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 행복을 위해 선택한 이혼과 재혼이 자식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가 되면 여자 혹은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은 온전히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서만 참고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까요?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들 역시 행복하다"라는 믿음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 이혼과 재혼을 결정했지만 그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는 아이들. 학교까지 자퇴하고 엄마에게 "왜 이혼했느냐"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자식들에게 엄마는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결혼 13년 만에 이혼을 선택하고 이후 자녀들과의 갈등을 고백해 안타까움을 준 주인공은 바로 개그우먼 조혜련입니다. 90년대 중반 개그프로에서 아들 서경석을 둔 가난한 미혼모 역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조혜련은 그로부터 15년 후 실제로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 되었습니다.
앞서 1998년 조혜련은 당시 레코드 엔지니어인 김 모 씨와 만난 지 100일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했고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두 사람은 방송에 동반 출연해 부부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지요. 조혜련의 방송 스타일이 워낙 솔직한 탓에 부부 싸움의 에피소드나 성격차이에 대해서도 자주 공개되었는데요.
특히 2006년경 조혜련이 일본 진출에 도전하느라 워낙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부부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남편 김 씨는 "일주일에 얼굴 보는 시간이 몇 시간이 안 됐으니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될 수 있었겠냐? 남들은 능력 있는 부인 둬서 좋겠다고 하지만 참 외로웠다"라고 털어놓았지요.
조혜련 역시 음반 제작자로 변신한 남편이 유흥비로 너무 큰돈을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부부가 동반 출연한 리얼리티 예능에서 남편 김 씨는 한 달 유흥비로 400만 원이 넘는 카드값에 대해 "후배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계산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서질 않는다"라고 항변했고, 조혜련은 김 씨의 카드를 잘라버렸습니다.
갈등은 이어졌지만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이어갔습니다. 2010년 조혜련의 2집 앨범 '원트 비롱'은 남편 김 씨가 프로듀싱을 맡았고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은 동반 인터뷰를 통해 셋째를 가질 계획이라면서 부부 사이 불화설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멀어진 부부 사이를 되돌리긴 어려웠던 걸까요? 두 사람은 결국 2011년 13년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이혼을 결정했습니다. 둘 사이 초등학생 남매는 조혜련이 양육하기로 했지요. 2012년 4월 이혼 소식을 전한 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방송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공백기를 가졌던 조혜련은 같은 해 11월 토크쇼를 통해 복귀하며 이혼에 대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조혜련은 이혼을 두고 전 남편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적극 해명했는데요. "남편이 폭행이나 외도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혼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혜련은 "100일 만에 결혼했고 결혼 이후 점점 조혜련이라는 여자가 변해갔다"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도전하고, 여자지만 남자의 기운을 타고났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이 부담을 느꼈다"라고 전했지요. 또 전 남편에 대해 "자신의 이름이 아닌 '조혜련의 남편'으로 살아왔다. 나라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잘 살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미안한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서 전 남편 김 모 씨는 딸 윤아, 아들 우주와 함께 '엄마 방송 복귀 축하 동영상'을 만들어 깜짝 선물로 보내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방송 이후 한동안 조혜련은 전 남편과의 재결합설이 돌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재결합하지 않았고 조혜련은 중국에서의 활동을 준비하던 중 새로운 인연을 만났습니다.
당시 조혜련은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 활동을 알아보던 중 현재의 남편과 인연이 닿았고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에 반해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조촐한 언약식을 올리면서 부부의 연을 맺었지요. 다만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엄마의 재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까 봐 두려웠던 조혜련은 자녀들에게 재혼 사실을 쉽게 털어놓지 못했고 언약식 당일 "맛있는 중식당이 있는 호텔로 밥 먹으러 가자"라며 아이들을 데려갔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언약식에 참석하게 된 아이들은 엄마의 재혼을 축하해 주었지만 마음속 상처까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혜련과 두 자녀는 2015년부터 리얼리티 프로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는데요. 당시 방송에서 두 아이는 엄마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모습으로 갈등을 겪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던 딸 윤아는 명문고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자퇴를 결정했습니다. 모범생인 줄로만 알았던 딸의 자퇴 결정에 충격을 받은 조혜련은 딸이 지금껏 공부한 이유가 "외로워서"라는 말을 듣고 더 큰 충격에 빠졌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의 이혼을 겪고 중학교 때부터 혼자 자취생활을 한 딸 윤아는 반려견과 단둘이 생활하면서 공부가 너무 싫었지만 외로워서 공부 밖에 할 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기숙형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반려견과 어쩔 수 없이 이별하게 된 윤아는 유일하게 의지하던 친구와 헤어지면서 외로움을 이겨낼 방법이 없었고 자퇴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자퇴를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온 윤아는 "너무 괴롭고 살고 싶지 않아서 때려치웠다"라고 말한 뒤 엄마와 대화를 단절하고 자신의 방 안에서만 칩거했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시도하는 엄마에게 "내 인생도 있는데 왜 엄마 마음대로 이혼했어? 엄마가 미워"라며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망을 털어놓았지요.
둘째인 아들 우주와의 갈등은 더욱 심했습니다. 중학생 아들은 오랫동안 이어오던 축구를 그만두고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었고 엄마가 하는 말은 들은 채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우주의 담임선생님은 34명의 반 학생 중 우주의 성적이 30등 정도라고 전하며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어머니의 사랑과 칭찬에 목마른 아이라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는데요.
다소 심각해 보이는 갈등 상황을 보여주며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조혜련은 이후에도 아이들과 계속해서 다툼과 화해를 이어갔습니다. 뒤늦게 딸 윤아가 감정적으로 예민한 성향인데다 부모의 이혼으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된 조혜련은 딸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공부하는 딸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이혼이나 재혼 과정에서 상의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을 깨닫고 "미안하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지요.
아들 우주에게도 칭찬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축구를 그만둔 아들이 중학교를 자퇴한 이후에도 드럼을 배우다가 그만두는 등 방황하는 동안 늘 응원하고 지지해 주었지요. 특히 재혼한 남편까지 합세해 응원한 덕분에 우주는 18살에 초졸이던 학력을 5월 중졸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같은 해 8월 고졸 검정고시까지 패스하면서 반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게임으로 유명한 한 대학의 수시전형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네요.
그 사이 딸 윤아는 미국의 한 크리스천 대학에 입학해 유학 생활 중이라고 하는데요. 오랜 방황과 갈등 끝에 엄마와 화해한 두 아이는 최근 "엄마 결혼 참 잘한 것 같다", "엄마랑 아저씨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라며 엄마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 모습입니다.
어린 시절 당연하게 생각하며 받았던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은 사실 많은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 모든 걸 알고 다 잘 할 것 같은 엄마도 사실은 "엄마는 처음이라" 늘 고민과 걱정에 빠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위대한 것은 자식을 사랑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고등학생 딸에게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용기야말로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엄마의 진심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