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만 원 갖다 줘도 괜찮다던 아내 그리고" 봉준호 곁을 지켜준 여인 3인방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봉준호 감독에 대해 극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의 영광을 차지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켜준 조력자들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는데요.


2년 동안 420만 원 벌었는데도
못 먹어도 GO! 외친 아내 정선영 작가

봉준호 감독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큰 힘을 준 건 누가 뭐래도 가족이겠지요. 봉 감독의 아내는 대학시절 학교 영화동아리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뒤 결혼까지 골인한 시나리오 작가 정선영인데요. 봉 감독은 미국의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동아리에서 영화광인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나의 첫 번째 독자였다. 대본을 완성하고 그녀에게 보여줄 때마다 너무 두려웠다"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봉 감독의 첫 번째 독자였던 정선영 작가는 봉 감독의 초기 단편영화인 '지리멸렬'에 편집 스태프로 참여하며 실질적으로 봉 감독을 돕기도 했는데요. 정 작가는 1995년 결혼한 직후 조감독으로 활동하는 1년 10개월 동안 총 420만 원을 벌어온 남편 봉준호를 여전히 응원했습니다. 이후 친구들에게 쌀을 얻어먹어야 할 정도로 생활고가 심해지자 봉 감독은 1년 치 생활비가 남았으니 마지막으로 1년만 시간을 달라고 전했고 이에 정 작가는 "못 먹어도 고!"라며 흔쾌히 남편을 지지했습니다.

아내 정선영의 지지와 응원으로 완성한 작품은 바로 '살인의 추억'이었고 해당 작품의 성공으로 인해 봉준호 감독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요. 아내 정선영의 응원이 아니었다면 영화 '살인의 추억'은 나올 수 없었고 더불어 아카데미 무대 위 봉 감독의 모습도 볼 수 없었을 텐데요. 봉 감독 역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후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오빠 곽경택, 남편 정지우
한국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곽신애 대표

봉준호 감독이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이 아내라면 영화 '기생충'에 기여한 바로는 아내 못지않은 지분을 자랑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바로 '기생충'의 제작을 맡은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이지요. 곽신애 대표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 감독과 함께 나란히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려 작품상 수상자가 되었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긴 이래 아시아 여성 프로듀서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입니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세계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곽신애 대표는 사실 영화와 인연이 남다른 사업가입니다. 곽 대표의 친오빠는 영화 '친구', '극비수사'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곽경택이고 남편은 영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을 만든 정지우 감독인데요. 곽 대표 역시 영화잡지 '키노'의 기자로 영화계에 입문해 2년 여간 활동한 바 있지요.

다만 키노의 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취재원으로 만난 정지우 감독과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영화기자로서 순수성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는 곽 대표는 결혼과 동시에 키노를 그만두게 됩니다. 이후 영화 홍보대행사 '바른생활'과 제작사 '청년필름', '신씨네' 등을 거쳐 2010년 바른손이앤에이로 입사했지요. 그리고 입사 3년 만인 지난 2013년 바른손이앤에이의 대표직을 맡게되었는데요.

사실 곽 대표는 이전까지 직접 키를 쥐고 제작한 영화가 단 한 편뿐인 초짜 제작자인데다 봉 감독과의 협업은 처음인 상황에서 '기생충'의 제작을 맡았습니다. 이전부터 봉 감독의 팬이었다는 곽 대표는 '기생충' 제작을 논의하면서 봉 감독에게 "작품에 폐가 될까 봐 너무 두렵지만 설레기도 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고 이에 봉 감독은 "뭘 또 두렵기까지 씩이나"라는 답변으로 안심시켰다고 하네요.

실제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곽 대표는 "나는 서포터였다. 봉 감독님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최대한 속속들이 알고 있었는데, 봉 감독이 하고자 하는 것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는데요. 곽 대표가 제작자로서 봉 감독을 온전히 신뢰하고 영화에 얽힌 많은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한 덕분에 '기생충'이 완벽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봉준호의 언어아바타
영화감독 준비 중이라는 통역 샤론최

'기생충'이 시상식 무대를 휩쓰는 동안 봉준호 감독 곁을 지킨 또 한 명의 여성은 한국계 미국교포 샤론 최입니다. 샤론 최는 지난해 5월 칸 영화제부터 봉 감독의 통역을 담당해 왔는데요. 봉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투를 센스 있게 통역해서 전달한 덕분에 미국 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샤론 최를 별도의 기사로 조명했는데요. 보도를 통해 "무대 위에서 그녀의 차분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라고 전했지요.

언론보다 먼저 그녀를 주목한 것은 전 세계 네티즌들입니다. 현재 SNS에는 샤론 최의 기억력과 어휘력을 칭찬하는 게시물이 넘쳐나는데요. 유튜브에서도 샤론 최의 통역 장면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지요. 특히 지난해 12월 투나잇쇼에 출연했을 당시 영화내용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봉 감독이 "스토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다"라고 한 것을 "the film is the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라고 통역한 것은 레전드로 꼽히는데요.

이외에도 봉 감독이 "살아서 날뛰는 물고기처럼 만들어주고 싶은데"라고 한 말을 "I want them feel like they're fish fresh out of water free to flap around whenever they want"라고 통역해 감탄을 자아냈지요. 더 놀라운 사실은 완벽한 통역 실력으로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하게 된 사론최가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는 점인데요. 25살의 교포 샤론최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독립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예비 영화감독입니다. 현재는 장편영화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샤론최에 대해 "지금 몇 개의 장편 각본을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라며 영화계 후배로서 그녀를 응원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 역시 샤론최에 대한 관심이 통역을 넘어 그녀의 영화에까지 연결되고 있는데요. "샤론최는 오스카 시즌의 MVP"라며 "다음에는 그녀가 자신의 영화로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하길 바란다"라며 응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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