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의 나라 일본이 마스크 앞에서 무너진 모습(feat.코스트코)

일본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친절, 배려, 질서, 규칙은 일본인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9.0의 강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을 당시에도 일본인들은 각종 배급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면서도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영 전 세계 언론의 칭찬을 받은 바 있지요.

때로는 너무나 친절하고 흐트러지지 않는 질서정연한 모습 때문에 '속을 알 수 없는 일본인'이라는 말을 듣던 그들이 무너졌습니다. 9.0의 대지진보다 코로나가 더 무서웠던 걸까요?

16일 일본의 한 네티즌은 자신의 SNS에  "3밀이 다 뭐람, 코스트코의 마스크 판매 너무 비참하다. 한 사람이 엄청 가지고 가잖아"라는 글과 함께 사진 두 장을 공개했습니다. '3밀'은 일본정부가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침으로 밀폐, 밀접, 밀집 이 세 가지를 피하라는 뜻이지요. 하지만 사진에 포착된 일본인들의 모습은 3밀과 동떨어져 보입니다. 사진에는 일본 지바현의 코스트코에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자 이를 사기 위해 몰린 사람들이 뒤엉켜있는 모습이 담겨있는데요.

마스크가 담긴 박스에 무작정 손을 뻗는 시민들의 모습과 혼란 속에 박스가 넘어지고 터진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배려나 친절은커녕 정해진 1인당 구매개수조차 지킬 생각이 없어 보이는 시민들은 욕심껏 대량의 마스크를 품에 안고 있는 데다 뒤엉킨 사람들 중 몇몇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이들도 눈에 띕니다.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그럴 리 없다"라며 합성과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이것이 어제 4월 15일 15시께 코스트코 마쿠하리점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모습이다. 이것이 현실"이라며 아예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어 그는 "(1인당 구매) 제한도 있었다. 점원이 박스를 열 새도 없이 무너지고 사람이 몇 개씩 껴안고 있었다"라며 "어째서 점원은 당황하지 말라고 소리치거나 달려들고 미는 손님에게 주의를 주지 않은걸까"라고 의아하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영상의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같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질서 의식이 뛰어나다는 일본인의 추한 모습" 등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고 일부 네티즌은 먹이에 몰려든 물고기나 원숭이의 사진을 답글로 달며 자조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지역의 시장까지 나서 해명에 나섰습니다. 구마가이 도시히토 일본 지바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책임자가 부재중에 일어난 일"이라며 "마트 측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방지 대책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겠다"라고 나섰습니다.

침착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이렇게 무너진 것은 일본 현지의 코로나 상황이 그만큼 나쁘기 때문입니다. 19일 기준 일본은 코로나19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모두 우리나라를 추월했습니다. 최근 9일 사이 확진자는 배 이상 늘었고 병상 부족 현상이 심각해서 감염 의심환자가 구급차에 실려가도 입원할 곳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대응책입니다. 일본 정부는 무려 5300억 원을 들여 마스크를 제작, 배포하고 있는데요. 해당 마스크는 천으로 제작된데다 사이즈도 작아서 감염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마스크조차 가구당 2매씩 배부될 예정이어서 3~4인 가족의 경우 마스크가 1인당 하나도 돌아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천마스크를 빨아서 써라", "귀를 연결하는 부분이 끊어지면 테이프나 끈으로 묶어서 쓰면 된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해당 마스크는 의료기관과 장애인노인복지시설에 우선 배포되었고 실제로 배부 받은 마스크를 사용한 이들은 "크기도 작고 한 번 빨면 너덜너덜해져서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마스크를 소독하기 위해 찜통에 넣고 가열했더니 녹아내렸다"라며 불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질서와 배려의 이미지는 국민성으로부터 나온다기보다는 안전한 사회보장제도 아래에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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