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은 말만 잘하면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이는 반대로 말을 잘못하면 그만큼 어려운 일을 불러올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늘 조심해야 하는데요. 특히 대중 앞에 서는 공인들의 경우 방송을 통해 내뱉은 말 한마디가 평생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꽃미남 아이돌로 데뷔해서 가요계와 예능계를 접수한 고등학생은 이른 나이에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에게 남은 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는 망언뿐.
시대를 대표하는 예능인이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수년간 방송활동의 성과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방송인 김상혁입니다. 중3 무렵 길거리 캐스팅으로 DSP와 인연을 맺은 김상혁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9년 아이돌 그룹 클릭비의 멤버로 데뷔했습니다.
앞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김상혁은 '아버지 없이 지내는 아이'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유난히 두 형제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던 어머니 덕분에 유치원 시절부터 '버버리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남다른 패션 센스, 타고난 끼를 갖춘 덕분에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띌 수 있었던 것.
젝스키스, 핑클에 이은 7인조 밴드 클릭비는 꽃미남 아이돌 밴드의 콘셉트를 잡아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는데요. 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했으나 90년대 후반~2000년대를 지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인기그룹이었습니다.
특히 김상혁은 훤칠한 외모와 호감형 인상에 엉뚱하고 어눌한 말투가 반전 매력으로 꼽히면서 예능계 대세가 되었습니다. 당시 인기 예능에는 늘 김상혁이 마스코트처럼 패널로 출연해서 분위기를 띄웠고, 영화 '내 사랑 싸가지'와 드라마 '귀엽거나 미치거나'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 활동까지 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데뷔 직후부터 승승장구하던 김상혁의 인기는 한순간 잘못으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2005년 4월 음주운전으로 3중 차량 추돌사고를 냈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사건 직후 인터뷰를 통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당시 김상혁의 발언은 '술을 마신 후에 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음주 후에 한숨 자고 일어나 술이 모두 깬 후였고 사건 당시 음주운전에 걸릴 수치 정도는 아니었다'라는 변명을 담은 것이었으나 이는 음주운전에 대해 음주운전 수치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판단에서 나온 것이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김상혁이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게 된 속뜻을 알고 싶어 하는 대중보다는 기존 순수하고 엉뚱한 4차원 매력을 사랑했는데 음주운전을 하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실망한 대중들이 훨씬 많았지요.
오랜 자숙 시간을 가진 김상혁은 2007년 12월 예능 프로 '스타킹'을 통해 복귀를 시도했으나 시청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큰 사랑을 받아온 만큼 대중들의 실망감도 그 이상으로 컸던 것.
이후 자연스럽게 방송활동을 재개하기는 했으나 사건 전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상혁은 2015년 출연한 다큐 프로 '리얼극장'을 통해 "공기가 바뀐 느낌이다"면서 "공기가 차가워지고 관심 안에서 관심 밖으로 간 것 같았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본업인 방송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현실적으로 경제적 위기까지 겪게 된 김상혁은 생계를 걱정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2017년 또 다른 다큐 프로에 출연해 사업에 도전한 근황을 전한 그는 "음주운전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집에 살았다. 집이 컸다. 좁은 집으로 오면서 반 이상의 짐을 버렸다. 음주사건 이후 집안 형편도 어려워졌다. 나로부터 시작됐고 어머니가 사업을 하다 사기를 당했다. 살고 있던 아파트와 내 이름으로 된 또 다른 아파트를 한 번에 정리했다. 그래서 내가 내 앞가림을 해야겠다. 자존심을 생각할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식당을 개업한 김상혁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사업 성공을 위해 매진했습니다. 다만 연이어 도전한 맥줏집, 여행사 등 각종 사업은 적자를 면하지 못했는데요.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상혁은 "초등학교 시절 천 원에 산 도마뱀을 친구들에게 2천 원에 팔아서 마진을 남긴 것이 사업의 전성기였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간절함'이 최고의 무기라고 했던가요? 연예계 활동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기회를 얻지 못한 김상혁은 투자나 부업의 개념이 아닌 생계를 위한 본업으로써 사업에 꾸준히 도전했고 3년 전 시작한 사업이 최근 안정기를 맞았습니다.
지난해 결혼 1년 만에 송다예와 결별을 선언하고 한동안 근황을 전하지 않던 김상혁은 올해 초 유튜브 채널 '억울왕'을 통해 근황을 전하기 시작했는데요. 촬영 초반 '몰락한 연예인의 삶'이라는 제작진들의 촬영 콘셉트에 대해 "나 사업부자다. 찐빵집, 카페, 오락실 사장이다"라며 반박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부업으로 월 3000만 원 버는 연예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실제 김상혁이 사업가로서 지내는 일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오이도에서 두 채의 건물을 임차해서 2층짜리 카페와 3층짜리 오락실을 운영 중인 김상혁은 "상권은 좋은데 서울보다 월세,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월세가 괜찮다. 서울에선 상상도 못한다"라며 오이도에서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습니다.
현재 김상혁은 해당 사업체를 지인들과 동업 형태로 운영 중입니다. 이에 대해 김상혁은 "혼자서 하는 사업체가 아니다 보니 다들 미루면 안 된다. 내가 더 하면 상대방도 일이 준다. 서로 그런 마음으로 하면 동업도 잘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가게의 마스코트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한 김상혁은 방송이 없는 날에는 대부분 시간을 카페와 오락실에서 직접 손님을 대면하면서 보내는 편이라고.
오이도뿐만 아니라 대부도, 월미도, 을왕리까지 관광지 곳곳에 사업체를 확장하고 있는 김상혁은 "어딜 가든 여행지에 우리 가게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약간 백종원 거리처럼 여행지에 불란서 거리? 여행지마다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사업가로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가 큰 김상혁은 직접 부동산을 들러 임대 시세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공개된 '롯데타워 옆집 사서 수익률 100% 난 연예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김상혁은 현재 거주 중인 송리단길 인근 한 부동산에 들러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김상혁이 현재 살고 있는 빌라의 시세를 물어보자 부동산 측은 전세로 3억 5천에서 4억 5천 사이, 매매는 5억 원선이라며 주차공간이 넓어서 주변에 비해 호가가 높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송리단길이 형성되고 송파나루역이 뚫리면서 상권이 많이 발달했다"라는 호재도 덧붙였는데요. 이에 김상혁이 "실평수 10평 정도, 1층에서 장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월세, 권리금, 보증금이 어느 정도냐"라고 묻자 권리금은 최하 4천부터이고 보증금은 1~2천만 원, 월세는 150만 원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부동산을 나오면서 김상혁은 자신을 향해 "5억 원대 자산가"라고 추켜세우는 담당 PD에게 "맞다. 저거 자가인데 난 빚이 없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전성기이던 고등학생 시절 이미 평균 3~4천씩 매달 벌어들였다는 김상혁이 생계를 걱정할 정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5억 자산가(?)가 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