에도 선발된 안정환은 그야말로 국내 축구계의 유망주이자 이단아였습니다. 학벌이나 지연은 물론 제대로 된 보호자도 없이 막노동과 운동을 병행한 안정환은 실력 하나만으로 연고대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안정환 역시 명문대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아주대에 가면 졸업 후 부산대우로 임의지명을 받아서 계약금 1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감독의 조언에 따라 아주대를 택했습니다.

1997년 대학선발에 뽑혀 시칠리아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당일에 김포공항에서 곧바로 이동해 아주대 소속으로 대학축구연맹전 결승에 출전해 두 골을 기록한 건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이후 안정환은 자연스럽게 부산대우에 입단했고, 대학시절까지 외할머니와 지내던 옥탑방 생활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친어머니의 빚을 갚느라 여전히 여유로운 생활을 하지는 못했지요.

출신성분도 막지 못한 화려한 플레이와 빛나는 외모로 K리그를 접수한 안정환은 1999년 리그 최초로 준우승팀에서 MVP를 수상하면서 실력과 인기를 동시에 증명했습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이탈리아 페루자로 날아간 안정환은 초반 동양선수를 무시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5번째 출장에서 데뷔골을 쏘아 올렸고, 연이은 활약으로 주전자리를 꿰찼습니다.

다만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안정환의 선수 인생은 대반전을 맞이했습니다. 16강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넣은 안정환이 국내에서는 '국민영웅'으로 칭송받는 대스타가 된데 반해 이탈리아에서는 괘씸죄를 이유로 페루자에서 방출된 것. 실제로 페루자의 구단주는 안정환에게 "키워준 은혜를 모르는 배신자"라고 망언을 했고 일부 이탈리아 축구팬들 가운데 안정환에게 살해협박을 하거나 차를 불태우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임대계약으로 페루자에 소속되어 있던 안정환은 이적을 앞두고 부산아이콘스와 페루자 사이의 갈등에 휘말리면서 결국 부산아이콘스가 진행한 프리미어리그의 블랙번 이적과 페루자가 진행한 볼튼행이 모두 무산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심지어 페루자 측은 부산아이콘스가 안정환의 이적진행을 방해하면서 자신들의 이적수입에 손해가 났다며 FIFA에 제소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안정환은 한국 돈으로 36억 원의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직후 몸값이 100억 원대로 치솟았다는 기사가 쏟아진 것이 무색하게도 안정환은 억울하게 떠안은 빚 36억 원을 갚기 위해 전성기 시절 J리그에서 뛰어야 했습니다. 최전성기 시절 유럽 진출을 포기하고 J리그에서 축구선수이자 반연예인 생활을 해야 했던 안정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결국 J리그에서 3년 만에 요코하마를 우승으로 이끌고 빚을 모두 청산한 안정환이 나고야에서 제시한 30억 원 상당의 연봉을 거절하고 연봉 8억의 프랑스 FC메츠로 떠난 것 역시 뒤늦게나마 유럽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겠지요.

2007년 K리그로 돌아와서 2012년 은퇴하기까지 안정환은 골든골을 기억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는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선수로서의 활약보다는 친모의 빚투 논란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이에 대해 안정환은 "어머니께서 아들훈련, 양육을 명목으로 빌리신 돈 중에 실제로 제가 받은 지원이나 돈은 한 푼도 없었다. 가난한 형편에 운동에만 전념했지만 그럼에도 확인을 거쳐 어머니께서 빌린 돈이 맞을 경우 모두 변제해드리고 집을 팔고 연봉 전체를 쏟아부어 갚아드리기도 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수차례 억대 빚을 갚아주면서도 '어머니 버린 아들'이라는 낙인으로 고통받아온 안정환에게 가족의 사랑과 따스함을 알게 한 건 지금의 아내 이혜원입니다. 1999년 미스코리아에 출전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이혜원은 당시 협찬사 FILA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안정환을 처음 만났는데요. 당시 안정환이 바람둥이라는 소문을 듣고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남자친구 있느냐"라고 연락처를 물어보는 바람에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이후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안정환이 이탈리아에서 뛰는 동안 월 300만 원의 전화비를 쓰면서 장거리 연애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연애 2년 여만인 2001년 안정환이 이혜원에게 현금 2억 원이 든 통장을 건네며 프러포즈를 하면서 결혼까지 골인했습니다. 당시에 대해 안정환은 "어렸을 때 어른들이 2억이 있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다"면서 2억 프러포즈의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오히려 이혜원은 2억만 가지고 평생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안정환이 참 순진하다고 느꼈다고 하네요. 다만 어렵게 자라온 안정환이 본인의 전 재산을 모두 준 것에 대해 진심을 느껴서 결혼을 승낙한 것. 이후 이혜원은 남편을 위해 23살 어린 나이에 이탈리아로 떠나 내조에 힘썼고 안정환이 이적, 빚투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마다 함께 했습니다.

특히 축구스타이자 유명인인 안정환의 재력을 믿고 이혜원이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루머와 달리 유복한 집안 출신인 이혜원이 오히려 안정환의 경제적 어려움까지 도와주었습니다. 실제로 이혜원은 사업수완도 좋은 편이라 친정어머니와 함께 청담동의 고급레스토랑 '토브'를 운영하는 동시에 '리혜원라이프스타일컴퍼니'를 설립해서 패션, 뷰티 등 사업으로 중국 등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2016년 공개된 안정환의 집 논현동 아펠바움 2차 역시 이혜원이 구입한 것인데, 거래가가 40억 원 이상.

유튜브채널_안정환FC

최근 이혜원은 아들 리환 군의 학업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지내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서 안정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생에 힘든 일이 계속될 때 우리는 '불행총량의 법칙'을 꺼내들고 위로를 얻기도 하는데요. 쉽지 않은 유년기를 보낸 안정환이 과거의 어려움에 대해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것 역시 불행의 총량을 다 써버린 덕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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