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래머들의 핫플된 체르노빌, 후쿠시마 투어도 생긴다고?

SNS에서 영향력을 행사 중인 인플루언서들의 좋아요를 받기 위한 노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데요. 절벽이나 달리는 기차에 매달려 사진을 찍는 등 위험한 행동을 일삼기도 하지요.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에는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던 인도 출신의 부부가 무리한 인증샷을 시도하다고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태프트 포인트 절벽에서 셀카를 찍다가 추락사했는데요. 이렇듯 SNS 인증샷을 위한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들은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변화의 분위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본인에게 위험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역사적 재앙의 현장에서 무지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좋아요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은 물론 남의 목숨도 귀하지 않다는 인스타그래머들의 부끄러운 행태를 TIKITAKA와 함께 만나봅시다.

전 세계 인스타그래머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핫플레이스는 바로 체르노빌인데요. 20세기 최악의 재앙으로 불리는 원전 폭발 사고 이후 33년간 유령도시로 방치되었던 이곳은 최근 미국에서 방영한 한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관광지로 떠올랐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지난 5월 미국 HBO에서 방영한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입니다. 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직후를 배경으로 사고를 은폐하려는 소련 정부와 진실을 밝히려는 핵물리학자, 그리고 소방관과 군인, 광부들의 희생을 그렸는데요. 그 인기가 어마어마해 시청률이 ‘왕좌의 게임’을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이 같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관광업 계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드라마 방영 이후 체르노빌 관광상품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관광객 수도 2배 이상 늘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르노빌 투어 상품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격은 약 8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다양하며 우크라이나인 가이드가 체르노빌을 안내하는데요.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체르노빌을 볼 수 있는 상품부터 프라이빗 투어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는 드라마 '체르노빌' 투어입니다. 해당 투어의 일정에는 사고 당시 방사능을 정찰했던 장갑 순찰차 타고, 체르노빌 원전 내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도 포함되어 여행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요.

하지만 수십만 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참사를 구경거리로 삼았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고 체르노빌을 찾아간 관광객 중 대부분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경각심 없이 인증 사진을 남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중 일부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요. 그들에게 체르노빌은 사진을 남기기 좋은 핫플레이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때문에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체르노빌의 황폐한 참사 현장을 마치 화보 촬영의 세트장인 듯 활보하면서 섹시한 콘셉트의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심지어 11만 5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한 여성은 황폐한 체르노빌에서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속옷만 입은 채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반나체로 사진을 찍은 곳은 지난 1986년 4월 26일 구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낸 참사의 현장입니다. 사고 당시 작업자 2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구조 및 진화작업을 벌이던 직원 및 소방대원들이 방사능에 피폭됐는데요. 주민 9만여 명 또한 모두 강제 이주됐으나 사고 후 6년간 발전소 해체작업에 동원된 노동자 5700여 명과 민간인 25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로 방출된 1억 Ci의 방사능은 기류를 따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도 낙진이 검출되었을 정도이지요. 현재까지도 약 43만 명이 암, 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플루언서들은 말 그대로 SNS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들인데요. 대중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할 그들이 20세기 최악의 재난 현장에서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채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SNS 이용자들 역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무례한 사진이 많다.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참사에 무감각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한 사람들이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체르노빌’의 크리에이터 크레이그 메이진까지 직접 나서 자제를 호소했는데요.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드라마의 인기로 체르노빌 방문객이 늘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부디 그곳에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체르노빌에서 고통을 받고 희생을 치렀던 모든 이에게 존중심을 가지고 행동했으면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역시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입니다. 일본은 오는 2036년 경 후쿠시마 원전을 완전히 관광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관광지화 계획' 페이스북 페이지(스포츠경향)

일본은 2013년 가을부터 ‘후쿠시마 원전 관광지화 계획’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개글에 따르면 향후 일반 시민이 보호장비 없이 수백m 거리까지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2036 년 후쿠시마 원전 지역에 지을 시설과 전시 내용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후쿠시마는 원전사고와 방사능 관련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을 뿐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후쿠시마 관광 부흥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는데요. 사고 1년만인 2012년부터 정부차원에서 적극나서 관광객 유치에 힘써왔습니다. 실제로 후쿠시마현 공식 관광안내 홈페이지를 보면 2012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해외 청소년 초청 문화체험행사를 개최한 이력도 있습니다.

더불어 일본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 투어에 불을 지피려는 시도가 보이기도 하는데요. 다만 여전히 피해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사고를 돈벌이 도구나 구경거리 정도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방문이 실제로 안전하긴 한 것인지 여러 의문이 듭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