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로 불리던 모델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K 뷰티와 K 패션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으면서 국내 뷰티 패션시장도 글로벌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세계 각지의 모델들이 K 뷰티 패션업계에서 일하고자 우리나라를 찾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요.

지난해에는 독일 출신의 모델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 모델로 활동하면서 '여신급 미모'를 뽐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형 같은 얼굴과 마네킹 못지않은 몸매로 팔로워 79만 명을 거느린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여전히 핫한데요. 어쩐 일인지 해당 계정에는 지난 2월 이후 새로운 사진이 게재되고 있지 않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피팅 모델계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불리며 주목받은 주인공은 독일 출신의 모델 클로에입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 C 업체의 전속모델로 활동한 모델인데요. 하얗다 못해 투명하고 창백해 보이기까지 한 피부와 에메랄드빛 눈동자 덕분에 살아있는 '엘프'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클로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화보 못지않은 일상 사진을 자주 게재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클로에를 알게 된 여성들은 그가 모델로 활동 중인 쇼핑몰에 자연스럽게 들르게 되었고, 반대로 쇼핑몰을 찾지 않는 남성들도 모델 클로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순식간에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리는 SNS 스타가 된 클로에는 한국 팬들 사이에 '김애란'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불리면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팔로워 79만 명을 넘어선 클로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어쩐지 지난 2월 이후 새로운 게시물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클로에는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근황을 전했는데요. 수개월 만에 등장한 그는 한국 팬들의 사랑을 받던 엘프녀 클로에는 "내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클로에도 김애란도 아닌 '프레데 리케'라며 정식으로 소개하고 나섰지요. 클로에와 김애란이라는 이름은 앞서 계약을 맺고 활동한 C 업체에서 정해준 활동명일 뿐이라는 것.

1998년생의 리케는 독일 뮌스터 출신으로, 2018년 대학을 졸업한 후 패션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모델 활동을 하고자 한국에 왔습니다. 이후 모델 활동을 준비하던 중 C 업체의 활동 제의를 받았고, 리케는 이미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던 해당 업체를 알고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전속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해당 업체의 이미지는 리케가 평소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과 맞는 편이 아니었지만 모델 일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그는 한국에서 각광받는 스타일에 익숙해지고자 노력했습니다.

다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음식 적응에도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활동 초반 리케는 인생 최저 몸무게를 기록할 정도로 마른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활동을 이어가던 중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안정을 찾기도 했고 한국생활에도 익숙해지면서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는데요.

앞서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겨웠던 리케는 몸이 회복하는 것에 대해 기뻤지만 회사에서는 반기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리케와 가장 가까이에서 촬영과 작업을 함께하는 스타일리스트는 늘 다이어트에 대한 강력한 어필을 했고 갈수록 강도가 심해졌는데, 이전에도 한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리케의 식습관에 대해서까지 과도하게 간섭한 바 있기에 리케는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한 번은 12월 추운 겨울 산속 캠핑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중 식사시간에 쌀밥은 퍼 오지 않고 국만 퍼 온 리케에게 스타일리스트가 "왜 밥은 먹지 않느냐, 다이어트 중이냐"라고 캐묻기도 했는데요. 밥과 국을 함께 먹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리케는 구구절절 사정을 말하고 잔소리를 듣는 것이 싫어서 "다이어트가 맞다"라고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리케의 답변을 들은 스타일리스트는 "다이어트 중이면 국도 먹지 말라"라며 리케의 그릇을 빼앗아 치워버렸지요.

추운 날씨에 촬영을 하다가 겨우 따뜻한 국물로 몸을 녹이려던 리케는 이날 자존심도 상하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선을 넘은 듯 보이는 과도한 간섭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번은 회사에서 머리를 단발로 짧게 자르라고 요구해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결과적으로 리케도 회사 입장에서도 원하지 않았던 '너무 짧은' 길이의 헤어스타일이 되었지요. 어쩔 수 없이 무척 짧아진 헤어스타일로 회사에 출근했을 때 스타일리스트는 리케에게 "못생겼다"라며 대놓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지나친 간섭과 엄격한 시스템은 23살 사회 초년생이 받아들이기에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리케가 충격을 받은 것은 SNS 활동과 관련한 것인데요. 활동 초반부터 회사에서는 리케의 인스타그램 관리에 대해 적극적인 권한을 원했고 촬영 시간 외에도 여가시간 중에 일상 사진을 자주 찍어 올리길 원했습니다. 심지어 편집과 문구 작성까지 회사에서 하길 원했지요.

일상과 근무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리케는 힘들었고 무엇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진짜'가 아닌 회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미지라는 점에서 괴로웠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자신의 사진들은 평소 자신의 스타일과는 전혀 벗어난 데다 과도한 포토샵 편집을 통해 어색해져서 보기 불편했지요. 또 사진과 함께 적은 글귀들은 한국어 비속어와 신조어들이 섞여 리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대부분이었는데요.

마침내 회사 측은 리케의 인스타그램 계정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아예 리케가 해당 계정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본인들이 온전하게 계정을 관리했습니다. 이에 리케는 이제껏 쌓인 회사의 부당대우에 대한 불만과 서러움이 폭발해서 계약을 종료하고 독일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회사를 떠난 리케는 본인의 진짜 인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면서 스스로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편안한 복장과 민낯으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한결 편안해 보이는데요. 평소 피부가 약한 편이라 촬영 외에는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리케는 다크서클과 여드름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회사와의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회사 측에서 자신의 인 스타 계정과 사진 등에 대한 권한을 주장하고 있어 분쟁이 남아있음을 전했습니다. 공식적인 촬영 사진이 아니라 일상 사진까지도 향후 5년간 사용할 것을 주장하는 중이지요.

한편 리케는 지난 7월 27일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 더 공부하고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이전 회사와의 관계는 접어두고 새롭게 활동하기 위해 나선 것인데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에 오자마자 호텔에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공개하면서 "모국인 독일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다"라고 할 정도로 적절한 시스템에 대해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리케의 귀국 소식을 접한 팬들은 하루빨리 모델로서 활동에 복귀하기를 기다린다는 응원의 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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