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이후 축구 선수들의 인기는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았습니다. 안정환은 배우 김재원, 현빈과 함께 화장품 광고를 촬영했고 김보민 아나운서는 결혼 전 김남일과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김남일 팬들에게 악플을 받아야 했지요.
또 한 명 월드컵이 낳은 스포츠 스타로 이천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2년 월드컵 직후 광고 수입만 4억 원 넘었다는 이천수는 이후 연예계 러브콜에도 응해 뮤직비디오나 예능 프로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연예계 활동으로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여자 스타들과 열애설이 나기도 했지요.
이천수의 첫 번째 공개 연애 상대는 2001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배우 김민경입니다. 당시 김지유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이던 김민경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부모님전상서'에 출연하며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이었는데요. 2004년 이천수가 스페인 프로 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 레알소시에다드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힘든 시기 위로가 되어준 김민경에게 호감을 느끼던 차에 이천수가 국내 리그로 복귀하면서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지요.
당시에는 배우인 김민경보다 이천수의 인지도와 대중적 인기가 더 높던 시기라 김민경을 '이천수의 연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김민경은 2006 독일 월드컵 당시에도 남자친구 이천수를 응원하기 위해 독일 현지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토고전에서 멋진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킨 이천수는 세리머니 도중 티셔츠에 그려진 땀 자국이 김민경의 예명 김지유의 이니셜 Y를 뜻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지요.
세리머니 오해를 받을 정도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던 두 사람은 2006년 9월 결별했고 이후에도 이천수는 몇몇 여자 연예인들과 염문설이 났지만 이를 부인했는데요. 그중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의 배우 심은진과는 2007년 초반부터 여러 차례 열애설을 부인하다가 결국 1년 만에 인정하고 공개 연애를 했습니다. 두 사람은 2007년 1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처음 만나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다만 이천수의 지난 공개 열애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심은진 역시 막 연기 활동을 시작한 신인배우로서 공개 연애가 부담스러워 숨긴 것이지요.
그러던 중 2008년 3월 심은진이 네덜란드 프로 축구 페예노르트에서 뛰고 있는 남자친구 이천수를 응원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두 사람은 열애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심은진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천수와 매일 통화한다"라고 말하며 애정을 과시했는데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해 5월 두 사람은 결별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8월 이천수의 세 번째 공식 연인이 탄생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열애설의 상대는 네덜란드에서 K리그로 돌아온 후 처음 치르는 이천수의 복귀전에 응원차 방문한 배우 장미인애였지요. 열애설이 난 이후 장미인애는 자신의 미니홈피 대문에 ''피초르카' rose in love 28♡ 張 美仁愛 '라는 문구를 걸어 등번호 28번 이천수를 응원했고, 이천수 측은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됐으며 지금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밝혀 두 사람의 인연은 공식화된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초 두 사람의 결별 보도와 함께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결별 소식을 접한 장미인애 측에서 "사귄 적도 없는데 열애설에 결별설까지 억울하다"라고 밝힌 것인데요. 장미인애는 “이천수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이전에 이천수와 몇몇 지인 등 여러 사람들이 모인 적 있는데 개인적인 문제를 이천수가 도와준 적 있다. 감사의 뜻으로 이천수와 축구장을 찾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이천수 선수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고, 이후는 물론 현재도 정식으로 교제하고 있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공개 연인을 비롯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열애설까지, 2000년대 당시 연예인보다 더 잦았던 열애설은 이천수의 인기가 그만큼 높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정작 이천수가 결혼까지 골인한 진정한 배필을 만난 것은 소위 잘나가던 리즈시절이 아니었습니다. 반대로 선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지요.
2009년 이천수는 소속팀 전남 드래곤즈와의 갈등으로 임의탈퇴 신분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천수는 20011년 J리그의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뛰었지만 재계약에 실패했고 국내 리그로 복귀하길 원했는데요. 하지만 전남 측은 이천수의 임의 탈퇴를 철회할 생각이 없었고 백수 신분으로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힘들었다는 그 시기에 이천수는 지금의 아내 심하은을 만났습니다.
배우 김승현의 소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상반된 인상을 받았습니다. 심하은은 알 없는 안경을 쓰고 다리를 까딱거리는 이천수를 보고 거만하게 느꼈고 '그래 너 이천수인 거 아니까 그만해라'라고 생각한 반면 이천수는 첫눈에 심하은에게 반했지요. 사실 당시 이천수는 임의 탈퇴 신분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상황이었는데요. 심하은은 축구에 관심이 없어 이천수가 어떤 선수인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지 못한 것입니다.
이후 이천수는 매일 심하은이 일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심하은의 짓궂은 질문에 "축구보다 네가 더 좋다"라는 고백을 한끝에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진지한 사이가 된 이후 이천수의 상황을 듣게 된 심하은은 "마지막 남은 축구 인생의 자존심을 버리지 말라"라며 위로했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천수가 직접 계산할 수 있도록 뒤에서 몰래 자신의 카드를 건네는 배려까지 했는데요.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두 사람은 2012년 아기를 갖고 혼인신고까지 하게 되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임의탈퇴 상황에서 복귀도 하기 전 혼전임신 기사가 먼저 나가면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것이지요. 그리고 2013년 복귀 이후에도 경기에 집중하면서 결혼식은 4년 넘게 미뤄졌는데요. 이에 대해 미안하다는 이천수에게 심하은은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어떻게 다시 한 복귀인데 오히려 걱정이 됐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고 두 사람은 2016년 12월 뒤늦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2015년 11월 은퇴한 이천수는 다시 한번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임의탈퇴 때와는 달리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스스로 나왔고 백수가 아닌 행정가로서 활약 중이지요. 더불어 지난 1월에는 쌍둥이 출산으로 세 아이의 아빠가 되기도 했는데요. 여전히 사랑하는 축구와 축구보다 더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예쁜 자녀들까지 다 가진 지금이야말로 이천수의 진정한 리즈시절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