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미처 생각못했다. 손흥민과 블랭핑크의 공통점은?

인하공전 정보통신과 재학 중 학교 학보사에서 편집국장으로 활동한 26세 청년. 전문 학사 과정 4학기 중 3학기 평균 학점이 4.0으로 우수한 편인데다 재학 중 봉사활동 이력까지 쌓았으니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채우기에는 충분한 커리어 아닌가요?

해당 이력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n번방 사건의 피의자 조주빈입니다. 대학졸업장 뒤에 가려진 악랄한 범죄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준 인물이지요.

학력이 그 사람을 대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더 이상 학벌로 자신을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허울뿐인 대학졸업장을 얻기 위해 귀한 청춘을 허비하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만의 길을 찾아 몰두하는 것이 좋겠지요.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들 가운데도 일찍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노력한 덕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중퇴

연봉 107억 손흥민

축구 선수 출신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한 손흥민은 뛰어난 재능에 아버지의 남다른 교육열이 더해져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운동선수니까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생각은 오산. 오히려 체육계는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교에 대학까지 이어지는 학연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곤 하는데요.

26살 나이에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일찍이 교육자가 된 손흥민의 아버지는 선수 시절 축구 선진국에서 접한 유소년 축구의 시스템을 들여왔습니다. 실제로 손흥민은 초등학교부터 아버지에게 직접 개인교습을 받았는데, 16살까지 손흥민은 대회 출전은 하지 않은 채 기본기를 익히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축구 선수들이 초등학교부터 우승에 매달리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었지요.

원주의 육민관중학교 축구부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제도권 축구를 시작한 손흥민은 이어 축구 명문으로 불리는 동북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3개월여만에 중퇴했습니다. 대신 독일 함부르크SV 유스팀에 소속되어 1년간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놀라운 경기력으로 해당 팀에서 4년 장기계약까지 따냈지요.

그리고 2015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클럽 토트넘 훗스퍼에 진출하며 자신의 모교에 '연대기여금'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 FIFA의 규정에 따르면 '계약 기간을 남긴 선수가 팀을 옮길 경우, 이적료의 5%를 선수 출신학교 또는 클럽팀에 배분한다'라고 명시되었기 때문인데요. 당시 손흥민의 이적료는 약 400억 원이었고 덕분에 춘천 부안초 1억 원, 육민관중 1억 원, 후평중 2억 원, 동북고 1억 원, 함부르크 유스팀 7억 원, 레버쿠젠 8억 원 등 총 20억 원의 기여금이 전달되었습니다.

제도권 교육과 국내 체육계의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아버지의 열린교육으로 성공한 손흥민이 국내 제도권 축구에 기여금을 전달한 사례는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네요.


학력미달 군 면제

믿보배 정우성

배우 정우성은 최종학력 미달로 군 입대를 하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경기상업고등학교를 중퇴해 최종학력 중졸로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인데요. 정우성은 스스로를 "제도권 교육 안에서 빨리 뛰쳐나온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자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폭력이 싫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직접 말한 바에 따르면 학창시절 학교는 정글 같았고, 동급생 사이 존재하던 서열과 계급이 싫었던 것이지요. 심지어 선생님들까지도 가정 형편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 대우한데다 언어폭력이 너무 심해 견디기 힘들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정우성은 은행원을 꿈꾸면서 친구와 함께 상고에 진학했으나 친구가 선배들과 엮인 사건으로 학교를 먼저 떠나게 되었고 이후 선배들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는 바람에 폭력과 괴롭힘에 못 이겨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퇴 후 "막연한 희망이 좋았다"라는 정우성은 피팅모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입문했고 영화 '비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20년 넘게 한국 최고의 배우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 10년 넘게 영화 공부를 하면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는데요.

고등학교를 자퇴한 것에 대해 지금도 후회 없다는 정우성은 다만 자신의 자녀가 자퇴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학문에 대한 결핍도 있지만 동갑내기 친구들끼리 교감, 그 시대의 고민과 갈등 못해봤다"라는 이유에서인데요.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되지만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는 말을 참 솔직한 발언이네요.


학력과 행복은 반비례?

형보다 낫다는 배우 류승범

영화 '베테랑'으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은 학력과 관련된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촌스럽다"라는 말로 단번에 질문자를 제압(?)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감독이 고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학력에 관한 질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교육부가 주관한 한 토크 콘서트에서 "아내는 대학졸업자이다. 난 고졸이고 배우인 동생은 고등학교 중퇴다. 그런데 우리집의 성공은 역순이다. 중퇴자가 가장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고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아내는 아이들한테 자주 이야기한다. 대학 나와 봐야 소용없더라고"라고 말했습니다.

또 류 감독은 한 예능에 출연해 "영화계만큼 학벌이 개방적인 곳도 없다"라며 "영화계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감독보다 대본 잘 쓰는 감독을 좋아한다. 일류, 이류라고 구분하는 것이 싫다"라고 소신 있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류승완 감독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인증한 주인공 류승범은 대동상고를 중퇴한 이후 배우의 길을 걸었고 성공했습니다. 백상예술대상의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국내외 다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지요.

또 2010년 이후에는 유럽을 여행하며 자유롭게 생활 중인데, 오랜 공백에도 그를 그리워하는 관객들이 있기에 2019년 영화 '타짜 3'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슬로바키아 출신의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딸을 출산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상투적 문구는 류승범의 삶 그 자체로 보입니다.


중졸

블랙핑크

블랙핑크가 전 세계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새 싱글 'How You Like That'은 공개된 지 32시간 만에 1억 뷰를 넘겼고, 세계 1위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50 차트에서 이틀째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최고의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는 모두 중졸의 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YG 연습생이 된 제니는 청담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입시를 포기하고 가수의 꿈을 이루는데 집중했고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재학할 당시 지드래곤의 '그XX'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지수는 과천중앙고를 다니던 2011년 학업을 중단하고 YG에 입사해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로제 역시 멜버른에 위치한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캔터베리 여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2년에 호주에서 열린 YG오디션에 참가했다가 1위를 차지해 연습생이 되면서 학업을 포기했지요.

태국 출신의 멤버 리사는 현지의 프라파몬트리 학교에서 중학교 교육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역시 2011년 4월 YG 역사상 첫 외국인 출신 연습생이 되면서 이후 학업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활동 중입니다.

학교 대신 연습실에서 고된 연습과 연습생 사이 경쟁을 뚫고 올라온 그들에게 학업 중단은 포기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아니었을까요?


몽골에서 홈스쿨링

악동뮤지션 이수현

악동뮤지션의 멤버이자 친남매인 이찬혁과 이수현은 앞서 2008년 선교사인 부모님이 몽골에 선교를 가면서 한국을 떠나 몽골에 정착했습니다. 14살, 11살이던 2009년부터는 금전적인 문제로 홈스쿨링을 하면서 공부했지요.

당시 남매는 정식으로 악기를 배우지 않았지만 집에 있는 기타와 피아노를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악기를 익혔고,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니면서 무겁지 않게 음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홈스쿨링이 정식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초등학교 졸업장조차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2013년 K팝 스타 시즌 2에서 우승한 후 YG와 계약하고 가수로 활동 중인 남매는 검정고시를 통해 중졸 학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수현은 "아직도 공부를 잘못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를 깎아내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아직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안 봤지만 나는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그 길을 갈 사람들도 있는 거고 그 길을 안 가도 되는 사람들도 있는 거니까"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찬혁은 군 복무를 위한 신검 당시 중졸 학력으로 공익 판정을 받았으나 군 복무를 위해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해 합격했습니다. 덕분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여 성실히 군 복무를 마쳤지요. 제대 후 이찬혁은 군 복무 시절에 대해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군대라는 2년 동안의 시간은 고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해병대에 가기 위해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하다니, '학벌'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런 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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