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백종원' 아니라는 부회장님 엑스맨인줄 알았더니 홍보요정

최근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은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룹 내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와 티몰 등 B2C 거래를 총괄하고 있는 장판 대표가 불륜설에 휘말렸기 때문인데요. 알리바바의 유력 후계자이자 유부남인 35세 장판과 23살 왕홍 장다이의 스캔들은 사업상 불공정 거래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번지며 내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에 장판의 아내는 남편과 불륜설이 제기된 장다이에게 "다시 한 번 내 남편을 건드렸다가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라는 경고를 내놓았고, 장판은 알리바바 내부망을 통해 공개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오너리스크는 보통 기업 총수나 대표의 불법행위로 인해 그룹 전체에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에는 불법행위나 사업적 판단과 관련한 일이 아니더라도 오너의 개인사나 이미지로 인해 해당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도 '오너리스크'라고 포괄적으로 지칭합니다.


오너리스크의 반대말을 꼽자면 '키다리아저씨 효과'가 아닐까요?

e 커머스 업체의 초저가, 초고속 배달 공세 속에서 지난해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 -299억 원을 기록하더니 4분기에도 100억 원의 적자를 냈지요.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대형마트의 위기를 어쩌면 당연한 순서인지도 모르는데요. 이런 와중에 때아닌 흥행 대박으로 단 3일 만에 완판을 기록한 제품이 있습니다.

30톤 물량 모두가 단 3일 만에 소진되는 대박을 낸 제품은 다름 아닌 '못난이 감자'입니다. 동글동글한 일반 감자와 달리 모양이 울퉁불퉁해 손질이 어려운 '못난이 감자'는 판매가 쉽지 않은 제품인데요. 방송을 통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강원도 농가에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보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구매를 부탁했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정 부회장 덕분에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팔리게 된 것이지요.

당시 방송에서 백종원 대표는 정 부회장과 통화 중 "못난이 감자 30톤이 있다. 억지 부탁이긴 한데 이번 기회에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달라"라고 부탁했고 이에 정 부회장은 "제가 한 번 힘써 보겠다. 하지만 안 팔리면 제가 다 먹죠"라며 남다른 감자 FLEX를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팔리기 시작한 못난이 감자는 물량 2만 8000봉지가 사흘 만에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이는 이마트의 평소 감자 판매량 대비 3배 이상 인기를 끈 것으로, 일반 감자보다 3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한 데다 방송을 통해 농가를 돕고자 나선 백 대표와 정 부회장의 마음이 소비자들에게 전해진 덕분이었지요.

그리고 정 부회장에게는 '키다리아저씨'라는 별칭과 함께 또 하나의 별명이 생겼습니다. 바로 '제2의 백종원' 혹은 '재계의 백종원'이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정용진은 재계의 백종원이 되고픈 걸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캡처해 올린 뒤 "아니요"라며 직접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아니라고 손사래치는 부회장님의 행보에는 왠지 모르게 백종원 대표와 닮은 구석이 많이 보이는데요. 특히 SNS를 통해 공개한 정 부회장의 요리사랑은 백종원 못지않습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 사진을 게재하는 것은 물론 직접 만든 요리 사진을 게재하기도 하지요.

심지어 "게살 스프 만들어서 10명 먹임"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속 정 부회장은 풍채 좋은 외형에 앞치마를 두르고 스프를 떠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백주부와 똑 닮아 보입니다.

SNS를 통해 공개하는 정 부회장의 일상은 일반적인 인플루언서들과 다름없습니다. 자녀들이나 반려견과 함께하는 모습은 대기업 오너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친근하고 평범한 모습이지요. 이처럼 친근하고 푸근한 아저씨의 이미지는 신세계 그룹에 대한 호감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는데요.

특히 요리 관련 게시물을 자주 올리다 보니 미식가 혹은 요리전문가의 이미지가 입혀진 덕분에 신세계가 내놓는 식품과 요리관련 상품에는 특별히 더 신뢰가 가기도 합니다. 이를 영리하게 잘 사용하는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마트 PB브랜드 '피코크'의 출시과정을 공개한 바 있으며, 이후 피코크 상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으로 공개하면서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때로는 보도자료보다 먼저 개발 중인 제품의 소식을 공개하는 바람에 '엑스맨'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이 역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들과 즐기는 즐거운 소통이 아닐까요? 실제로 정 부회장은 댓글에 직접 답글을 달지는 않지만 모든 댓글을 빼놓지 않고 모두 꼼꼼히 읽으며 반응을 체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팔로워들의 댓글이 젊은 소비자들의 솔직한 반응임을 읽고 있는 것이지요.

백종원 대표 역시 대중들 사이에 호감 이미지를 쌓기 시작한 것이 예능을 통해 시도한 인터넷 생방송 덕분이었습니다. 요식업 사업가로만 알려져 있던 백 대표가 직접 요리를 하는 모습을 접한 소비자들은 음식과 요리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접근하는 백종원에게 신뢰를 느껴 자연스럽게 그의 브랜드들도 사랑하게 되었고 백종원의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한 걸음 더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식자재와 반조리식품 등을 다루는 대형마트를 비롯해 외식업체와 식품 브랜드 등을 
꾸리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요리사랑 역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이 추천하는 식당은 한 번 더 가보고 싶고 정 부회장이 만들어 먹었다는 요리는 그가 직접 판매 중인 상품임에도 홍보가 아닌 진심으로 다가오지요.

최근에는 젊은층 사이에서 '힙지로'라고 불리는 핫플레이스 을지로에 위치한 한 식당에 들르는 모습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술을 부르는 안주"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음식 사진을 게재했고 매장을 나오면서 매장 외벽에 "을지로의 보석. 대한미국의 보석. 나의보석. 우리들의 보석. 번창하세요"라는 응원글을 남기는 모습도 올렸습니다.

이에 해당 식당과 이마트의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 부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이 즐겨 찾는 맛집이나 식료품점을 선정해 외식사업을 연계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중식당 '진진'과 함께 '피코크의 진진멘보샤'를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기대는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키다리아저씨의 2차 등판 소식이 뜨겁습니다. 강원도 못난이 감자 30톤에 이어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 구제를 위해 백 대표가 다시 한 번 정 부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23일 방송에서 백 대표는 해남의 한 고구마 농가를 찾아 대풍이 난 덕에 맛과 품질은 좋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애물단지가 된 대왕고구마 450톤을 마주했습니다. 이에 다시 한 번 정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번에 양이 많아서 몰래 숨어서 전화한다. 근데 고구마가 너무 커서 안 팔린다더라"라고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에 정 부회장은 "30톤도 2~3일에 다 팔렸으며 450톤이면 일주일이면 갈까"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알아보겠다. 아마 안될 리는 없을 거다"라고 고구마 FLEX를 선보였는데요. 이후 보도에 따르면 이마트 등 신세계 5개사는 총 300톤을 기획 판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중 이마트(213톤), SSG닷컴(7톤), 이마트에브리데이(12톤씩)는 23일부터 3kg 한 봉지에 9980원, 카드 할인을 적용하면 40% 할인된 금액 5988원에 구매 가능하도록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신세계 TV홈쇼핑(65톤)은 23일과 27일 양일 일반고구마와 못난이 고구마를 혼합해 8kg 대용량 기획으로 2만 4900원에 판매하고, 신세계푸드의 경우 3톤을 매입해 '고구마 연유 브레드'로 상품화할 계획입니다.

사실 이번 기획물량 300톤 가운데 200톤은 방송에 나온 농가에서 매입한 것이지만 나머지 100톤은 기존 이마트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던 물량입니다. 즉 이번 기획을 통해 이마트 역시 자체 물량을 소진할 기회를 마련한 셈이지요. 또 해당 방송에 소개된 상품 가운데 백 대표가 부탁한 것이 아니더라도 강릉 양미리나 보조개사과 등은 이마트에서 큰 매출이익을 낸 상품이기도 한데요. 양미리는 매출이 815% 늘었고 사과 역시 행사 하루 만에 35톤이 팔리며 대박이 났습니다. 그야말로 윈윈입니다.

오너 스스로가 홍보요정이 된 덕분에 코로나 사태의 막바지에 매출 회복의 시동을 걸게 된 신세계가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새로운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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