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아내 유서 보고 정신 차린 남편, 살림하다가 사업까지 대박

'전화위복'은 흔하게 인용되는 사자성어이다 보니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인생에서 '전화위복'의 경험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시청률 20% 개그 프로그램에서 주요 코너를 이끌며 고공행진하던 인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아내는 우울증으로 유서까지 작성했습니다. 뒤늦게 가정으로 돌아온 그는 방송일을 아예 접고 아내 대신 주부가 되기로 결심했는데요. 쌓아온 커리어를 모두 포기하고 집안일에만 매진했다는 그가 대박 사장님으로 불리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개그맨에서 워너비 주부로 변신했다는 주인공은 개그맨 정종철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개그맨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에 대해 혼자 고민하다가 개인기 연습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금통을 털어 구입한 휴대용 카세트에 자동차, 기차, 변기, 트림, 방귀소리까지 주변의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고 녹음된 소리를 듣고 흉내 내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워낙 가난한 형편 때문에 자신의 꿈보다는 집안의 생계가 중요했던 정종철은 고등학교 때부터 냉면집 주방보조로 일했습니다. 6년 넘게 주방에서 일하면서도 여전히 개그맨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2000년 KBS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되었지요. 특히 공채시험 당시 다소 황당한 답안지 작성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1차 시험에서 대본의 원고를 적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2차 면접에서 직접 개그 공연을 선보이는 방식인데, 1차에서 정종철이 적어낸 대본은 대사 한 마디 없이 자신이 모사할 소리를 있는 그대로 적어낸 것입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다소 성의 없어 보이는 답안지이기도 했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썼는지 물어나 보자"라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고, 2차 면접에 나선 정종철이 대본에 적힌 소리를 완벽하게 모사해내자 심사위원들은 단번에 그를 합격시켰지요.

콩트나 연기력이 아니라 눈에 띄는 외모와 개인기 때문에 합격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 정종철은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완벽한 연기력과 개그감으로 실력을 인증했습니다. 코미디의 기본으로 불리는 슬랩스틱을 자연스럽게 연기했고 성대모사나 비트박스의 완성도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대급 실력이었지요.

특히 2002년 '옥동자'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척하기는. 적어도 내 얼굴 정도는 돼야지"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고 연이어 '사랑의가족', '갈갈이삼형제','생활사투리', '꽃보다아름다워' 등의 코너에서 활약하면서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전성기 시절 정종철은 사랑에도 승승장구했습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다가 관객으로 온 여대생에게 반한 뒤 첫사랑을 시작했지요. 정종철이 첫눈에 반해 끈질기게 대시했다는 첫사랑 상대는 바로 현재의 아내 황규림입니다. 당시 황규림은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배우 지망생이었고 처음에는 '잠깐 만나다 헤어져야겠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정종철과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이어갈수록 황규림은 "나중에는 거의 내가 매달리다시피 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정종철의 매력에 빠졌고 특히 책임감 강하고 리더십 있는 모습에 반해서 먼저 결혼하자고 나섰습니다. 배우 지망생으로 드라마 '학교 4'에 출연하기도 한 황규림으로서는 대학 졸업을 하자마자 결혼을 결심하면서 자신의 꿈과 커리어를 모두 포기한 셈인데요. 그만큼 정종철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겠지요.

덕분에 2006년은 정종철에게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해가 되었습니다. 2006년 4월 황규림과 결혼에 골인한 이후 같은 해 8월 '마빡이' 캐릭터로 흥행 홈런을 치면서 전국에 마빡이 열풍을 불러온 것이지요.

다만 2000년대 대한민국 웃음을 책임진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종철에게도 인기는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후반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개그 프로그램의 입지가 줄었고 '개그콘서트' 내부적으로도 특정 기획사 출신의 개그맨들을 우선 출연시키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정종철은 주변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MBC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하지만 방송국을 옮긴 후 정종철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인으로서의 불안한 입지를 고려해 포장마차, 세차장 등 각종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연예인으로서의 인지도만 믿고 큰 준비 없이 시작한 사업은 반 년 더 못 버티고 폐업을 이어갔지요.

개그맨으로서도, 사업가로서도 흥행에 실패한 그 시기에 '진짜 심각한 문제'는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정종철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취미생활에 집중했고,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갤러그, 테트리스, 너구리 등 수많은 게임과 낚시, 골프, 컴퓨터조립, 사진찍기 등 취미생활에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내인 황규림은 연이은 임신과 출산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이지요.

특히 2009년 계획에 없던 셋째를 임신하면서 체중이 100kg 가까이 늘어난 황규림은 대인기피증까지 앓으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증이 심해 약까지 복용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바깥 활동에만 관심이 있던 정종철은 아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지조차 몰랐고 남편과 소통이 끊긴 황규림의 우울은 심해져서 결국 유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밖에서 일을 보던 정종철은 아내가 자신의 가방에 넣어둔 편지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편지는 다름 아닌 유서였는데요. "오빠는 남편이,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돼있는 것 같다.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오빠는 가족보다 오빠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라는 내용이었고 이를 본 정종철은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잘못했다고 빌고 이후 바깥활동을 줄인 채 살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정말 극단적 선택을 하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무서웠다는 정종철은 "원인 제공자가 나이기 때문에 내가 바뀌지 않으면 이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방송활동을 거의 중단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중심으로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소통하지 않던 부부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요.

어색하게 대화도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고만 있던 정종철은 우선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고 건강한 아빠가 되자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이어 셋째 출산 후 체중이 불어 힘들어하던 아내의 다이어트도 도왔습니다. 부부가 각각 20kg 이상 감량에 성공하자 자연스럽게 그의 다이어트 비법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덕분에 정종철은 다이어트 상품 관련 쇼핑몰을 론칭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10년 4월 오픈한 '옥동자몰'은 문을 연지 한 달 만에 하루 접속자가 3만 명, 일 매출 3천만 원을 기록하며 흥행 대박을 쳤는데요. 직원 7명으로 시작한 쇼핑몰은 3년 만에 70명으로 직원이 늘어났고 일 매출이 1억 원에 육박했습니다. 당시 해당 쇼핑몰의 대박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소통, 정종철은 쇼핑몰 이용자들이 자신의 다이어트 비법을 따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는 점을 알기에 상품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련한 노하우를 전달하는데 집중했고 실제로 다이어트 챌린지 참가자를 모집해 함께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상품과 정보를 함께 팔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정종철이 대박 낸 또 한 가지 사업 아이템은 보다 더 일상적이고 소비자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다이어트를 하면서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한 정종철은 처음에는 "아내를 돕겠다"라며 나선 살림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현재는 30:70으로 본인이 더 큰 지분을 가지고 주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개그맨이 되기 전 냉면 가게에서 주방보조를 맡았던 경험 덕분에 요리 등 주방 일에 일가견이 있었던 정종철은 아내와 막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던 때에 아내가 먹고 싶다던 요리를 해주자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주방 일에 나섰습니다. 요리와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하면 할수록 "살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티도 안 나고 정말 힘든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정종철은 아내에게 살림과 육아를 모두 맡기고 "밖에서 돈만 벌어다 주면 남편"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했지요.

이후 "살림은 남자가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주부가 된 정종철은 살림을 할수록 아내와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과정을 SNS를 통해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그의 행보에 많은 주부들은 "옥언니", "옥주부"라는 별칭까지 붙이며 공감과 함께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옥주부가 사용하는 아이템들은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물건을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SNS를 통해 공구이벤트를 시작했고, 직접 개발한 돈까스는 홈쇼핑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년간 배운 목공실력을 바탕으로 직접 만든 도마와 냄비받침은 한 번에 200개 정도 만들어내는데 매번 완판을 자랑합니다. SNS를 통해 꾸준히 관리법과 사용법을 공유하고 혹시나 나무가 갈라지면 언제라도 제품을 교환해 주는 서비스 덕분이지요.

가족을 위해 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오히려 사업에서도 더 성공했다는 정종철. 개그맨으로서 인기가 떨어지고, 사업에도 연이어 실패한데다 아내의 우울증까지 겹쳐 좌절한 그때가 정종철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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