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상위 1% 서울대 출신 아나운서가 짐을 버리지 못한 이유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에 열성이 다해 살아갑니다. 때로는 치열하게 살아온 어느 순간 삶을 뒤돌아보며 조금은 허무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추억의 물건들을 하나둘 쌓아두었다고 하는데요. 스스로의 역사이자 치열한 삶의 증표와도 같은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방 하나를 가득 채웠다는 스타가 있습니다.


수능성적 상위 1%, 서울대, 공채아나운서

초등학교생활기록부부터 고등학교 다이어리, 수능 성적표와 대학시절 사용한 수첩까지 인생의 모든 부분을 물건과 함께 추억 중인 주인공은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인 오정연입니다. 최근 예능 프로 '신박한정리'를 통해 집안 곳곳을 공개하면서 추억이 깃든 많은 짐을 쌓아두고 지내는 모습이 공개되어 화제인데요. 해당 방송에서 오정연은 "1인 가구이긴 한데 마음으로는 혼자 살지 않는다. 추억이랑 같이 산다"면서 "내 과거가 기억이 나지 않을까 봐 추억이 깃든 물건을 버리지 않는 편"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어서 "내세울 건 없지만 이제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거 하나하나가 나의 역사고 분신 같고, 열심히 살게 해 주는 증표 같은 것들이다"라고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추억의 짐들은 오정연이 지금껏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초등학교생활기록부부터 모범적이었던 오정연은 수능 성적표에 400점 만점에 373점을 받아 상위 1%의 성적을 기록했지요.

놀라운 성적을 받고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오정연은 발레를 전공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이어가지 못하면서 대학 전공만큼은 원하는 대로 선택한 것인데요. 재학 당시 김태희, 이하늬와 함께 스키부 동아리를 하며 미녀 삼총사라는 별칭으로 불린 것은 꽤 유명한 일화입니다. 다만 졸업 시기에는 아나운서가 되고자 목표를 변경했고 대부분의 아나운서 지망생들처럼 공중파 3사의 아나운서직에 모두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

놀랍게도 오정연은 방송 3사 아나운서직 필기시험에서 모두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요. 경쟁률이 세기로 유명한 공중파 아나운서 시험을 모두 통과한 셈이지만 최종면접에서 만난 경쟁자들이 너무 쟁쟁했던 탓에 최종단계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MBC에서는 나경은, 이하정에 밀려 2년 연속 최종탈락했고 SBS에서는 김주희를 만나 최종탈락하게 되었지요.

KBS에서도 최종탈락 통보를 받은 오정연은 부모님께 더 이상 짐이 되기 싫은 마음에 대기업부터 은행, 마사회까지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면접 스킬이 늘었고 국책은행에서 합격통보를 받기도 했지요. 평균 연봉이 1억을 넘는 데다 영업 압박도 없어서 취준생들 사이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국책은행에 합격했을 당시 오정연 역시 아나운서의 꿈을 접고 은행에서 근무할까 생각도 했는데요. 다행히 바로 다음날 KBS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고 꿈꾸던 아나운서가 되었습니다.

또 오정연은 KBS의 합격통보를 받기 전 마사회의 최종면접을 보기도 했는데, 해당 면접에 KBS 면접 때 본 심사위원이 있어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면접을 치른 후 오정연은 KBS  아나운서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 마사회 시험을 본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 크게 걱정했지요. 이후 오정연이 들은 바로는 해당 심사위원이 "오정연은 KBS될 거니까 마사회는 떨어뜨리자"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악성루머에 지쳐 떠난 보도국

오정연과 함께 입사한 KBS 32기 아나운서들은 넘치는 끼와 재능으로 KBS의 어벤저스로 불렸습니다. 다만 최송현을 시작으로 전현무, 이지애가 프리를 선언했고 마지막으로 오정연까지 사표를 제출하며 전원 퇴사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특히 오정연의 경우 2013년부터 KBS 7시 뉴스를 진행하는 등 방송국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2014년 12월 최초로 퇴사설이 보도됐을 당시 KBS 측이 이를 부인하면서 오정연을 붙잡고 싶어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는데요.

오정연 역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입사했기 때문에 퇴사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해 오정연은 "회사를 나온 이유는 굉장히 복합적이다. 언젠가부터 뉴스를 진행하는 게 힘들어진 계기가 있었다"라며 "2012년 이혼을 하면서 기사들이 났었다. 우리는 합의 이혼이었는데 처음 기사가 난 게 내가 소송을 걸었다는 기사였다. 그러면서 루머가 양산됐다"라고 이혼관련 루머로 인해 힘들었던 상황을 고백했습니다.

이어 "그 이후로 뉴스를 진행하는데 '오늘 산불이 났습니다'라고 말할 때 '습니다'하면서 문장 끝맺음이 잘 안될 정도로 힘들었다"라며  "뉴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겠구나 싶더라"라고 언론인이자 아나운서로서 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이처럼 이혼 관련한 루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던 오정연은 마침 기획사에서 온 제의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언론의 오보와 억측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되면서 언론인으로서 회의와 과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포기하게 된 셈이지요.


퇴사 덕분에 찾아온 제2의 전성기

프리선언 후 연기자로 변신하며 새로운 도전을 해오던 오정연은 한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는데요. 오랜만에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은 계기는 바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해당 사진은 2018년 11월 오정연이 한 행사장 포토라인에 선 모습으로, 발레 전공자답게 평소 마른 체형을 유지하던 오정연이 급작스레 후덕한 모습으로 등장해 이슈가 된 것입니다.

당시 오정연은 실제로 11kg이나 체중이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차지한 오정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과일주스 가게 알바 하면서 손님들 타 드리고 남은 주스 먹으며 많이 찐 것 같다'라는 해명을 올리기도 했지요. 이때 오정연은 구직 사이트를 통해 직접 면접을 보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는데요. 당시 오정연은 믿었던 연인에게 배신당하면서 무기력과 우울을 겪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일들을 해보고자 도전한 것입니다.

취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카페 일은 오정연에게 힐링과 보람을 주었습니다. 마침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의 사장님이 가게를 접게 되면서 카페 인수를 제안했고 오정연은 해당 카페를 인수할 목적으로 카페 관리와 운영에까지 관심을 가졌습니다. 다만 해당 카페가 마포구의 좋은 상권에 자리하다 보니 권리금이 워낙 높은 바람에 인수를 포기했고 대신 오정연은 같은 예산으로 상권이 크지 않은 곳에 자신만의 콘셉트와 개성을 지닌 카페를 만들고 싶은 욕심을 키워갔습니다.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갖추며 준비한 끝에 오정연은 현재 자신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해 수입에 대한 질문에 "생각보다 잘 번다"라며 '매출은 매일 다르다. 최근 10일 중 제일 잘 나온 날은 100만 원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또 오정연은 바리스타 자격증 외에도 필라테스 지도사와 스킨스쿠버 자격증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오정연은 "거의 취미가 없이 살았다. 아나운서 시절에는 뭔가 긴장해서 회사, 집만 왔다 갔다 했는데 퇴사 후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한국무용까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다한다"라며 인생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했음을 전했습니다.

한편 오정연은 '신박한 정리'를 통해 추억방에 쌓아두었던 추억의 짐들을 많이 비웠습니다. 놀랍게도 비움을 통해 오정연의 소중한 추억들은 더욱 눈에 띄는 곳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지요. 이에 오정연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선사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비움에 만족했습니다.

앞서 힘든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퇴사를 선택한 오정연은 오히려 새로운 도전과 힐링의 기회를 찾으면서 전화위복의 상황을 맞이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 어렵게 결정한 비움 역시 추억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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