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경우 작품 하나, 유행어 하나만으로 단기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있는 반면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가도 서서히 인기가 사그라들어 어느 순간 방송가에서 모습을 보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정식 데뷔를 하기도 전에 대박 난 유행어 하나로 벼락스타가 된 개그맨은 저조해진 인기와 함께 우울증까지 겪었습니다. 한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그의 반전 근황은 또 힌 반 놀라움을 안기네요.
"사장님 나빠요" 유행어 하나로 KBS 특채
반전 근황으로 놀라움을 준 주인공은 개그맨 정철규입니다. 자신의 이름보다 블랑카라는 캐릭터로 더 유명한 정철규는 2000년대 최고의 유행어 "사장님 나빠요~"의 주인공인데요. "눈 떠보니 스타가 되었더라"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정철규를 벼락스타로 만든 이 유행어는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정철규는 경남 창원 출신으로 데뷔 전 경남 창원 공단에서 3년간 산업체 병역 특례요원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함께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말투를 따라 한 것이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가 된 것.
2003년 12월 정철규는 개그맨의 꿈을 안고 창원에서 상경해 위성방송 KBS 코리아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 출연했는데요. 해당 프로그램은 전국의 개그맨 지망생들이 출연해 끼를 발산하는 프로그램으로 강유미, 안영미, 유상무, 장동민 유세윤 등 유명 개그맨들도 데뷔 전 출연한 적이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해당 방송에서 정철규는 외국인 노동자 블랑카 캐릭터를 처음 선보였고 이후 KBS '폭소클럽' 제작진에 발탁되어 2004년 2월부터 폭소클럽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정철규가 만든 캐릭터 블랑카는 서울 생활 11년째에 접어든 스리랑카인으로 아내 봉숙이와 반지하 셋방에 살고 있었는데요. 외국인 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유행어 하나로 단숨에 KBS 특채 개그맨이 된 정철규는 2004년 KBS 연예대상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는데요. 이후 2005년 3월에는 1년여 동안 큰 인기를 얻으며 이어온 '폭소클럽'의 블랑카 코너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되지요.
선배들이 혼내는 집합에 가고 싶었던 특채 출신
신인상까지 수상한 정철규가 심야시간대에 방영되던 폭소클럽에서 나와 KBS 메인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로 옮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는데요. 다만 블랑카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꾀했던 정철규는 쉽게 새로운 도전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정철규가 속한 KBS개그맨 19기는 유세윤, 안영미, 강유미, 황현희, 장동민 등이 활약하면서 전설의 기수로 불렸는데요. 그 사이 유일한 특채 출신인 정철규는 동기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어려움까지 겪었지요. 당시에 대해 정철규는 "동기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심지어 선배들이 혼내는 집합에도 참여하고 싶었다"면서 "나중에 나처럼 특채로 합류한 샘 해밍턴이 집합에 참여한 게 부럽더라 '나는 가짜 외국인이라서 그런가'싶었다"라는 웃픈 경험담을 털어놓았습니다.
대중들은 여전히 블랑카 정철규를 원했고 결국 고민 끝에 2007년 새롭게 선보인 개그콘서트의 코너는 실패작이 되었습니다. 이후 영화 '상사부일체'에서도 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역할을, 드라마 '도망자플랜B'에서도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정철규는 블랑카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소속사와의 분쟁까지 생기면서 정철규는 방송활동이 어려워졌는데요. 인기는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우울증까지 겪게 되었습니다. 우울증 약도 먹고 수면제도 먹으면서 견디던 정철규는 약을 먹고 잠든 후 눈을 떠 보니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섬뜩한 경험도 고백했는데요. "약을 과다 복용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한 번은 눈 떠보니 부산에 와있더라. 기억이 전혀 안 났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우울증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 직업되다
그렇게 4년 정도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던 그는 개그맨 동기 안상태의 권유로 함께 운동을 시작했고 헬스트레이너 자격증까지 따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또 절친인 황영진은 봉사를 해보라는 특별한 제안도 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정철규는 '나도 우울한데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었지만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다문화 봉사를 시작했고 결론적으로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개념으로 시작한 다문화 봉사는 봉사를 하면서 만난 아이들에게 오히려 힘을 얻는 계기가 된 것인데요. 이후 다문화 이해교육 전문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문화 전문강사로 변신한 정철규는 '블랑카' 캐릭터를 살려 광명시 다문화홍보대사로 일하고 MBC TV 특강에서 '지금은 다문화시대'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IQ 172 멘사테스트 만점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문화 강사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정철규는 한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 7월 tvN '문제적 남자'를 통해 멘사시험을 치른 특별한 근황을 알리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정철규는 IQ148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는 멘사코리아 정회원 테스트를 통과한 멘사 회원입니다. 강사활동을 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위해 멘세클럽 가입에 도전한 그는 오로지 암산만으로 45문제를 20분 만에 풀어야 하는 국내 멘사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멘사보다 기준이 높은 IQ172 이상 하이 아이큐 소사이어티 단체 중 하나인 CIVIQ SOciety에 가입할 수 있었지요.
우즈베이스탄의 '다니엘헤니'
마음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일이 잘 풀린다고 했던가요? 정철규는 방송이 잘 풀리지 않아서 새로운 길을 마련하고 나서야 방송 섭외가 잦아졌습니다. 강사로서 각종 방송 강연자로 출연하기도 하고 블랑카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근황을 전하기도 했지요.
심지어 전성기에도 늘 외국인 역만 맡던 서러움을 극복하고 해외 드라마에 한국인 역할로 섭외되어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했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한국인 남성과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았지만 시부모와의 종교 갈등으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다룬 우즈베키스탄 드라마 '저널리스트'입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실제 한국 다문화 가정에서 벌어진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화 드라마라는 점에서 다문화 전문가인 정철규가 소화하기에 적합했습니다.
정철규의 완벽 이해력과 연기력이 빛을 발했던지 '저널리스트'는 시청률 39%를 기록하며 우즈베키스탄 뉴스, 예능, 드라마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덕분에 정철규는 우즈베키스탄의 '국민배우'로 등극했는데, 스스로도 "그곳(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저를 다니엘헤니 같은 느낌으로 본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복덩이 아내와 펫팸족
한편 우즈베키스탄 드라마에서 유부남 역을 연기한 정철규는 실제로도 결혼 7년 차입니다. 지난 2015년 결혼한 아내와 여전히 알콩달콩한 모습인데요. 결혼 당시 19기 개그맨 동기 대부분이 참석해 결혼을 축하해 줬고 지난 시간 서운했던 점에 대해 "우리가 더 다가갔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라며 화해했습니다.
복덩이 같은 아내 덕분에 동기들과 돈독해지고 강사활동과 방송활동까지 술술 풀리고 있다는 정철규는 단 하나, 오랜 시간 숨겨왔던 아픔을 고백했습니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자연임신이 되었으나 유산되면서 이후 임신이 어려움이 생긴 것인데요. 이후 여섯 차례나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지만 실패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습니다.
현재는 아내와 상의 끝에 펫팸족이 되어 반려견과 단란한 가족을 이루었는데요. 블랑카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애쓰던 과거 슬럼프와 우울증에 빠져 힘들었던 반면 자신의 캐릭터를 활용해 강사와 연기자로 활약 중인 지금이야말로 진짜 전성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와 용기 있게 결단한 펫팸족의 생활 역시 행복한 가정생활의 전성기를 가져오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