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뉴욕 지하철 운행 중단되고 경찰 출동한 이유가 우리집 부엌에 있는 '이것' 때문?

911테러 당시

911테러를 겪은 뉴욕 시민들에게 테러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911테러 이후에도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발생했고 최근에도 총기난사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요. 최근 뉴욕 맨해튼의 한 지하철역에서는 버려진 '이것'을 보고 놀란 시민들이 대피하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여졌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가정마다 부엌에 하나씩 갖추고 있는 일상적인 물건인 '이것'이 뉴욕 시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지요.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필수 가전이지만 뉴욕에서는 폭발물로 오인받아 바쁜 출근길 지하철 운행까지 중단시킨 논란의 주인공은 바로 전기밥솥입니다. 지난 16일 미국 현지시간 오전 7시경 맨해튼 남부의 풀턴 지하철역 역사에서는 2개의 전기밥솥이 발견되었는데요.

이를 보고 폭발물로 의심한 시민들은 '지하철역에 의심스러운 물건이 있다'라며 경찰에 신고한 것입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출동했고 시민들은 긴급하게 대피했는데요. 일대 교통이 통제되고 일부 지하철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극심한 출근길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해당 전기밥솥이 발견된 장소가 지난 911테러 현장인 월드 트레이더센터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이다 보니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컸던 것인데요. 그로부터 1시간여 후에는 3km 가량 떨어진 첼시 지역의 쓰레기 더미 옆에서 제조 연도와 제조업체, 모델이 동일한 세 번째 밥솥이 발견되어 또 한 번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경찰은 조사 결과 해당 밥솥 3개가 모두 폭발 장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혔습니다. 다만 최초 발견된 2개 밥솥의 경우 출근길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에서 발견된 만큼 밥솥을 가져다 놓은 이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해당 지하철역의 CCTV에는 한 남성이 쇼핑카트에서 밥솥을 꺼내 내려놓는 장면이 포착되었고, 경찰은 CCTV 영상 속 20대로 추정되는 백인 남성을 용의자로 보고 찾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남성이 실제 시민들을 놀라게 할 의도였는지, 단순히 밥솥을 버리려는 목적이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후 형사처벌 가능성 여부는 불투명한데요.

보스턴 테러 당시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기억하는 뉴욕 시민들에게 '지하철역에 버려진 밥솥'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 충분할 듯합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지난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의 결승점에서 압력솥을 이용해 만든 폭탄 2개가 터지면서 3명이 죽고 260명 이상이 부상한 사건인데요.

수많은 사상자를 낸 해당 폭탄은 압력밥솥에 폭발물과 금속, 여러 파편을 채워 넣은 것으로 볼베어링이라는 강철 구슬로 만들어진 금속을 집어넣어 피해가 더 컸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테러범들은 압력밥솥 폭탄을 배낭에 숨기고 들어가 관람객들 사이에 배낭을 슬쩍 내려놓고 나오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FBI에 의해 잡인 테러범들은 극단주의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형제로 밝혀졌고 경찰과 몸싸움 가운데 사망한 형은 제외하고 동생인 조하르 차르나예프는 사형이 선고되었습니다.

'밥솥'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용품에도 의심과 경계를 품으며 살아가야 하는 뉴욕 시민들의 일상은 테러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삶 자체를 흔들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