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면 소각하던 면세품, 백화점에 풀었더니 순식간에 5억 4천 매출

인천공항은 4월 들어 개항이래 처음으로 하루 이용객 수가 5000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4월 기준 지난해 일평균 대비 98% 급감했습니다. 면세업계에서 내놓은 실적 역시 같습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3월 전점 매출이 전년대비 60% 감소했고 공항점 매출은 90% 이상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에 쌓이고 있는 재고량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면세품의 구매부터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인 3~6개월이다 보니 코로나 사태 이전에 구입한 물건들이 꾸준히 입고되면서 90% 이상 급감한 매출과는 상관없이 재고가 쌓이고 있는 중이지요.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면세점들은 사드 등의 여파로 쌓인 재고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 3000억 원이 넘으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8000억 원대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요. 거기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면세업계의 재고품은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인데요. 면세점은 남은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웃렛 → 직원할인

결국은 소각


면세점은 일반적인 유통경로와는 달리 모든 면세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브랜드별로 입점을 하고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반면, 면세점은 물건을 각 브랜드로부터 직접 사입해 판매하지요. 때문에 면세점은 팔고 남은 재고 부담이 있습니다. 물건을 직매입했으니 팔고 남은 재고 역시 면세점이 떠안아야 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이런 재고품을 할인 판매하고 아웃렛으로 보냅니다. 아웃렛 역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를 처리하지요. 이 과정에서 팔지 못하고 남은 재고에 대해 유통업체인 백화점이나 아웃렛의 부담은 없습니다. 정해진 판매수수료만 받으면 되니까요. 

면세점 역시 일차적으로 할인을 통해 재고를 처리합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 기간이 끝나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대 80%까지 파격할인을 시행하기도 하지요. 지난 2016년 워커힐 면세점의 경우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면세사업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약 700억 규모의 면세품을 50~80%할인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코치 가방은 면세가 대비 50%, 마이클코어스 가방은 60% 할인했습니다. 

다만 직원들 역시 해당 물건을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면세품이기 때문에 비행기 표를 끊어야만 구입이 가능하지요. 세금과 관세가 면제된 면세품은 해외여행객이 출국할 때를 제외하고 시중에 유통될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불법유통'으로 법에 저촉되지요. 때문에 대대적은 할인 혜택에도 팔리지 않은 면세품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갈 곳이 없는 재고 면세품들은 결국 멸각됩니다. 이 역시 간단한 과정은 아닙니다. 면세물품이다보니 면세점에서 단독적으로 멸각할 수 없고 관세청 담당자 입회 하에 지정된 업체에서 소각 등의 멸각 절차를 밟게 되지요. 일부 제품의 경우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라 해당 공급자에게 반품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소각의 수순을 밟게 된다고 하네요.


새벽 4시부터 줄 서더니

5억 4천 매출

매년 면세품 멸각 비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면세품 상품기획자(MD)의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팔릴 만한 물건을 사입해야 재고가 덜 남는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MD의 역량과 관계없이 면세점의 재고가 쌓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면세점 역시 매출이 90% 이상 하락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면세업계는 재고품을 한시적으로 다른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지난 4월 한국면세점협회는 주요 면세점사업자, 관세청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을 극복할 방안으로 보세물품 판매 규정 완화를 요구했습니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재고를 해결하고 국민들은 이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외국산 제품에 한해 관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매기더라도 재고 면세품을 통관을 거쳐 내국인에게도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인데요.

실제로 이달부터 '재고 면세  명품'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3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신세계면세점의 재고를 판매했는데, 판매 개시 5시간 만에 전체 상품의 90%가 팔렸습니다. 이어 22일 2차 판매에서도 역시 행사 5시간 만에 준비 물량의 90% 팔리며 큰 호응을 얻었지요.

롯데면세점은 23일 오전 10시부터 '마음방역명품세일'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매장 '롯데온'을 통해 100억 원 규모의 재고 면세품을 판매했는데,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준비 물량의 70% 팔려나갔습니다.

그리고 25일 롯데는 빅3 면세점 중에서 최초로 재고면세품의 오프라인 판매에 나섰습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롯데아웃렛 파주점, 기흥점에서 '면세명품대전'을 열었는데, 롯데백화점 노원점에는 개점시간인 10시 30분이 되기 한참 전에 이미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섰고 백화점 측은 번호표를 만들어 배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면세명품대전에서 팔린 매출액은 무려 5억 4000만 원. 오픈 5시간 만에 일 목표 매출액을 100% 달성한 셈이지요. 이어서 26일부터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대전점, 롯데아웃렛 김해점, 이시아폴리스점, 광주 수완점 등에서도 재고면세품을 판매하는데요.

25일 공개된 판매 품목들이 만족스러웠던지 26일 소비자들의 발길은 한 발 더 앞섰습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는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서 1번 번호표를 받은 주부가 당당히 돗자리를 깔고 개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혀있던 소비욕이 터진 보복소비인지, 코로나도 막지 못한 명품사랑인지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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