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경비구역에서 훈련 중이던 남한 군인이 볼일을 보다가 지뢰를 밟아 꼼짝 못 하는 상황에서 우연히 지나가던 북한군과 대치하게 되는데,
'야!! 나 지뢰 밟았어. 가까이 오면 발 떼버린다. 니네 다 같이 죽는 거야!'
'야 그냥 가냐?'
'니가 가라매?'
'가까이 오지 말랬지 언제 누가 그냥 가라 그랬어. XX들아 사...살려주세요'
적군으로 대치하던 남북한 군인은 우연히 나누게 된 대화를 통해 적으로만 생각했던 상대가 알고 보니 '똑같은 사람'이더라는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는데요. 이는 다름 아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열의 아픔이 진행 중인데요.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비극적인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에 ‘관세 협박’을 가해 최근 이민자를 겨냥한 경비를 강화하는 등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 시도는 줄지 않고 있어서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흐르는 리오그란데 강에서 엘살바도르 출신 남성과 그의 23개월 된 딸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도 했지요.
때문에 한때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되었던 미국-멕시코 국경이 어느새 비극의 상징으로 변한 상황인데요. 살벌한 경계 태세로 황량하던 공간에서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지난 30일 뉴욕타임스는 미국-멕시코 국경인 뉴멕시코 선랜드파크에 분홍색 시소 세 개가 등장했다고 전했는데요. 철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분홍색 시소가 설치되면서 국경 일대가 양국 주민들의 놀이터로 변신한 것입니다.
총성 대신 웃음소리가 들리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로널드 라엘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와 버지니아 산 프라텔로 새너제이 주립대학 부교수입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인간이 만든 장벽의 쓸모없음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이 시소를 구상하고 10년 만에 현실화한 것인데요.
라엘 교수는 자신의 SNS에 '아이들과 어른들은 한쪽에서 일어나는 행동이 다른 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과 함께 연결됐다'라며 시소의 의미를 밝히며 시소를 이용하는 양국 주민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영상 속 아이들은 신이 나서 시소를 탔고, 어른들 역시 웃고 잡담을 나누며 즐거운 모습인데요.
철제 울타리를 경계로 나뉜 양국 주민들의 모습에 경계나 두려움은 없어 보입니다.
한편 최근 미 대법원은 하급심을 뒤집고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국방예산 전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놓았는데요.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장벽 건설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시소를 만든 라엘 교수는 '시소를 통해 우리는 모두 똑같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정작 장벽 건설의 키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소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