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 '무한도전'의 무한상사특집에서 개그맨 정준하가 연기한 정과장 캐릭터는 시청자들 사이 레전드로 꼽힙니다. 부족한 업무능력 때문에 늘 무시당하는 정과장은 예능적 재미를 위해 과장되긴 했지만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늦은 만년과장 캐릭터로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을 얻었는데요. 특히 정과장이 권고사직 당하는 회차에서는 수많은 회사원들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을 정도.
하지만 최근 만년과장, 만년대리를 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승진에서 밀리다 보면 회사에서 잘린다는 논리는 옛말이 되었고, 승진은 그야말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습니다. 회사 내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싸워서 보다 빨리 승진할 것인지, 경쟁은 내려놓고 워라벨을 추구하면서 살아갈지는 가치관에 따라 개인이 선택할 몫이 된 것이지요.
동기들이 모두 과장으로 승진할 때 육아휴직을 결정한 이동수 씨는 직장 생활 10년 차에 여전히 대리입니다. 앞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육아휴직을 시작한 이 씨는 3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모두 사용하고 복직했는데요. 최근 안식월 사용을 앞두고 폭풍 업무 중인 일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알만한 대형 카드회사 B사에 재직 중인 이동수 씨는 예능프로 '아무튼 출근'을 통해 장발의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스타일보다 더 파격적인 직장생활을 공개했습니다. "두발은 자유다. 눈치 보면서 자르는 게 싫다"라며 남다른 개성을 드러낸 이 씨는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는 모토로 일하는 중입니다.
일찍 가서 미리 준비하기보다 정시에 딱 맞춰서 출근하고 최대한 일찍 퇴근한다는 이동수 씨는 드물게도 지난 3월 연이어 일주일 동안 야근을 했는데요. 그 이유는 5년에 한 번씩 한 달을 통으로 쉴 수 있는 사내 복지제도를 활용해서 4월 한 달간 안식월을 사용하기 위해서였지요. 3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씨는 이번 안식월 동안 제주도 비박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이를 위해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아내는 "10년 동안 고생했는데 갔다 와"라며 이 씨보다 더 쿨한 승낙을 했다고.
안식월을 앞둔 이동수 씨는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무사히 인수인계하기 위해 수많은 회의와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대리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내가 제일 잘 안다"라는 사명감으로 본부장에게 직접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했는데, 본부장과의 대화 중에도 서슴없이 주전부리를 먹으며 여유 있게 대꾸를 하는 이 씨의 모습에서 능력자만의 여유가 풍겼습니다. 무엇보다 본부장실을 나오면서 "이렇게 말해놔야 뒤탈이 없다"라고 말하는 이 씨의 발언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지요.
팀원들에게 인수인계 회의를 하면서도 이 씨는 "미안하지는 않다. 고맙지"라며 "그들이 (안식월 사용을 위해)갔을 때 그만큼 해주면 되니까. 내가 미안해하면 그들도 미안해할 거다. 고마운 마음만 갖고 있다"라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상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앞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도 이동수 씨는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며 승진을 포기했습니다. 과장 승진을 앞둔 7~8년 차에 그 기회를 버리고 가정을 택한 것인데, 이에 대해 이 씨는 "승진은 돌이켜 봤을 때 생각이 안 날 거 같은데 아이가 자라는 걸 다 봤고 애착관계가 형성된 건 아예 비교가 안된다"면서 승진 대신 육아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선택을 다시 하라고 해도 비교가 안되는 선택"이라면서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다. 명확하다"라고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강조했는데요. 퇴직 후 아내와 함께 제주도 살이에 대한 비전을 세웠다는 이 씨는 4월 한 달 안식월 동안 제주여행을 통해 재충전 중입니다.
3년의 육아휴직, 한 달간의 안식월을 사용하는 10년 차 대리 이동수 씨가 "회사를 평생 다닐 수 없으니까 있는 동안만 열심히 재미있게 일하자"라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강조한 모토가 있습니다. 바로 일을 할 때만큼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이동수 씨는 "캐릭터가 있어서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일은 하는구나' 포지셔닝이 돼서 편하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사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랜 근무시간이나 살가운 말투보다는 맡은 일을 순조롭게 진행시키는 업무능력입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면서 업무상 민폐를 끼치는 동료와 휴직과 휴가 제도를 알뜰하게 사용하고도 맡은 일은 똑 부러지게 처리하는 동료 중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