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재기 때문에 마트 텅텅 비었다면 여기로 가세요

지난달 24일 런던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핑계로 아시아인에게 무차별 폭행을 벌인 인종차별 범죄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싱가포르 출신으로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23살의 남성 목 씨가 런던의 최중심가인 옥스퍼드 가를 걷던 중 여러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속한 영국인 무리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말하는 것은 듣고 그들을 쳐다보자 해당 무리가 갑자기 목 씨를 폭행한 것인데요. 무리 중 한 명은 폭행 중 목 씨에게 "너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목 씨는 안면 골절 부상을 입었고, 재건수술을 받아야 할 상태에 이르렀지요.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영국은 코로나 사태의 중심에 들어섰습니다. 16일 오전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543명으로 집계되었는데요. 물론 대부분의 확진자는 아시아인이 아닌 영국인이지요. 지난달과 확연히 달라진 코로나 상황에 영국의 분위기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현재 런던에 거주 중인 유튜버 조쉬와 국가비 부부가 현지 상황을 상세히 전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셰프이자 유튜버로 활동 중인 국가비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국 마트의 사재기 현상과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영상 초반 국가비는 "유럽에서 악화되는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음식과 휴지 사재기를 시작했다"라며 인적이 드문 자신의 동네까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알렸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마스크는 이미 아픈 사람과 의료진들만 쓰고, 건강한 사람들은 쓰지 말라고 강요했다"라며 현재 런던의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촬영했다고 콘텐츠의 방향을 설명했지요.

이후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에 방문한 국가비와 조쉬 부부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사기 위해 나온 바람에 마트 안은 북적거렸고 실제로 일부 제품들은 매진되어 진열대가 텅텅 빈 상태였기 때문이지요.

국가비 부부가 공개한 현지 마트는 냉동식품 코너를 포함해 캔에 든 콩류와 밀가루, 쌀, 파스타 등의 먹거리가 동난 모습입니다. 심지어 신라면까지 모두 팔려 없었지요.

특히 화장지가 있던 자리는 넓은 진열대 모두가 비었고 키친타월 서너 개만 남은 모습인데요.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마스크를 만드는 재료가 화장지라거나 중국에서 수입이 끊겨 곧 화장지를 살 수 없게 될 거라는 등 가짜 뉴스가 퍼지는 바람에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빈손으로 나온 국가비 부부는 많은 영국인들이 패닉에 빠진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가 신기하다고 전했는데요. 이에 대해 국가비는 영국에서는 오히려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해서" 마스크를 쓸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걱정했지요.

실제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힘듭니다. 이는 영국 및 EU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예방에 마스크 효과가 별로 없다고 발표한 영향이 큰데요. 영국 보건당국(NHS)은 홈페이지의 공식 질의응답을 통해 “마스크는 병원에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혜택에 대한 증거는 거의 없다”라고 발표했으며, 의료진들이나 코로나19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마스크가 아닌 손 씻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을 통해 몸에 들어오기 때문에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마스크를 쓴 채로 생활하다가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 마스크를 벗기 위해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오히려 바이러스가 침입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때문에 유럽에선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오히려 혐오 차별의 타깃이 되기도 합니다. 마스크를 썼다가 코로나19 보균자로 인식될까 봐 걱정하는 국가비의 우려가 과장이 아닌 것이지요.

마스크를 쓰지 않도고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말과는 달리 영국인들은 코로나19의 확산을 걱정해 사재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트에는 생필품과 먹거리 진열대가 비었고 약국에는 마스크가 동난 상황이지요.

앞서 대형 마트에서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국가비 부부는 이어서 다른 마트에 들르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전과 다른 마트에 들른 국가비는 원하던 '라면'을 살 수 있었는데요. 국가비가 산 라면은 물론 각종 냉동식품과 쌀, 국수 등 대부분의 상품이 여유 있게 남아있던 곳은 바로 아시아 마트입니다. 영국 사람들이 여전히 아시아인을 경계하면서 아시아마트를 피한 덕분에 상품들이 충분히 남아 있는 것이지요.

이미 영국 내 확진자가 천 명을 넘은 상황에서 마스크를 쓴 아시아인과의 접촉과 마스크를 쓰지 않는 영국인과의 접촉 중 더 위험한 상황은 어느 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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