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첫해 360억 매출 대박사업이 곤두박질친 건 정부의 블랙리스트 때문?

"먹는 걸로 장난치면 천벌받는다"
굳이 어르신들의 옛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먹거리에 대한 문제는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산 김치에서 나온 납성분이나 살충제 성분으로 폐기된 계란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지요.

때문에 외식업체나 식품가공 업체들에게 식품위생법을 비롯한 관련 단속은 사업의 존폐를 갈라놓을 정도로 민감한 부분입니다. 단속에 적발된 사실이 전해지면 위반의 정도나 이유를 막론하고 '믿을 수 없는 먹거리'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게 되지요.

또 해당 제품의 판매가 어려운 것은 물론 업체 자체에 "먹는 걸로 장난쳤다"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회사의 신뢰도 역시 떨어지는데요. 부정적 이미지는 회사와 운영진, 광고모델에까지 이어집니다.

제품 개발부터 홍보까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 걸고 사업에 참여했다가 하루아침에 '사기꾼' 소리를 듣게 된 주인공은 바로 개그맨 정형돈입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정형돈은 데뷔 직후 개그 코너 '도레미 트리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이후 통통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넓은 팬층을 확보한 정형돈은 일찍이 2005년부터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자신의 캐릭터인 '돼지' 이미지를 살려 삼겹살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한 것인데요. 프랜차이즈 전문 회사와 합작하여 "홍돈 소나무 삼겹살"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당시 정형돈은 자신을 이름을 내건 첫 사업이니만큼 "소비자와 가맹점주들 입장에서 열심히 하겠다"라며 포부를 전했고 2005 프랜차이즈 서울박람회에 참가해 가맹점주 모집을 나섰습니다.

다만 해당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 정형돈은 사업보다는 연예계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MBC '무한도전'을 통해 정형돈은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2009년 결혼에 골인하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정형돈은 한 중소기업과 손잡고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습니다. 바로 야미푸드와 합작해 내놓은 '도니도니돈까스'. 당시 식품 관련한 새로운 제품군을 모색 중이던 현대홈쇼핑은 마케팅 회사의 제안으로 정형돈과 고기 제품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전까지 기업 간 거래(B2B)만 해오던 야미푸드에게 소비자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보자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정형돈은 해당 업체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진행하는 브랜드이니만큼 열정과 정성을 쏟았습니다. 실제로 돈까스를 만들자고 시작했을 때부터 직접 맛보고 다시 만드는 과정 모두를 함께한 정형돈은 특히 소스 개발 부분에서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그리고 홈쇼핑 판매 역시 직접 나섰습니다. 2011년 6월 론칭한 '도니도니돈까스'는 정형돈의 열정 덕분인지 출시 직후 대박이 났지요. 론칭 첫 방송에서 7000세트를 팔아치우고 홈쇼핑 단 2회 만에 매출은 5억 원, 3차 방송은 판매 시작 14분 만에 매진되었습니다. 이후 15회 연속 매진을 기록한 해당 제품은 출시 1년 1000만 인분 이상이 팔렸고 총 82회 방송 동안 약 760,000세트, 약 1,800만 인분이 판매되었습니다.

당시 정형돈이 직접 출연하는 홈쇼핑 방송은 제품 구매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까지도 채널을 고정하게 만들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정형돈을 보기 위해 시청하다가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돈까스를 집어먹는 정형돈의 리얼한 시식 모습을 보고 주문전화를 걸게 된 소비자들도 많았지요. 심지어 치즈 돈까스를 시식하다가 정형돈이 뜨거운 돈까스 조각을 다리에 떨어뜨리고는 "앞다리에 돈까스가 떨어졌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함께 방송을 진행하던 쇼호스트들이 웃음을 터지는 방송 사고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레전드 영상입니다.

다만 정형돈의 인지도만으로 제품이 인기를 끈 것은 아닙니다. '도니도니돈까스'는 기존의 냉동 돈가스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두꺼운 고기와 바삭한 식감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실제로 정형돈의 인지도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제품의 질에 만족해서 재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율도 높아서 2회 이상 재구매 고객이 5만 명을 돌파했지요. 덕분에 정형돈은 당시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가 실시한 '연예인 식품의 신뢰감을 더해주는 연예인은 누구?'냐는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정형돈의 성실한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 그리고 기존 냉동식품에 비해 높은 제품의 질 덕분에 승승장구한 '도니도니돈까스'는 2011년 출시 후 첫 해인 2012년 매출이 230억에 달했고 이후 연간 목표치를 500억 원에 책정하고 상장회사로 거듭날 준비까지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매출은 하루아침에 하락세로 전환되었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하던 시절 부정식품사범 합동단속반에 주재료인 등심의 함량 미달로 걸린 것인데요. 당시 검찰은 도니도니돈까스가 포장지에 돼지고기 함량을 72%라고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표기보다 16.2% 적다고 판단했고 야미푸드의 대표를 불구속기소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배신감에 분노했습니다. 두꺼운 고기를 장점으로 내세운 해당 제품의 판매량은 급격히 줄었고 제품의 얼굴이었던 정형돈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이어졌지요. 최종판결은 벌금형에 그쳤지만 회사는 부도 위기까지 갔습니다. 2013년 260억 원으로 줄어든 매출은 2014년에는 200억 원, 2015년에는 160억 원, 2016년에는 155억 원으로 폭락했습니다.

결국 야미푸드는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2013년 초반에 100억 원을 들여 지은 공장을 3개월 만에 매각했고 각종 부동산은 물론 기계까지 반값에 처분해서 부도만 겨우 막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40명이던 직원은 2017년 70명 미만으로 줄었고 실적이 나지 않으니 제품도 다수 정리했습니다. 그 사이 정형돈 역시 오래전부터 앓았던 불안장애가 심해지면서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야미푸드와 정형돈 모두에게 엄청난 타격을 안긴 '도니도니돈까스'의 몰락에는 사실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불량식품에 대한 기준이나 조사방식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제품에만 유난히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인데요. 2013년 당시 불량식품 등 4대 악 척결을 외치던 정부가 본보기로 해당 제품을 표적수사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야미푸드와 정형돈은 사건으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야미푸드 손희영 대표는 "검찰이 공장 조사 때 제품 표면에 붙어있는 빵가루와 반죽을 모두 떼고 고기를 손으로 짜는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이 때문에 고기 내에 있는 육즙도 함께 빠지면서 고기양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 되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고체제품은 정제수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구분하지 않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기에 함유된 수분을 제외하지 않고 중량을 표시한 것이 잘못이라고 단속한 것이 억울하다는 의견이었지요.

당시에 대해 정형돈은 "나는 조사대상이 아니었으나 내 이름을 내건 돈까스였고 피해를 본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돕겠다고 나섰다. 당시에는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할 것도 없이 그냥 너희가 잘못했다고 몰아가는 식이었다. 매우 겁이 났고 더욱 위축됐으며 나중에는 괜한 말로 오해를 살까 숨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투자한 것이 아니라서 직접 피해는 없었지만 함께 고생해 온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봤고, 해고된 인원도 많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절대 불량식품으로 낙인찍힐만한 퀄리티가 아니라고 돈까스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던 정형돈은 결국 2018년 다시 한번 '도니도니돈까스'로 돌아왔습니다.  제품의 상호를 변경하거나 숨기지 않고 제품을 보완해서 재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과감한 선택이었는데요. 오랜만에 돌아온 온라인 선런칭 라이브방송에서 정형돈은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사건 이후로 관련 법률이 재정비되었고, 그 기준에 맞춰 열심히 만들었다"라며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2018년 10월 현대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재개한 '도니도니돈까스'는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었고 이전보다도 높아진 퀄리티 덕분에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과거와 달리 1인 가구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 원래 구성품에서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으로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요.

한편 야미푸드의 손 대표는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릴 정도로 힘든 시기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형돈이라는 셀럽을 앞세운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표적수사를 당한 것에 대해 억울하다면서도 "정형돈에게 섭섭한 것은 전혀 없다"라고 전했는데요. 오히려 "사건 당시 정형돈이 많이 괴로워했다"라며 "사건이 정리된 후에 만나서 소주 두 번 정도 마셨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각자 타격이 컸음에도 서로에 대해 원망하기보다는 위로와 격려를 건넨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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