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 어린이집 선생님까지 모르고 지냈던 내 주변 신천지 교인들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신천지 공포에 빠졌습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과 맞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17일까지 국내에는 누적 확진자가 단 30명. 그중 9명은 완치 판명을 받고 격리해제되면서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극찬을 이어갈 정도로 감염 상황에 우수한 대처능력을 보여주었는데요.

칭찬을 늘어놓은 해외 언론의 보도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국내 코로나19의 감염 상황은 말 그대로 재난이 되었습니다. 31번 확진자는 6일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10일 전후로 고열 등 증상이 있어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드나들었는데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호텔뷔페를 이용했고 교회에서 예배까지 드렸습니다.

이후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21일 오전 9시 기준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놓은 공식자료에 의하면 확진자는 총 156명으로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단 4일 만에 무려 120명 이상 늘어난 셈인데요. 그중 대구경북 확진자는 111명이고 그 외 지역의 새로운 확진자 역시 31번 확진자와 관련성이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바로 31번 확진자가 참석했다는 신천지 예배의 참석자와 참석자의 지인들이지요.

20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는 어린이집 교사가 포함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요. 해당 교사 역시 31번 확진자와 함께 예배에 참석했던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을 접한 해당 어린이집의 학부모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의 원생이 100명이 넘어 감염에 대한 공포가 큰 데다 이제까지 아이를 교육한 교사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 자체도 놀라웠기 때문이지요.

또 군부대 역시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방역이 뚫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는데요.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의 장교 1명이 신천지 교인인 여자친구와 접촉 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주말 동안 여자친구와 접촉한 해당 대위는 여자친구가 9일과 16일에 신천지 예배에 참석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상부에 이를 보고했고 금일(2.21)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신천지 교인으로 알려진 확진자가 대거 등장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신천지 교인들이 이렇게 많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11월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신천지예수교회의 교인 수는 2018년 기준 20만 2899명입니다. 해당 보도에서는 신천지에서 운영 중인 성경교육기관인 시온기독교선교센터를 함께 소개했는데요.

1984년 창립된 신천지는 1990년부터 해당 선교센터를 개원했고 체계적인 성경교육과 새 신자 입교 프로세스를 정립한다는 목표로 운영을 이어가 2008년부터는 매년 1만 명 이상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0기 수료식에는 무려 10만 3764명의 수료생이 배출되었으며, 10만 명의 수료생을 한 번에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 부산 연수원과 광주 연수원에 나누어 수료식을 진행했고 112개국에서 영상 생중계를 진행하기도 했지요.

성경교육이라는 명목의 해당 센터는 결국 전도를 위한 시스템인데요. 6개월간의 교육과정과 최종시험까지 통과해야 하는 만큼 해당 교육을 수료한 교인들은 신천지가 내세우는 교리를 온몸으로 익힐 수밖에 없지요. 더불어 신천지 교인들의 특별하면서도 적극적인 전도 방식도 신천지 급성장의 비결로 꼽히는데요.

신천지 교인들은 주로 기존 기독교인들을 포교대상으로 삼고 전도를 계획합니다. 개신교 교회에 신천지 교인이라는 점을 숨기고 잠입하여 함께 성경공부를 하자는 명목으로 접근하는 것인데요. 지난해 이단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에서 개최한 총회이단대책세미나에서는 신천지의 포교접근멘트 10가지를 소개하며 교인들에게 이를 주의하라고 전했습니다.

소개된 포교 접근 멘트에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적아달라", "선후배 멘토링해요", "영어 스터디 함께 해요" 등 의심하기 어려운 친절하고 친근한 멘트들이 주를 이루었지요. 덕분에 지난해 10만 여명의 선교센터 수료생 가운데 기존 개신교 교인들은 27.5%에 달했습니다.

그 외 무교인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포교는 더 치밀하고 계획적입니다. 지난해 CBS는 신천지의 포교방법과 신도관리 방법을 적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는데요.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신천지는 친분과 신뢰를 쌓는 만남을 거쳐 중간관리자를 연결하고 이어 성경공부를 약속한 다음 교사를 통해 본격 교리 주입의 방식에 다다르는 총 4단계에 거쳐 포교활동을 합니다.

팀을 구성한데다 치밀한 계획과 작전으로 진행되는 포교활동은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한 개신교회의 청년부에서 만든 유튜브 영상은 신천지에 포교 당하는 청년의 모습을 재연 드라마로 엮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을 만든 주인공은 "100% 당한다"라며 신천지의 포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지요.

이쯤 되면 성경공부를 하고 전도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라고 반문이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를 다니지 않고 무교인 사람들에게는 이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요. 다만 성경에 대한 해석이나 교회 분파를 차치하고서라도 신천지는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07년 MBC PD수첩은 신천지에 대한 비판보도를 전격적으로 방영했습니다. 당시 방송에서는 신천지의 청년 교인들이 학교도 직장도 가정도 포기한 채 전도에만 전력투구하고 가출은 물론 이혼, 심지어는 자녀가 부모를 고소하는 경우까지 적지 않다고 전했는데요.

방송에 따르면 신천지에서는 교인 이탈을 막기 위해 부모에 의해 돌아간 교인을 찾아내려고 자동차에 위치 추적장치를 설치해 추적하고, 부모와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유서를 쓰게 하기도 했습니다. 교인들은 부모와 통화는 이어가되 실제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알지 못하도록 타 지역에서 전화를 거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지요.

또 방송에서는 신천지 창립자이자 총회장인 이만희가 직접 등장해 위와 같은 신천지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신천지에 빠져 가출한 자녀를 돌려달라며 시위 중인 부모에 대해 이만희는 "없는 사람을 어떻게 내놓느냐"면서 "자식을 하나 낳아서 줄 수도 없고"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영생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은 스스로 영생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그렇게 믿는 교인들에게 고마워서 막걸리라도 받아줘야겠다고 말했는데요.

영생을 직접 말한 적이 없다는 이만희의 주장과 달리 PD수첩에서는 자신에게도 영생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영생권을 줬다고 말하는 교인의 인터뷰와 이만희가 직접 써준 "축영생"이라는 문구가 적힌 수첩을 공개했습니다. 본인의 영생은 물론 교인들에게 영생권을 주기까지 하는 절대권력자 이만희와 그의 말을 따르느라 가족까지 멀리하고 전도에만 목숨의 거는 신천지 교인들의 모습이 일반적인 상식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요.

때문에 방송 후 논란은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본 신천지는 사이비로 불렸지요. 이에 대해 이만희는 PD수첩의 방영분을 고소했고 2009년 고등법원에서는 '조정조서'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신천지 측에서 제기한 반론을 방송으로 내보내주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는 정정보도와는 전혀 다르며 상대 측에서 주장하는 반론 보도를 전해주기만 하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신천지 측은 해당 내용을 마치 정정보도인 양 편집하여 교인들에게 전파했고 이를 실제로 믿은 교인들은 PD수첩이 허위 사실을 보도했으며 이에 대해 인정했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상에 게재했습니다.

신천지 교인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이만희를 중심으로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만희는 신천지 관련 앱을 통해 총회장님 특별편지라는 제목으로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으로 안다"라고 주장했고, 신천지 교인들 사이에는 신천지 관련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댓글작업을 종용하는 SNS가 돌고 있기도 합니다.

신천지 예배를 통한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은 종교적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 전체의 건강과 목숨이 걸린 일이며 종교와 분야를 막론하고 합심해서 헤쳐가야 할 사회적 문제인데요. 신천지 측이 지금만큼은 영생이 아닌 코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데 집중하고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적극 따라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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