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덕에 사업 성공한 남편이 혼외자 데려와서 이혼 요구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운 사연 중 하나는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기혼자들의 경험담입니다. 배우자와 평생 맞춰가야 하는 결혼생활이다 보니 사연에 대해 각자 의견이 분분하기도 한데요. 다만 외도 문제만큼은 반론의 여지없이 외도를 저지른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이 가게 되어있습니다.

사연자 A씨는 친정의 형편이 좋은 편입니다. 덕분에 A씨의 남편은 처가 덕을 많이 보고 사업에 성공한 케이스인데요. 처가 덕분에 성공한 사업가의 반열에 오른 A씨의 남편은 결혼 30년 만에 혼외자를 공개하고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1남 2녀를 낳아 키운 조강지처에 대한 배려나 고마움은 전혀 없는 태도에 A씨는 울화가 터질 지경입니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입니다. 위와 같은 사연으로 현재 1조 원대 재산분할이 포함된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주인공은 바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로 태어난 노소영 관장은 서울대 공과대학에 입학한 수재입니다. 서울대 재학 당시 서울대 공대 800명 학생 중 여학생은 단 5명뿐이었고 노 관장은 170cm의 늘씬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공대 퀸카로 유명했습니다.

다만 80학번이던 노 관장은 쿠데타 주역 '괴수의 딸'이라는 플래카드까지 걸리자 도망치듯 유학길에 올랐고 미국 시카고대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유학 중에 만난 최태원 회장과 연애를 시작했는데, 최 회장은 노 관장의 첫인상에 대해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에 반했다"라고 밝혔고 반면 노 관장은 최 회장의 "검소하고 겸손한 모습에 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혼식

겉으로 보기에는 대통령가와 재벌가의 혼인으로 '정략결혼이 아니냐'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으나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을 했습니다. 특히 노 관장은 유학시절 최 회장이 직접 요리를 해준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회고하기도 했을 정도. 덕분에 1988년 결혼에 골인한 서울대 퀸카 출신의 노소영은 자신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내조의 여왕'으로 거듭났는데요.

2003년 'SK 글로벌'사태로 구속 수감되었을 당시 일주일에 세 차례나 면회를 가능 등 극진한 옥바라지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 회장 역시 노 관장의 생일에 지인에게 부탁해서 장미꽃과 카드를 전달하는 등 로맨티스트다운 면모를 드러냈지요.

한편 두 사람의 애틋한 부부관계는 사실 경제 동반자로서 더욱 돈독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 당시 SK의 전신인 선경그룹은 지금의 SK그룹과 같이 재계 톱3에 드는 그룹이 아니었는데, 두 사람의 결혼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되면서 입지가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의 결혼 1년 후인 1990년 선경그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었고, 이를 계기로 최 회장은 김영삼 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SK텔레콤으로 키워냈습니다.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처가 덕을 보고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아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완벽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최태원 회장의 외도로 무너졌습니다. 아내의 생일을 잘 챙기는 로맨티스트로 알려진 최 회장이 사랑을 쏟은 상대를 어느새 바꿔버린 것. 지난 2015년 12월 최태원 회장은 언론을 통해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혼 분쟁을 시작했습니다.

2003년 최태원 회장 출소 당시 모습

결혼 후 10년 가까이 육아에만 전념하면서 내조에 집중한 노소영 관장 입장에서는 참으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앞서 노 관장은 2003년, 2013년 두 차례나 수감생활을 한 최 회장 곁을 묵묵히 지켰고 그런 와중에 소아당뇨병을 진단받은 막내아들을 돌보느라 몸도 마음도 성할 날이 없었습니다.

김용호 연예부장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사진

쉽지 않았던 결혼생활을 묵묵히 견디며 두 딸과 아들을 키워낸 노 관장은 수차례 제기된 불화설과 별거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2017년 처음 최태원 회장이 이혼조정을 신청했을 때 법원은 최 회장이 귀책 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2019년 5월 자신의 외도 상대와 함께 공식 석상에 나서면서 SK 안주인 자리를 대외적으로 확고히 했습니다.

이에 노 관장은 같은 해 12월 "치욕적인 시간을 보내며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지만 이제 희망이 없다"면서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이혼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을 지키고 싶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노 관장은 "막내 자녀까지 대학을 졸업한 마당이니만큼 아이들 아빠인 최 회장이 행복을 찾아가게 해주겠다"라며 이혼을 결심한 계기를 전했는데요.

재벌가 사모님 역시 이혼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것이 자녀 문제였다는 사실이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재계 곳곳에서 "최 회장이 자신의 혼외 자녀가 무척 똑똑하다고 자랑하고 다닌다"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 노 관장의 마음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겠지요.

2020년 4월 법원 출석 모습

노 관장은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과 위자료,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3%를 청구했습니다. 이는 현재 SK 주가 기준 1조 원을 훌쩍 넘긴 액수이고, 이외에도 노 관장은 별도의 위자료 3억 원을 함께 요구했습니다.

장녀 최윤정의 결혼식 당시 모습

2년째 법정싸움을 지속 중인 두 사람은 재산분할을 두고 팽팽한 대립을 보이면서 각자 쟁쟁한 전관 변호사들로 팀을 꾸려 소송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노소영 관장에게 가장 힘이 되는 건 1남 2녀의 자녀들. 얼마 전 환갑을 맞아 자녀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노 관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물론 남편인 최태원 회장은 자리에 없었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이었지요.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 모임을 미뤘다는 노 관장은 "올해는 아이들과 단출하게. 아이들이 집을 한껏 꾸미고 요리도 하고 영상도 만들었다. 또 가족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단다. 도저히 페북에 올릴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라고 자랑 섞인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노 관장이 공개한 사진에는 해군사관 후보생에 지원해 중위로 전역한 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차녀 최민정과 사내연애로 결혼에 골인하고 SK 바이오팜에 입사한 장녀 최윤정, 그리고 건강 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SK E&S에 입사한 막내아들 최인근과 첫째 사위까지 모두 모여 가족 간의 애정을 나누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던가요? 본의 아니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게 된 노소영 관장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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