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는 연예인 자녀들의 남다른 끼와 미모를 두고 "유전자의 힘"이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를 이어가며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는 연예인 가족을 보면 "역시 예체능 분야는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뮤지컬, 영화, 드라마 모두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 배우 역시 남다른 유전자의 혜택을 받은 걸까요?
조승우가 아버지로부터 얻은 것은 남다른 유전자가 아니라 일찍이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일을 사랑해야겠다는 책임감인 듯합니다.
대종상, 청룡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연기대상, 뮤지컬대상을 상을 모두 휩쓸면서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불리는 주인공은 바로 배우 조승우입니다. 노래실력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조승우는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역시 출연할 때마다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유치원 시절 모습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면서 톱배우의 자리에 오른 조승우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키우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어머니의 공이 크다며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실제로 조승우의 어머니는 조승우에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 음악교육을 시켰는데요. 중학생 무렵 조승우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자 계원예고 진학을 적극 권유해서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도록 지원했습니다.
조승우의 아버지 조경수
놀라운 점은 당시 조승우의 집안 형편이 예고를 다닐 정도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사실 조승우의 어머니는 조승우의 누나가 6살, 조승우가 3살이던 때 이혼을 해서 혼자 1남 1녀를 키웠습니다. 조승우의 아버지는 YMCA, 징기스칸 등의 히트곡을 내놓은 70년대 스타가수 조경수인데, 운영 중이던 사업을 확장하던 중 부도를 맞았고 위장이혼 후 미국으로 도피하게 되었지요.
두 남매를 혼자 키워온 조승우의 어머니
졸지에 남편 없이 두 아이와의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조승우의 어머니는 단칸방에 살면서 의상실, 화장품가게, 커피숍, 음식점 등을 운영해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자녀들에게는 일 때문에 아버지가 미국에 갔다고 둘러댔지만 곧 조경수의 재혼소식이 보도되면서 온 가족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초등학교 당시 모습
특히 조승우가 초등학생일 무렵 집안 사정이 무척 어려워지면서 조승우의 어머니는 새벽까지 일을 해야 했고, 그런 어머니가 안타까웠던 조승우는 어린 마음에 신문지를 오려 '만 원'이라고 쓴 종이를 어머니의 지갑에 넣어드렸습니다. 또 누나 조서연 역시 "승우는 오빠 같은 동생이다"면서 "중학생 때는 승우가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건네주면서 '누나 돈 없지? 이거 써. 난 필요 없어'하기도 했다"라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지요.
중학교 당시 모습
이후 조승우가 중학생이던 때 아버지 조경수는 재결합을 고려하면서 얼마간 한국에 머문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 대해 조승우는 "엄마는 다시 돌아오셨으면 하고 바라셨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안 돌아오시길 원했다. 우리 엄마의 오랜 외로움은 내가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그분은 가정이 이미 있었기에 다시금 다른 가정에 상처를 주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고등학교 당시 모습
조경수가 다시 떠난 후 조승우의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자녀들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누나인 조서연과 동생 조승우를 모두 계원예고에 입학시켰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꿈을 키우게 된 조승우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공사 현장의 막노동 일까지 하면서 원하는 뮤지컬 자료나 CD를 구입해서 공부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자신의 방에 직접 계란판을 붙여서 연습실을 꾸몄습니다.
영화 춘향뎐(2000)
어머니의 지원과 조승우의 열정이 더해졌기에 조승우는 뮤지컬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습니다. 무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춘향뎐'의 주인공으로 데뷔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되었지요.
영화 클래식 무대인사(2003)
이후 영화 '클래식'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고 동시에 뮤지컬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배우가 되었는데요. 2004년에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꿈꾸던 뮤지컬 스타의 자리에 오르면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그때, 중학교 이후 잊고 지냈던 아버지가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지난 아픔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상처를 겪기도 했습니다.
뮤지컬배우로 활동 중인 조서연, 조승우 남매
당시 아버지 조경수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은 직후였고 조승우와 누나 조서연은 20여 년 만에 자리를 마련해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다만 남매는 어머니가 고생한 세월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쉽게 용서할 수 없었는데요.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어려운 자리를 마련한 것이지요.
이후 아버지 조경수는 방송활동을 재개하면서 아들 조승우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습니다. 일찍부터 떨어져 지낸 것에 미안하다면서도 "버리고 간 게 아니다"라며 해명을 덧붙였고, 2017년 한 방송에서는 "아들이 장가가게 되면 참석을 할 수 없다. 그런 게 좀 안타깝다. 이제 와서 내가 아버지라고 결혼식장 가는 것도 이상하고"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조승우는 아버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2011년 처음으로 집을 장만했다고 전하면서 "강남에 완공된 집에 어머니가 들어가셨고 나는 원래 어머니가 사시던 집에 살고 있다"라며 남다른 효심을 드러낸 조승우이기에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상처가 더 큰지도 모르겠네요.
아버지 조경수가 방송을 통해 공개한 조승우의 어린시절 사진
대신 "예전엔 외롭기도 하고 아버지가 있는 집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 외로움 때문에 배우로서 표현할 것도 많아진 게 사실이다. 감정을 진하게 드러내야 하는 장면에서는 그런 걸로 태우면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옅어졌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조승우가 아버지로부터 얻은 것은 남다른 유전자가 아니라 일찍이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일을 사랑해야겠다는 책임감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