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당 매출 1000억이 진짜" 30년 만에 공개된 샤넬의 놀라운 한국 매출

올해 초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파가 이어지던 1월 샤넬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패딩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백화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고, 장시간 줄을 섰다가 매장에 들어갔지만 재고 부족으로 가방을 구매하지 못한 한 소비자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웃지 못할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2020년 5월 샤넬 매장 앞(뉴스핌)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애타는 다소 황당한 전개를 두고 언론에서는 크게 두 가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위축되었던 소비활동에 대한 보복 소비라는 것인데, 실제로 지난해 백화점 봄 정기세일 행사 당시 명품 매장의 매출은 전년대비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2021년 4월 샤넬 매장 앞(서울경제)

이보다 더 큰 요인은 명품 브랜드를 이용한 재테크 열풍 때문인데요. 이달 14일 전국의 샤넬 매장에는 아침부터 오픈런이 발생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샤넬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오르기 전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린 것.

2021년 3월 대구 신세계 백화점 입점 당시(NEWSIS)

샤넬은 가격 정책을 미리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언제부터 얼마나 가격을 올릴지에 대해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 10여 년간 제품 가격을 꾸준히 인상해 온 샤넬이 지난해에도 5월과 11월 두 차례 일부 제품의 가격을 상향 조정했기에 가격 상승에 대한 소문은 신빙성을 얻고 있지요.

일례로 '샤넬 클래식 미디엄'은 2008년 270만 원에서 현제 864만 원까지 가격이 뛰었습니다. 13년간 220% 상승한 가격으로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수익률이 73%에 불과하는 것에 비하면 샤테크가 주식투자보다 나은 셈. '샤넬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은 학계정설이 된 지 오래입니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는 "샤넬 매장 하나당 매출이 천억쯤 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농담처럼 오가던 이 말이 사실로 밝혀져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1991년 샤넬코리아를 세운 이후부터 최근까지 샤넬은 한국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법인을 만들 때부터 유한회사로 설립한 덕분에 무려 30년간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인데요. 유한회사는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와 달리 사원이 주주 역할을 수행하면서 매출,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소규모 공동기업 경영에 적합한 회사의 형태이지만 국내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회계 감시 사각지대를 악용하고자 이러한 형태를 유지해 온 것.

루이비통 메종 서울

실제로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 2011년 매출 4974억, 영업이익 575억 원 가운데 400억 원을 본사로 보내고 국내 기부금으로 단 2억 1100만 원만 지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자 2012년 11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고 경영정보 공개를 차단했습니다. 또 구찌코리아와 프라다코리아 역시 2014년, 2016년 연이어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깜깜이 경영을 이어왔습니다.

청담 샤넬 부티크

때문에 매년 가격을 인상하는 명품 브랜드들에 대해 가격 인상 적정성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연간 수익 규모나 본사 이전 규모, 사회 공헌 활동 등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특별한 명분 없이 인상되는 제품의 가격을 그저 받아들이면서, 국내에서만 유독 비싼 '김치 프리미엄'까지 덧붙여 내고 있었지요.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이들 기업이 유한회사 제도를 꼼수로 활용하자 지난 2014년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외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3년 동안 계류되어 있다가 2017년 통과되었고 2020년부터 적용키로 결정되었습니다.

에르메스 도산 파크

이에 따라 이달 15일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한국법인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정보가 공개되었습니다. 매출 1조 467억 원을 기록한 루이비통이 1위, 9296억 원을 기록한 샤넬이 2위, 4190억 원을 기록한 에르메스가 3위를 차지했는데요. 이로써 국내 1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샤넬이 매장당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우스갯소리는 팩트로 밝혀진 셈이네요.

심지어 샤넬의 매출액은 전 세계 매출 중 10%에 달할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반증했습니다. 전 세계 샤넬 백 10개 중 하나는 한국에서 팔린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샤넬코리아가 한국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불과 6억 원이었습니다. 그 외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역시 영업이익 1000억 원을 거뜬히 넘기는 동안 한국 사회에 대한 기부금은 에르메스 3억 원, 루이비통 0원이었다고 알려져 씁쓸함을 더했지요.

하우스 오브 디올

한편 이번에 공개된 공시자료에 따르면 에루샤 3대장에 이어 매출 3285억 원을 기록한 디올이 4위, 2714억 프라다가 5위이며 그 뒤로 롤렉스(2329억), 불가리(1840억), 보테가베네타(1581억), 몽클레르(1499억), 생로랑(1470억), 발렌시아가(1090억), 페라가모(1056억)이 1000억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 외 에루샤의 막강한 경쟁자로 꼽히는 구찌코리아의 경우 법 개정 시기에 맞춰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상법상 회사 상호를 변경하면서 외부감사 의무를 피해 갔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구찌 국내 매출 역시 1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1조 원을 벌어들이고 기부금 0원을 당당하게 공시한 루이비통과 법의 사각지대로 다시 한번 교묘하게 빠져나간 구찌, 막강한 경쟁자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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