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도 안 간다는 해외여행지의 인종차별 수준

지난달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혐오와 차별 대응 주한 대사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간담회는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주한 대사, 유엔기구 대표 등이 참석해서 유럽 등 인권 선진국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뒤 시민들의 인식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듣는 자리였는데요.

KBS뉴스

이날 회의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은 피터 레스꾸이에 벨기에 대사, 앞서 4월 부인이 옷가게 직원을 폭행해 논란을 일으킨 후 첫 공식석상에 나선 그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부인의 폭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국의 차별금지법 시행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발언했습니다. 차별 회의 중 레스꾸이에 대사는 벨기에가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전담기구를 둬 교묘해지는 차별 행위에 대응하고 있으며 차별금지법을 입법하는 것으로 반짝 끝나면 안 되고 이후 활동 계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한국에 조언했습니다.

벨기에 대사 부인과 피해자

벨기에가 한국에 비해 인권 선진국이라는 듯 한바탕 조언을 쏟아낸 레스꾸이에 대사는 정작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내의 폭행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입을 닫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대사의 부인은 환경미화원을 폭행한 혐의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외교관 가족에게 주어지는 면책특권을 행사해서 '사건 불송치'결정이 내려지긴 했으나 연이은 두 사건으로 인해 벨기에 대사는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이달 9일 한국을 떠났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벨기에 대사 부인 쑤에치우 시앙씨가 중국 태생이라는 점. 시앙씨는 중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벨기에에서 UN산하 EU환경 관련 부서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시아인으로서 유럽 내 인종차별에 대해 민감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종차별의 가해자를 자처한 것.

 

콩고 인구 1000만 명 학살한 벨기에 흑역사

벨기에 대사 부인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벨기에의 흑역사를 언급하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과거 콩고를 착취해 원주민들의 손목을 자른 나라 아니냐"라는 것.

레오폴드 2세

실제로 1865년 벨기에의 왕위에 오른 레오폴드 2세는 벨기에 면적의 75배에 이르는 콩고의 땅과 원주민을 개인 자격으로 소유했습니다. 당시 고무 타이어를 사용한 자전거가 발명되고 자동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무 수요가 폭증했는데, 국토 절반을 고무나무가 덮고 있던 콩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지요. 이에 레오폴드 2세는 콩고 원주민을 모두 고무 생산에 투입하면서 밀림에서 맨몸으로 고무를 채취하는 극한의 노동을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레오폴드 2세는 원주민의 아내나 딸을 감금해놓고 고무를 가져오면 풀어주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강제노동을 거부하는 마을은 몰살시켰습니다. 또 고무 할당량을 맞추지 못하면 손목을 잘라냈고 양손이 잘린 원주민은 쓸모가 없어졌다며 처형시켰습니다.

레오폴드 2세가 콩고를 지배한 20여 년간 콩고의 인구는 1000만 명가량 감소한 반면 레오폴드 2세가 착취한 수익은 2억 2000만 프랑, 현재 가치고 약 1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아시아인 여행객들을 보고 인종차별적 행동을 하는 벨기에 학생들(tvN 가이드)

레오폴드 2세가 콩고 소유권을 벨기에 정부에 넘긴 이후에도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콩고 착취는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960년 콩고가 독립한 후에도 벨기에는 한일 역사와 마찬가지로 기억을 조작하며 제대로 된 사과를 피해왔는데요. 벨기에 교육과정에도 식민통치 역사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 역시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을 수 없는 상황.

 

인종차별이 일상이라는 벨기에 유학 생활

실제로 디자이너 황재근은 벨기에 유학 당시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털어놔 충격을 주었습니다.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에 다녔던 시절에 대해 황재근은 "동양인이고 소수민족이라서 견제하고 무시하는 게 있었다"면서 "숙제 기간을 속이거나 수업이 없다는 사실을 틀리게 알려줬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벨기에 사람들이 내성적"이라면서 원래 햄 2개, 치즈 2개를 주는 건데 1개씩만 넣어주는 소심한 방법으로 인종차별을 한 사례도 말했는데, "따지면 미안하다고 2개 넣어준다. 그리고 다음에 또 1개만 준다"라고 전했습니다.

 

외무부 장관이 검은 칠 분장

지난 2015년에는 벨기에 외무부 장관이 얼굴을 검게 칠해 흑인 분장을 한 모습으로 공식행사에 나서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시 디디에 렝데르스 장관은 브뤼셀에서 열린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모금행사에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흰 모자와 스타킹을 착용하는 등, 19세기 아프리카 귀족으로 분장한 모습으로 참석했는데요. 이에 소수 인종 보호 단체와 아프리카계 벨기에인들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벨기에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국가적인 반 인종차별 정책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벨기에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비난이 거의 없었습니다.

 

"피부가 너무 까매서 옷밖에 안 보인다"

2018년 벨기에 공영방송의 흑인 기상 캐스터가 시청자로부터 인종차별 메시지를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벨기에의 프랑스어 방송인 RTBF의 기상캐스터 세실 드중가는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 한 여성 시청자로부터 "피부가 너무 까매서 옷밖에 안보인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는데요. 드중가는 캐스터로 일해온 1년간 지속해서 이러한 공격에 시달려 왔으며, 심지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면서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메시지를 듣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나도 사람이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돈 주고도 안 간다는 해외여행지

당시 드중가는 벨기에 국민들이 자국에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각성시키기 위해서 문제를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벨기에 국민들 스스로 인종차별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과 달리 벨기에는 아시아 여행자들 사이에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한 여행지 1순위'로 꼽힙니다.

심지어 지난 2017년 국내 여행 예능프로 '사서고생'에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촬영 중 인종차별의 돌발상황이 실제 카메라에 담기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해당 방송의 출연자인 박준형이 브뤼셀에서 숙소를 찾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다 인종차별을 당한 것인데, 한 행인이 박준형의 손을 잡더니 이내 무리와 함께 박준형을 둘러싸고 몸을 더듬으며 시비를 걸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제작진까지 달려들어 말렸으나 행인 무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동양인 비하발언까지 이어갔습니다. 결국 보안요원까지 투입되어 상황을 해결했고 이에 대해 박준형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어서 당황하고 화가 났다"면서도 "해외여행을 가면 꼭 단체로 다녀라"라고 당부했습니다.

 

중국의상+베트남모자+눈찢기=코로나타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길이 막힌 지금도 벨기에의 인종차별 행태는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한 벨기에 고등학생들이 졸업 기념으로 찍은 단체 사진에서 '눈찢기'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졸업을 100일 앞둔 해당 고등학생들은 중국을 테마로 하겠다며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베트남 전통모자를 쓰는 정체불명의 스타일을 갖춘 뒤 '코로나 타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해당 사진이 논란이 되자 학교 측은 "학교나 학생들은 이 사진으로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니다. 우리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고 사과하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인종차별적 행위를 허용해 준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상황이 해결되더라도 벨기에로 여행을 떠날 일은 없다는 국내 네티즌들의 발언도 무리는 아닌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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