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글로벌 본사 인수하더니 아들은 영업이익 7배 증가시켰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각은 기업가로서 빼놓을 수 없는 덕목 중 하나일 텐데요. 특히 패션분야의 경우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늘 새롭게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지요.

최근 패션업계에서 이러한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쓰러져가던 브랜드 휠라가 리브랜딩 전략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은 것입니다. 불과 3년여 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휠라는 올드한 이미지로 인해 '어른들이 즐겨입는', '창고대개방에 나오는' 브랜드로 인식되었는데요. 3년 만에 대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모두 이 사람 덕분이라고 하네요.


가성비 갑 운동화로
10~20대 공략

죽어가던 브랜드 휠라에 심폐소생술을 한 주인공은 바로 윤근창 휠라코리아 사장입니다. 2015년부터 휠라코리아에 합류한 윤근창 사장은 "휠라 이름 빼고 다 바꿨다"라고 할 정도로 혁신적인 리브랜딩 전략을 감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는데요.

윤근창 사장이 가장 먼저 손댄 곳은 스포츠패션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신발입니다. 2016년 9월 윤근창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내놓은 코트디럭스는 출시 1년 반만인 2017년 12월 100만족 이상 판매고를 올렸는데요. 다른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휠라에서도 코트화가 이미 판매되고 있었으나 그 가격은 10만 원 내외였습니다. 이에 반해 코트디럭스는 6만 9000원의 착한 가격을 자랑했고 덕분에 10~20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되었지요.

코트디럭스가 '가성비 갑 운동화'로 불리며 젊은 소비층에게 휠라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면 이어 2017년 6월 출시된 디스럽터2는 휠라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효자 아이템입니다. 패션계를 휩쓸고 있는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레트로풍 디스럽터2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디스럽터2 역시 국내에서는 6만 9천 원, 해외에서도 70달러가량의 착한 가격을 유지했고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1000만족 이상이 판매되었습니다. 2018년 미국 슈즈 전문 미디어인 풋 웨어 뉴스에서는 디스럽터2를 '2018 올해의 신발'로 선정하기도 할 정도였지요.


재고 부담 덜고 가격인하

휠라가 이처럼 착한 가격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비결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재고관리인데요. 윤근창 사장은 2011년부터 4년여간 휠라USA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활용 중인 홀세일 유통방식을 휠라코리아에 적용했습니다.


이전까지 백화점과 대리점 위주의 리테일(소매) 방식만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ABC마트나 슈마커 등 도매 채널 유통도 병행한 것인데요. 백화점이나 대리점에서만 제품을 판매할 때는 백화점에 수수료를 내는 것은 물론 재고 부담까지 떠안아야 했던 것이 홀세일 유통을 접목하면서 재고 부담을 덜게 되었고 이를 가격인하로 연계시킨 것이지요.


꼬리가 몸통을 샀다

휠라 운동화 착한 가격의 또 한 가지 비결은 바로 생산 시스템입니다. 휠라의 운동화는 현재 중국 푸젠성 진장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신발 소싱센터에서 생산되는데요. 이곳은 지난 2008년 윤근창 사장의 아버지이자 휠라코리아의 회장인 윤윤수 회장이 구축한 생산라인이지요.

사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스포츠 브랜드로, 1991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윤윤수 회장이 휠라코리아의 성장을 이끌었는데요. 당시 휠라코리아는 본사인 휠라글로벌과 5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라이선스 사업자의 위치였습니다.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5년마다 불안감을 가져야 했던 윤 회장은 휠라 본사가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7년을 기회로 삼아 본사인 휠라글로벌을 인수했지요.

2007년 "꼬리가 몸통을 샀다"라는 말을 들으며 본사를 인수한 윤 회장이 생산에 중점을 두고 새롭게 구축한 생산라인이 현재 휠라의 전 세계 신발 60~70%를 책임지고 있는 진장 소싱센터인데요. 광저우 등 다른 지역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회장은 반대로 "품질관리만 잘하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졌고 그 확신은 휠라가 착한 가격정책을 사용해 '가성비 갑 운동화'로 불리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지요.


로고 크게 박고 펜디와 협업까지

부전자전, 혁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듯한 윤근창 사장은 신발에 이어 의류분야에서도 변화를 통해 성공을 이끌었습니다. 이미 롱패딩 열품이 한풀 꺾였다던 지난해 겨울 휠라는 때아닌 롱패딩 열풍을 맞았는데요. 특히 2018년 9월 내놓은 에이스롱다운재킷은 일명 '김유정 패딩'으로 불리며 완판행진을 이어갔지요.

롱패딩을 비롯한 휠라의 의류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데는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빅로고'와 모델 김유정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레트로풍이 대세인 요즘 누가 봐도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 있는 커다란 로고 디자인은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더불어 디자이너와 명품 브랜드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 역시 휠라를 보다 트렌디하고 혁신적인 패션브랜드로 보이게끔 해주었지요. 2016년 미국 듀오 디자이너 바하 이스트, 힙합 뮤지션 나스,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루브친스키와의 협업으로 눈길을 끈 휠라는 2018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펜디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휠라는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패션브랜드로 각인되었습니다.


국내외 매출 고공행진

"이름 빼고 다 바꿔라"라던 윤근창 사장 혁신의 결과는 매출로 나타났습니다. 휠라코리아는 2013년 98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2014년 935억 원, 2015년 806억 원, 2016년 118억 원으로 해마다 영업이익이 급락하고 있었는데요. 패션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2016년 휠라코리아가 낸 1.2% 영업이익률은 절망적인 성적이었지요.

반면 윤근창 사장이 심폐소생을 시작한 이후 2017년 휠라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175억 원으로 전년대비 1,737% 증가했고, 2018년 역시 3571억 원으로 전년대비 60% 이상 상승했습니다. 올해 영업이익 역시 4700억 원 이상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더불어 라이선스 파트너를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인 해외 실적 역시 늘어나 로열티 수익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2016년 547억 원이던 로열티 수익은 2017년 600억 원, 2018년 910억 원으로 2년 사이 66%나 상승했지요.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을 '본사를 인수하자'라며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아버지와 어른들만 좋아하는 브랜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바꿔 10~20대를 공략한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아들, 둘 중 누가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휠라의 부자는 '혁신의 아이콘' 그 자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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