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명품백이 백화점에 풀린다고? 면세점 1조 3천억 재고 소각 대신 시중 판매

여행 중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일정으로 면세품 쇼핑을 빼놓을 수 없지요.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담배소비세 등의 면세혜택을 제공받은 제품들은 백화점 등 일반적 경로로 구매할 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해서 "내 돈 주고 사고도" 남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명품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에서 사기는 부담스럽고 인터넷 직구를 이용하기에는 "짝퉁이 아닐까" 싶어 못 미더웠던 반면 면세점을 이용하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만나는 기회가 됩니다.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면세점

재고 역시 면세점 몫

여행객들에게 득템의 기회가 되는 면세점은 일반적인 유통경로와는 달리 모든 면세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브랜드별로 입점을 하고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반면, 면세점은 물건을 각 브랜드로부터 직접 사입해 판매하지요. 때문에 면세점은 팔고 남은 재고 부담이 있습니다. 물건을 직매입했으니 팔고 남은 재고 역시 면세점이 떠안아야 하는 방식인데요. 면세점은 남은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보통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이런 재고품을 할인 판매하고 아울렛으로 보냅니다. 아울렛 역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를 처리하지요. 이 과정에서 팔지 못하고 남은 재고에 대해 유통업체인 백화점이나 아울렛의 부담은 없습니다. 정해진 판매수수료만 받으면 되니까요.  


면세품 직원 할인 80%
시중 유통은 불법

면세점 역시 일차적으로 할인을 통해 재고를 처리합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 기간이 끝나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대 80%까지 파격할인을 시행하기도 하지요. 지난 2016년 워커힐 면세점의 경우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면세사업에서 철수하는 과정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약 700억 규모의 면세품을 50~80%할인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코치 가방은 면세가 대비 50%, 마이클코어스 가방은 60% 할인했습니다.

다만 직원들 역시 해당 물건을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면세품이기 때문에 비행기 표를 끊어야만 구입이 가능하지요. 세금과 관세가 면제된 면세품은 해외여행객이 출국할 때를 제외하고 시중에 유통될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불법유통'으로 법에 저촉되지요. 때문에 대대적은 할인 혜택에도 팔리지 않은 면세품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안 팔린 명품백은 소각한다

갈 곳이 없는 재고 면세품들은 결국 멸각됩니다. 이 역시 간단한 과정은 아닙니다. 면세물품이다보니 면세점에서 단독적으로 멸각할 수 없고 관세청 담당자 입회 하에 지정된 업체에서 소각 등의 멸각 절차를 밟게 되지요. 일부 제품의 경우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라 해당 공급자에게 반품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소각의 수순을 밟게 된다고 하네요.

매년 면세품 멸각 비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면세품 상품기획자(MD)의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팔릴 만한 물건을 사입해야 재고가 덜 남는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MD의 역량과 관계없이 면세점의 재고가 쌓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면세점 역시 매출이 90% 이상 하락했기 때문인데요.


코로나 터지기 전 구입한 물건 뒤늦게 입고

면세점 재고 상상 그 이상

인천공항은 4월 들어 개항이래 처음으로 하루 이용객 수가 5000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4월 기준 지난해 일평균 대비 98% 급감했습니다. 면세업계에서 내놓은 실적 역시 같습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3월 전점 매출이 전년대비 60% 감소했고 공항점 매출은 90% 이상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에 쌓이고 있는 재고량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면세품의 구매부터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인 3~6개월이다 보니 코로나 사태 이전에 구입한 물건들이 꾸준히 입고되면서 90% 이상 급감한 매출과는 상관없이 재고가 쌓이고 있는 중이지요.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면세점들은 사드 등의 여파로 쌓인 재고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 3000억 원이 넘으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8000억 원대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요. 거기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면세업계의 재고품은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인데요. 이에 면세업계는 재고품을 한시적으로 다른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백화점에서 면세품 살 수 있다

명품백은 YES 화장품은 NO


지난 7일 한국면세점협회는 주요 면세점사업자, 관세청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급감을 극복할 방안으로 보세물품 판매 규정 완화를 요구했습니다. 외국산 제품에 한해 관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매기더라도 재고 면세품을 통관을 거쳐 내국인에게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과 중국인 보따리상으로 대표되는 해외 소비자가 면세품을 구입해 곧바로 국제우편 등으로 해외 반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제안했지요.

특히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재고 판매 허용에 대해 "면세점 입장에서는 재고를 해결하고 국민들은 이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규제 완화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관세청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최고 3년 이상 된 재고를 중심으로 우선 처리할 것을 협의했는데 패션, 잡화, 시계, 액세서리 등이 시중에 풀릴 예정이며, 화장품과 식품은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 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는 어쩌라고?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면세품의 시중 유통을 솔깃한 소식임에 분명합니다.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매긴다 하더라도 일반적 유통경로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고 있지요. 다만 유통 채널로 거론되는 백화점과 아울렛 업계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입니다. 정부의 허가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입점 브랜드들과의 조율 문제로 골치를 겪을 것이기 때문인데요.

이미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명품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면세품 판매가 반가울 리 없습니다. 실제로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THE FACT와의 인터뷰에서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들은 재고 판매를 반기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싫어할 것"이라며 "면세품 판매가 허용된다면 백화점은 안되고 아울렛에서 판매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유례없는 면세품 시중 유통에 대해 유통채널은 물론 매출에 대한 수수료 등 검토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습니다. 면세업계의 숨통을 틔워주면서도 기존 유통채널과의 상생 방안이 나온다면 면세품 시중 판매는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도 득템으로 인한 소소한 행복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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