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코로나세포 박멸한다는 치료제의 정체는 강아지 구충제

강아지 구충제가 만병통치약인 걸까요? 지난해 4월 미국 매체 '더선'을 통해 60대 폐암 환자 '조'가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한 후 암이 완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조는 앞서 2017년 1월 전신에 암이 전이되어 의사로부터 3개월 여명 판정을 받았고 이후 구충제를 복용한 결과 같은 해 5월에 PET 검사를 통해 암의 흔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의 소식이 전해진 후 암 환자들 사이에는 펜벤다졸 열풍이 불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펜벤다졸이 품절되었고 유튜브에는 공개 임상을 하겠다며 실제로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모습을 촬영해 올리는 암 환자도 나타났지요.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펜벤다졸을 암 치료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식약처 역시 펜벤다졸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조차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들 사이에는 여전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아지 구충제로 알려진 또 다른 약품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강아지 구충제는 다시 한번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이내에 죽인다는 세포배양 실험 결과가 나와서 화제의 중심에 선 구충제 성분은 바로 이버멕틴입니다. 반려견 보호자라면 해당 성분의 이름까지는 모르더라도 매달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먹이면서 만나본 적이 있는 성분이지요. 실제로 대부분의 동물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심장사상충 예방약품 '하트가드'의 주성분이 이버멕틴입니다.

호주 모니쉬 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세포 배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버멕틴에 노출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물질이 소멸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사는 "이버멕틴을 한 번만 투여해도 24시간 후 코로나19 바이러스 RNA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으며 48시간이 지나자 RNA 전부가 완전히 사라졌다"라며 "이버멕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기전은 알 수 없으나 다른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원리를 보면 바이러스가 숙주 세표의 방어력을 약화하지 못하게 막는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번 실험은 세포배양실험에서 나온 결과로 코로나19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것은 임상실험을 거쳐야만 현실 가능성이 생기는데요. 희망적인 것은 이버멕틴이 이미 미국 식품의약청 FDA의 승인을 받고 인간에게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이라는 점입니다.

이버멕틴은 1980년대 동물용 구충제로 먼저 개발되었습니다. 개발 당시에는 장내 기생충을 구제하는 정도를 기대했는데 사상충과 같은 체내 기생충은 물론 진드기와 같은 체외 기생충에까지 광범위한 효과를 보이면서 축산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요. 이버멕틴은 현재까지도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20년간 그 지위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버멕틴은 사람에게도 적용되어 많은 생명을 살렸습니다. 1970년대 이후 서아프리카에서는 회선 사상충 감염으로 시력을 잃게 되는 강변 실명증 감염의 피해가 극심했는데, 유행이 극심한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황폐화되어 경제적 손실도 매우 큰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DEC라는 이름의 약품을 사용했지만 이는 염증반응이 심해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부작용을 일으켰는데요.

1987년 이버멕틴이 사람에 사용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으면서 완벽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이버멕틴은 염증반응이 거의 없었고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 사상충을 관리할 수 있었지요. 덕분에 서아프리카 강변사상충 퇴치 프로그램은 2002년 종료되었습니다.

또 하나,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 바 있는 림프사상충 역시 이버멕틴 덕분에 박멸이 가능했습니다. 림프사상충은 림프절을 막아 다리나 고환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질병으로 흔히 코끼리다리병이라고 부르는 장애를 앓게 되는데요. 이버멕틴은 림프사상충 퇴치에도 강력한 효과를 보였고 현재 림프사상충은 '완전 박멸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 덕분에 이버멕틴의 개발자인 윌리엄 캠벨과 오무라 사토시는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더불어 2018년에는 이버멕틴이 말라리아 감염률을 20% 이상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새로운 말라리아 치료제로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이버멕틴을 복용한 사람의 피가 모기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해 모기와 말라리아를 동시에 죽인다는 설명이었지요.

그리고 2020년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버멕틴은 또 한 번 인류를 구할 약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 임상을 비롯한 많은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버멕틴이 이미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부작용이 현저히 낮은 약물로 인증받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가 아닌가 싶은데요.

다만 국내에서는 이버멕틴 성분 함유 구충제가 허가돼 있지 않고 수출용으로 한 개 품목만이 허가된 상황입니다. 방영당국 역시 아직까지는 안정성 및 유효성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내 임상에 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7만 4천 명을 넘어선 지금 연구개발에 보다 가속이 붙길 기대합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