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사이에는 "백종원이 최소 10명 이상 존재한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방송부터 사업까지 워낙 쉴 틈 없이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단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칭찬의 목소리이지요.
특히 백종원이 내놓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인데요. 2020년 현재 더본코리아는 원조쌈밥집,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본가, 빽다방, 홍콩반점, 미정국수0410, 백's비어, 역전우동0410, 돌배기집, 백철판0410, 롤링파스타, 인생설렁탕, 리춘시장 등 국내에서 운영 중인 14개 브랜드와 백's 비빔밥, BORNGAEXPRESS, SEOULKITCHEN 등 글로벌 브랜드를 포함해 총 17개 브랜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백 대표가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조쌈밥집을 열고 외식사업에 뛰어든 초반 백 대표는 스스로 신메뉴를 개발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식당을 키워가는 재미에 빠져서 본사에서 매장 관리를 전담하는 직영 운영을 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신포차, 본가 등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했고 기존 매장에서 함께 고생한 직원들이 새로운 직영 매장을 맡아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지요.
하지만 직영 매장이 늘어나면서 관리 직원이 늘어야 하는데 직원 모두가 식당 운영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지금껏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기업화하면 영업이나 기획 등 각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리라고 믿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말하자면 사업이 번창하면서 늘어난 직원 모두가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프랜차이즈에 뛰어든 셈입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첫 주자는 2004년 론칭한 '해물떡찜0410'입니다. 기존에 백 대표가 직접 운영하던 한신포차에서 최고 인기메뉴였던 해물떡볶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만든 것인데요. 떡볶이는 조리법과 식재료가 간단해서 가맹점 관리에 용이했고 젊은 소비층의 니즈와 맞아떨어져 출시하자마자 소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가맹점 100여 개를 순식간에 달성한 해물떡찜의 성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흉내 내서 비슷한 메뉴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해물떡찜이 대박을 터뜨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해물떡볶이 메뉴가 등장했고 대학가에는 한 골목에만 2~3개 식당이 비슷한 가격과 맛의 해물떡찜을 팔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하향세를 겪던 해물떡찜은 폐업 수순을 밟았습니다.
해물떡찜 폐점 이후 백 대표는 경쟁업체에서 비슷한 맛을 내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같은 맛을 내더라도 더 좋은 재료를 쓰면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해 경쟁 식당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하는 것 만이 프랜차이즈가 지속성을 확보하는 길이었지요. 이를 원칙으로 내세워 내놓은 브랜드가 바로 2006년 선보인 홍콩반점0410입니다.
홍콩반점은 중국집의 메뉴를 모두 버리고 짬뽕만 남기면서 재료값을 줄이고, 맛을 규격화해서 비싼 주방장이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든 덕분에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국내산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사용하고도 무려 3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짬뽕을 내놓았지요.
다만 "싼 가격에 푸짐한 재료=성공"이라는 공식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백 대표는 '이태원부대찌개'라는 식당을 내면서 일반 부대찌개집에서 소시지를 추가 주문하는 게 번거롭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소시지를 2인분 이상 넣었는데요. 손님이 넘쳤고 반응도 좋았지만 수익은 나지 않았습니다. 손님들이 인원 수보다 적은 양을 시키고 공깃밥을 추가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6개월간 매상이 오르지 않았고 폐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대표가 내놓는 브랜드는 늘 저렴한 가격의 대중음식을 겨냥합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이 성공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는 것과는 다른 행보인데, 이에 대해 백 대표는 "비싼 음식을 파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가격이 비싸면 손님들의 기대치도 올라가고 서비스가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바로 등을 돌린다는 것이지요.
또 '외식 음식 가격의 지표'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좋은 재료를 쓰든 아니든 같은 메뉴에 같은 가격을 받는 최근 외식업체들의 경향을 지적하면서 "우리 브랜드의 음식 정도가 돼야 합당한 가격의 음식"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지요. 이는 예능 프로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데요. '연예인병'에 걸려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백종원은 방송을 통해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메뉴고민, 요리공부, 청결유지 등을 하지 않고 장사가 안된다고 불만을 갖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골목식당의 멘토인 백 대표에게 오히려 골목식당을 잡아먹는 역할이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20개 가까운 브랜드를 보유한 백 대표는 지금도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위해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브랜드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한 백 대표의 답변은 명료합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공급업체와 안정적인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 점포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구조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설명이지요.
사실 어느 프랜차이즈 업체든 시간이 지나면 브랜드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가맹점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본사 입장에서 줄어든 가맹점 매출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을 진행해 가맹점 수만 늘리다 보면 결국 영업관리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본사에서 관리하는 브랜드를 여러 개 만들어 서로를 보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백 대표 논리의 핵심이지요.
말하자면 특정 브랜드가 하향세로 들어설 때 새로운 브랜드가 이를 보완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브랜드를 키우다 보면 본사에서 운영하는 절대적인 점포 수는 늘어나게 됩니다. 덕분에 식재료 공급업체와 안정적인 계약을 유지하게 된 본사는 가맹점들에게 좋은 식재료를 적절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를 마구잡이식으로 늘려가는 것도 아닙니다. 백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조절해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점주가 기회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지요. '죽채통닭'의 경우, 이 과정에서 홀딩브랜드가 되어 더 이상 프랜차이즈 확장을 멈춘 상황인데요. 테스트 과정에서 8000원 받았을 때 엄청나게 잘 됐지만 10000원으로 올리자 매출이 떨어졌고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고려해서 프랜차이즈 비활성화를 결정했습니다.
백 대표는 "프랜차이즈 회사가 제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브랜드를 만들자마자 프랜차이즈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브랜드를 상상할 수 있을 때 프랜차이즈를 한다"라는 백 대표는 실제로 리춘시장의 경우에도 무려 3년간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면서 89가지 메뉴를 선보인 후 지난해 8월 가맹 1호점을 개점했습니다.
더불어 브랜드가 인기 있을 때 단기간에 가맹점을 확장하는 사례 역시 경계하는데요. 단기간에 늘어난 점포를 관리하려면 본사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고 직원들을 급하게 뽑으면서 경험 없는 인력이 가맹점을 관리해 결국 브랜드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백 대표는 아무리 인기 있는 브랜드라도 본사가 관리할 수 있는 역량에 맞는 점포 수만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데, 빽다방의 경우 점포를 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500여 개에서 점포 수를 제한했습니다.
대신 가맹점주가 되면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상생하고자 합니다. 가맹점주 연수를 1박2일로 진행하고 백과사전 못지않은 두께의 매뉴얼 북을 만들어 조리방법부터 손님 응대와 조리도구 세척까지 세세하게 제시합니다. 로열티는 매출액의 2% 내외로 산정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고정된 1년 치 로열티를 선납하는 시스템인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전 브랜드 대상으로 2개월치 로열티 전액을 감면해 주기도 했습니다.
백 대표는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재료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가격인데, 인건비나 임대료를 상수이지만 식재료 비용은 대형 유통업체들처럼 식재료 생산자들과 장기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논리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백 대표는 "외식산업을 독점하려는 거냐"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브랜드를 론칭하고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는데요.
반짝 인기에 편승해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에서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생 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면 백종원이 말하는 1만 점포 달성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