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가방'으로 불리던 명품백이 강남엄마들 기저귀가방이 되기까지

승무원이 사용하는 패션이나 뷰티 아이템은 늘 관심의 대상입니다. "승무원이 사용하는 OO"이나 "승무원의 필수템" 등의 광고문구를 붙인 제품에는 눈길이 가지요. 특히 승무원은 명품브랜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는데요.

모든 승무원들이 명품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방문은 잦은 만큼 해외 체류 중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에서 제품을 접할 기회가 많고 보다 싼 가격에 명품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중 지난 몇 년간 "승무원가방"으로 불린 명품 브랜드의 제품이 있는데요. 어딜 가나 이 가방을 들고 다니면 "승무원이구나"라고 알아볼 정도였다고 하지요.

티파니 팔찌와 함께 승무원의 필수템으로 불린 해당 제품은 바로 명품브랜드 고야드의 생루이백입니다. 클래식한 패턴에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로 제작된 쇼퍼백 형태의 생루이백은 오랜 시간 패션 피플들의 데일리용 가방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가볍고 활용성이 좋아 최근에는 어린 자녀를 둔 육아맘 등 소지품을 많이 들고 다니는 여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코코샤넬이 사랑한 가방
메종 고야드

명품 브랜드 메종 고야드는 1792년 프랑스의 피에르 프랑수아 마틴이 설립한 트렁크 사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귀족들은 자주 여행을 다니며 편하고 멋스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여행가방을 원했고, 방수 재질을 활용한 가볍고 튼튼한 트렁크를 제작해 판매하는 마틴의 상점은 귀족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지요. 이후 마틴은 자신의 상점에서 직공으로 일하던 모렐에게 사업을 물려주었고 모렐은 견습공이던 17살 프랑수아 고야드에게 자신의 비법을 전수했는데요.

1852년 모렐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해당 상점은 프랑수아 고야드가 이어받았고 이후 고야드는 32년간 혁신적인 경영을 통해 사업을 전혀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1885년 사업을 물려받은 아들 에드몬드 고야드는 처음으로 고야드 광고를 만들고 세계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트렁크 외에 애완동물 액세서리와 자동차용 제품 등을 개발했으며 상징적인 고야드의 Y자 패턴도 디자인했지요.

이후 고야드는 프랑스의 럭셔리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대형 기업의 후원 없이, 마케팅이나 대량 생산을 완전히 배제한 고야드의 생산 방식은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게 되었지요. 특히 면과 마 등의 소재 위에 여러 번의 수작업을 거치고 특수 가동 처리를 해서 제작되는 고야드의 캔버스는 고야드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인데요. 덕분에 코코샤넬과 자크 까르띠에, 파블로 피카소, 칼 라거펠트 등 예술가들도 고야드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견고하다는 고야드백
가죽이 아니다?

더불어 고객 한 사람만의 요구에 맞춰 제작되는 특별주문제작제품은 고야드만의 특별한 서비스인데요. 1900년대 초반 영국 왕실과 러시아 황제, 인도의 마하자라와 존 록펠러 등 유명 인사들이 고야드 가방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 넣으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제품의 크기와 용도, 캔버스의 색상, 이니셜의 서체까지 모든 것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지요.

제품의 디자인부터 완성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특별주문제작제품이 부담스럽다면 나만의 로고를 새길 수 있는 마카쥬 서비스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작업으로 제품 위에 페인팅을 해주는 서비스인데요. 과거 귀족들이 트렁크에 가문의 문장을 새겨 신분을 알렸던 데서 착안한 서비스로 고객이 원하는 색깔을 가방 위에 덧입히고 원하는 이니셜도 새길 수 있습니다.

고야드백은 가죽이 아닌 특수가공처리된 캔버스 소재이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다 보면 접히는 부분이나 손이 많이 닿는 곳은 페인팅이 벗겨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러한 가방의 사용감을 그대로 유지하되 마카쥬 서비스를 이용해 그 위에 새로운 이니셜이나 문양을 그려 넣고 나만의 가방으로 만드는 것이 고야드백의 매력을 즐기는 진짜 방법이지요. 마카쥬 서비스에 사용되는 페인트조차 고야드가 직접 개발한 천연 원료만을 이용한다고 하니 명품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네요.


강남엄마들의 필수템
국민 기저귀 가방 생루이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야드는 2007년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하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이 1997년 국내에 입점한 것에 비하면 무려 10년이나 늦은 셈인데요. 국내 입점 이전부터 명품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 이미 '명품 중 명품'으로 소문이 나 있던 고야드는 개점 당일 하루 만에 무려 1억 3천만 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3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2호점을 열고 2017년 신세계 강남점에 3호점을 연 고야드는 국내 패피들 사이에 꾸준히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입니다. 광고, 온라인 마케팅, 유명인 협찬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고야드는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독점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덕분에 샤넬, 루이비통처럼 인지도가 높은 명품 브랜드 보다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졌지요.

다만 최근 들어 패션에 관심이 높은 이들이 늘어나고 명품 브랜드가 더 이상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면서 고야드 또한 국내 다양한 연령대에게 사랑받는 국민 아이템으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고야드의 생루이토트백은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고 물에도 젖지 않는 실용적인 소재와 널찍하고 활용도 높은 공간 덕분에 아기 엄마들 사이에 국민 기저귀 가방으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PM과 GM으로 나뉜 사이즈 가운데 엄마들의 PICK은 단연 큰 크기의 GM제품. 센스 있는 엄마들은 해당 사이즈에 맞는 이너백을 구입해 가방의 활용도를 높이기도 했지요. 때문에 한때 강남에서는 아기띠를 한 젊은 엄마 대부분이 생루이백을 든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고야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핫아이템은 바로 클러치입니다. 고야드의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Y패턴은 남성 패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옷 좀 입는다는 남성들은 대부분 고야드의 클러치를 하나씩 소장했지요.


프랑스에서 사면 얼마나 쌀까?

다만 고야드의 인기가 대중화되었다고 가격까지 대중화된 것은 아닙니다. 지갑은 50~200만 원대, 핸드백은 150~800만 원대, 트렁크는 500~1000만 원 이상까지 가격은 명품 브랜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수준인데요.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생루이토트백 PM 사이즈의 경우 국내 백화점에서 130만 원대입니다.

때문에 보다 저렴하게 생루이백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실제로 프랑스 매장에서 구입하면 얼마나 저렴하게 살 수 있을까요? 파리에 위치한 매장에서 생루이백 PM의 가격은 835유로, 한화로 약 116만 원인데요. 175유로 이상 구매 시 가능한 택스 린펀을 받으면 11~13%의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고, 대신 한국으로 들어올 때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내야 합니다.

즉, 구입가인 116만 원이 가방의 최종 가격이 되는 것이지요. 이는 국내 백화점에서 130만 원대에 사는 것보다 15만 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인데요. 가방을 사기 위해 프랑스로 가는 비행깃값을 지불할 필요는 없겠지만 프랑스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겠네요.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해외공장을 설립하고 아웃소싱을 선택한 반면 고야드는 여전히 모든 제품을 프랑스에 위치한 공방에서만 제작하고 있습니다. "명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기준과 경계가 모호해지는 요즘 고야드의 제작 방식과 장인정신만큼은 명품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해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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