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베트남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여배우가 전한 현지 상황

박항서 매직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던 베트남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습니다. 뜨겁던 한류열풍을 단번에 냉기류로 바꾼 원인은 바로 코로나19의 여파인데요. 베트남 일부에서는 반한과 혐한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현지 교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요.

이런 와중에 베트남 현지에 정착해 살고 있는 우리나라 여배우의 목소리가 눈길을 끄는데요. 개그맨 김정렬의 조카이면서 드라마 '해를품은달빛'을 통해 단역이지만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최율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남긴 것입니다. 최율은 자신의 SNS를 통해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베트남 내 혐한 분위기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는데요.

베트남 택시 어플 그랩으로 택시를 호출했다가 거부 당했다는 최율은 택시 기사가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며 "베트남 내 혐한 분위기 점점 심해지고 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엘리베이터에서 한국인 타고 있으면 안 타고, 길거리에서 한국인 지나가면 욕하는 사람도 있음. 경비가 집에 찾아와서 감시하듯이 거주증 여권 검사하고, 괜히 한국인이라 열 체크 당하고. 여긴 정말 북한이랑 다를 게 없는 건가"라며 속상한 마음을 전했지요. 더불어 "얼마 전까지 '박항서의 나라'였다가 왜 상황이 이렇게 됐나"라며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무섭고 싫다"라고 힘든 심경을 털어놓았는데요.

최율이 전한 대로 베트남에는 한국인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교민이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한국어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문이 붙었으며, 일부 아파트에서는 한국인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 등 특정 엘리베이터만 지정해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박항서의 나라'라는 이유로 한국인이라면 밥과 반찬을 더 줬다는 베트남 식당에서는 "한국 사람인데 격리 안 해도 되느냐"라고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는데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택시의 승차거부를 당하는 것은 물론 관광지 내에 있는 기념품 매장에서도 "한궉?(한국인이냐)"이냐고 물은 뒤 맞다고 답하면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요.

특히 지난 24일 대구발 여객기를 타고 베트남 다낭으로 입국한 한국인 20명이 격리됐다가 이틀 만에 18명이 조기 귀국하는 일이 벌어진 후 현지인과 교민 사이 갈등은 더 커졌는데요. 격리 사태 이후 베트남에서는 공안이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거주지를 방문해 체온 측정 및 증상 여부 확인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일부 한국인들이 검사를 거부하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베트남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인들의 입장은 다른데요. 베트남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과 달리 "공안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기다리고 있었으나 오지도 않았다"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교민들 사이에는 언론도 공안도 믿을 수 없다면서 베트남 당국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요.

한편 베트남 현지 상황을 고발하는 목소리로 주목받은 배우 최율은 남편의 사업 문제로 현지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율의 남편은 지난 2017년까지 한국프로농구에서 뛰던 정휘량 선수로, 당시 전주 KCC와의 계약기간이 1년 더 남았지만 은퇴를 선택하고 베트남으로 떠나왔습니다.

정휘량이 보장된 자리를 마다하고 베트남으로 온 이유는 베트남에서 농구계 박항서가 되어보겠다는 포부 때문이었는데요. 실제로 호찌민시에서 유소년 농구교실을 운영하며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고 있는 정휘량 코치는 한국 농구의 선진 시스템을 베트남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만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베트남 농구 발전에 기여해보겠다는 그의 목표는 최근 베트남 사회에 불고 있는 혐한 분위기로 다소 주춤할 수밖에 없는데요. 코로나가 갈라놓은 베트남과 한국 사이 심리적 거리가 하루빨리 회복되어 베트남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물꼬가 트이길 기대합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