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기세 당당하던 시진핑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위기를 맞은 모습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의 추세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신종코로나 발생 초기에 의료계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국이 이를 억누르면서 공적 논의가 이루어질 기회를 놓쳤고 사회에 조기 경보를 울릴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특히 지난해 연말 우한 폐렴 발생 사실을 최초로 폭로했던 중국 의사 리원량이 지난 2월 7일 사망하면서 중국 내 민심은 분노하고 있는데요.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증세가 있는 환자 보고서를 입수해 이를 대학 동창들의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고 이후 해당 사실은 중국 내 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었습니다. 사스 당시와 같이 대규모 확산의 기미가 보인다는 경고를 한 셈인데요. 하지만 소식을 접한 당국은 사실을 확인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대신 리원량과 동료 의사들을 우한 경찰서로 불러 괴담 유포죄에 대한 처벌을 내렸습니다.
공안에 끌려간 리원량과 동료들은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질서를 해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의 훈계서에 서명해야만 했지요. 이후 부당한 처벌에 맞서는 대신 환자를 돌보는 일에만 매진한 리원량은 안타깝게도 지난 1월 10일경 기침과 발열이 심해지면서 입원치료를 시작했고 결국 사망했는데요. 그는 유서를 통해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 피우지 말라며"라고 당국의 압박을 받았던 사실을 털어놓으며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후 리원량의 어머니는 아들을 한밤중에 우한 경찰서로 끌고 가 침묵을 강요한 경찰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리원량의 어머니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며 "우한의 상황은 참혹했다"라고 전했는데요. 한편 리원량에게는 5살 아들과 다가오는 6월 둘째 출산을 앞둔 아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뒤에는 공안이 있다
리원량의 죽음으로 중국 내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민심과는 정반대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우한 참상을 고발하며 시민기자를 자처하던 인권 변호사의 행방이 묘연한 것인데요. 갑자기 사라진 그를 두고 '제2의 리원량'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35세 인권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는 지난 1월 23일 우한 봉쇄령이 내려지고 하루가 지난 같은달 24일부터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사태를 보도해왔습니다. 우한 병원은 물론 장례식장 등의 상황을 있는그대로 보여준 그의 영상은 온라인상에 게재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당국의 지시 아래 관영 매체의 친정부적인 보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그의 동영상은 현실을 적시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소중한 채널이었지요.
다만 천추스 역시 공안의 압박을 받아야만 했는데요. 실제로 그는 1월 30일 영상에서 "무섭다.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뒤에는 공안이 있다"라며 당국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어 "살아있는 한 우한에서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은 밝혔지요. 하지만 죽기 전에는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던 천추스가 보도를 중단하고 사라지면서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6일부터 천추스는 보도를 멈춘 것은 물론 가족, 친구 등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천추스의 친구 중 한 명은 7일 트위터를 통해 천추스의 어머니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영상 속에서 어머니는 "네티즌과 우한에 있는 분들에게 아들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영상을 촬영한다"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어 같은 날 밤 천추스의 또 다른 친구는 "칭다오의 공안국장이 천추스의 부모에게 그가 격리돼 있다고 전했다"라며 "어머니가 언제 어디로 끌려갔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답변을 거부했다"라고 밝혔지요.
천추스가 공안에 끌려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CNN은 그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우한 시경과 칭다오 시 경찰에게 문의하기도 했지만 정보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는데요. 이에 중국 내 SNS인 웨이보에는 천추스를 풀어주라는 요구와 리원량에 대한 사과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게시물들을 게재 직후 삭제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또 한 번 언론의 탄압으로 맞서는 셈이지요.
유동인구 많은 기차역에서 바이러스 추격전 벌인 유튜버
반면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9일 낮 12시경 동대구역에서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추격전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흰색 방진복을 입은 두 명이 기침을 하는 두 사람을 쫓아가며 "거기 서세요"라며 추격전을 벌였지요. 이를 본 시민들은 감염 공포에 떨어야 했고 해당 상황은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온라인 커뮤니티로 번지면서 공포감이 확산되었는데요.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방진복을 입은 두 명을 포함한 총 4명의 일당은 유튜브채널 비슷해보이즈의 운영자와 출연자로 환자발생을 가장한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은 실제로 큰 위협을 느꼈고 공포에 떨어야 했는데요. 가짜 상황을 연출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큰 혼란을 일으킨 그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단순 경고조치 뿐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환자 연기하더니 경찰 농락까지
단순 경고조치에 그치는 처벌을 우습게 본 것일까요? 또 다른 국내 유튜버는 대놓고 경찰을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유튜브채널 우짱의 운영자는 강 씨는 지난 1월 30일 부산의 지하철 3호선에 탑승하여 승객들이 탑승한 가운데 심한 기침을 하며 "나는 우한에서 왔다. 폐렴이다.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라"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도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승객들은 놀라 자리를 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지요.
하지만 이후 지하철에서 내린 강 씨는 "저는 이제 정상인입니다. 아무도 내가 지하철에서 이상한 짓 한 줄 모를거야"라고 말하며 비웃음을 흘렸는데요. 이 같은 행동에 대해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자 강 씨는 자진 출석했고 경찰에 "유튜브에서 유명해지려고 그랬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경찰 조사 중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강 씨에 대해 경찰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불안감을 조성한 점을 근거로 업무방해와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요.
강 씨는 경찰의 영장 신청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조롱하는 듯한 영상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10일 강 씨는 자신의 유튜브채널을 통해 '구속영장 두렵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는데요. 해당 영상 속에서 강 씨는 두려움에 떠는 듯 연기를 하고 "너무 무서워서 오줌을 쌌다"라며 바지에 물을 뿌리는 등 상황을 희화화했습니다. 더불어 경찰을 '견찰'로 호칭하며 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는데요.
다만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해서 100% 되는 것이 아니다. 검찰, 법원 승인을 받아야한다"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 강 씨의 말과 달리 검찰은 이미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상태이니만큼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언론탄압으로 인해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 중국의 상황도 안타깝지만 주어진 자유를 바르게 사용하지 못해 씁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