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 텅 빈 건물, 700억 임대수익 포기한 이유는?

최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하면 공무원 다음으로 꼽히는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건물주' 즉, 임대사업자. 직업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지는 모르겠으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역할만큼은 해낼 수 있겠지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생 먹고 살 걱정을 덜어줄만한 '똘똘한 한 채'를 바라는 마음을 똑같을 텐데요. 부러움 주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보다도 행복하다는 강남의 3대 부동산 부자를 만나봅시다.

4천억짜리 강남의 랜드마크

GT타워

강남역 9번 출구를 나오면 물결 모양을 한 GT타워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강남의 랜드마크가 된 해당 건물은 외벽 4면이 모두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외관 덕분에 일명 '불타오르는 빌딩', '춤추는 빌딩' 등으로 불리는데요. 2011년 완공된 후 제2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일반 건축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금싸라기 땅값과 건축물 자체의 가치가 더해져 그 시세는 4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억 소리 나는 건물값보다 더 놀라운 것은 해당 건물의 주인이 31세 청년이라는 소문입니다. 현재 GT타워는 가락건설 김대중 회장이 100% 소유하고 있는데요. 그의 슬하에 91년생 외동아들이 있다는 점과 환갑을 넘긴 김 회장이 아들에게 해당 건물의 지분을 증여할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지면서 나온 말입니다.

가락빌딩

앞서 김대중 회장의 선친인 고 김공칠 전 회장은 초졸 출신으로 19살부터 완도 금융조합에서 일을 시작해, 36살에 공해산업을 설립하며 기업가로 나섰습니다. 주로 무역업을 다루던 공해산업의 성과와는 별도로 김공칠 전 회장은 일찌감치 부동산의 가능성에 눈을 떴는데요. GT타워의 부지 역시 1966년에 사들였고 그 외 강남땅을 사들이면서 1992년에는 부동산 매매 및 임대관리업을 하는 대공개발을 설립했습니다.

대공빌딩, 대각빌딩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공빌딩, 서초대로의 대각빌딩과 가락빌딩, 종로 창신동의 동대문 빌딩이 모두 김공칠 회장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2008년 김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외동아들인 김대중 회장이 선친을 이어 해당 건물을 모두 소유하고 있으며 대공개발과 가락건선 회장직까지 맡고 있지요. 이어 김대중 회장의 외동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건물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월 임대료만 20억짜리 쌍둥이 빌딩

해성빌딩

테헤란로 포스코사거리 코너에는 강남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꼽히는 쌍둥이 빌딩이 있습니다. 해성산업 단재완 회장이 100% 개인소유했다는 해성1빌딩과 해성2빌딩인데요. 1990년과 1995년 시기를 두고 준공된 해당 건물은 '쌍둥이처럼' 보이는 외관 덕분에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워낙 넓은 면적 덕분에 연면적을 기준으로 건물의 가치를 매기는데, 평당 2000만 원으로 계산해도 두 건물의 시세는 4천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또 임대료과 관리비를 합하면 월 21억 원이 넘는 수준.

단사천 명예회장

단 회장이 이 같은 알짜배기 건물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선친의 남다른 부동산 투자 감각 덕분이었습니다. 단재완 회장의 선친인 고 단사천 명예회장은 황해도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23살에 재봉틀 회사인 '일만사회'를 세우며 기업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이후 1945년 해성직물상회, 1958년 한국제지, 1977년 계양전기를 연이어 설립했는데요. 다만 단사천 명예회장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기업가로서 커리어보다는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으로서 엄청난 현금유동력입니다.

1966년 경향신문을 통해 '사금융왕 단사천 씨의 현금 실력이 60억 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릴 정도. 실제로 1980년대 사업을 하는 사람 중에 단 명예회장의 돈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는데, 고 정주영 회장도 단사천 명예회장에게 걸려온 전화를 서서 받았다는 일화는 꽤 유명합니다.

단재완 회장
송남빌딩, 해남빌딩

이후 2001년 단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모든 재산은 외아들은 단재완 회장이 물려받았습니다. 그리고 2014년 단 회장은 각기 흩어져있던 한국제지, 계양전기, 한국팩키지, 해성DS, 해성산업 등을 계열사로 하는 해성그룹을 출범했습니다. 그중 해성산업은 알짜배기 부동산 회사로 정평이 나 있는데, 해성1,2빌딩 외에도 세종대로의 해남빌딩과 강남대로의 송남빌딩을 모두 관리하고 있습니다.

단우영 부사장

단재완 회장에게는 장남 단우영 한국제지 부사장과 차남 단우준 계양전기 전무, 두 형제가 있습니다. 특히 단우영 부사장은 복사용지 밀크(miilk)를 출시해서 국내 복사지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사업적 성과와 더불어 부동산 가치까지 더해 해성그룹의 앞날은 무척 밝아 보입니다.

 

강남 한복판에 텅 빈 건물

금싸라기로 불리는 강남 한복판에 텅 빈 건물이 있습니다. 드라마 촬영 장소를 사용될 정도로 유명한 곳을 비롯해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 최적지가 공실이라는 점은 참으로 의아한데요. 수백억 대의 임대수익을 포기하고 공실을 자처한 건물의 주인은 단 한 사람 바로 박 모 씨입니다.

90년대 초 종합토지세 순위가 발표되면서 삼성 이건희 회장보다도 세금을 많이 내는 땅부자로 알려진 박 모 씨는 무성한 소문과 함께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었는데요. 지난 2019년 SBS '그것이알고싶다'에서 그를 둘러싼 소문을 추적한 결과 실제로 박 씨는 70년대 초반부터 무려 50년 동안 강남 일대의 다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그알' 제작진의 취재에 따르면 1970년 11월 강남의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남땅을 이용한 조직적인 투기가 있었는데요. 이때 청와대의 지시로 강남땅을 대규모 구입한 서울시의 한 공무원이 운전기사였던 '박 모 씨'의 명의를 차명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그리고 비자금 조성 후 남은 땅은 계속해서 박 씨 명의로 숨겨두었는데, 90년대 들어 실명제가 실시되면서 박 씨가 그 땅들을 모두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했다는 설명이지요. 이후 관련자들이 모두 사망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은 박 씨가 최종적인 혜택을 누린 셈. 이에 대해 박 씨는 '그알'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건물과 땅은 모두 자신이 정당하게 구입한 것이며 비워둔 이유는 그저 세입자가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박 씨 명의의 건물을 사용했던 세입자들 가운데는 일방적으로 내쫓기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이들도 수두룩했는데요.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소송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나보다 돈 많냐. 나 못 이긴다"라며 큰소리치는 박 씨를 이길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세입자들과의 갈등은 물론 세금 체납 관련 소송을 꾸준히 이어온 박 씨는 심지어 '세금 부과가 위헌'이라는 소송까지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세금을 내고 싶지 않아서인지 불투명한 부동산 취득 과정을 숨기고 싶어서인지, 수백억의 임대수익을 포기하고 공실을 고집하는 이유는 박 씨 자신만이 알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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