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천 대우조선 엘리트 직원은 지금 이렇게 됐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고 하지만 적정 수준의 연봉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은 누구나 꿈꾸는 자리이지요. 특히 결혼 후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면 경제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연봉 7천만 원이 보장되는 대기업에 다니던 35세 유부남이 하루아침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35살에 연봉 7천 대기업 사직서 내다

눈물을 흘리며 말리는 어머니와 장모님을 뿌리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인공은 바로 배우 허성태입니다. 허성태는 2019년 한 해만 해도 드라마 5편과 개봉을 앞둔 작품까지 합쳐 영화는 7편이나 출연한 그야말로 대세배우인데요. 지난 2016년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뺨 맞는 장면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허성태는 43살 나이에 갓 신인을 벗어난 연기자이지요.

늦깎이 배우가 된 허성태는 35살까지만 해도 대기업을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부산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어 전공을 살려 LG전자에서 러시아 회사에 텔레비전을 파는 영업직으로 근무했는데요. 이후 거제도 대우조선 기획조정실로 이직한 후에는 자회사 관리 업무를 맡아 일하며 연봉 7천만 원을 받고 있었지요.

다만 어린시절부터 가졌던 배우의 꿈은 늘 마음속 한편에 담아두었는데요. 회식자리에서 술을 한잔하고 집에 돌아와 티비를 보다가 우연히 자막으로 지나가는 오디션 공고를 보고 술기운을 빌어 오디션 참가 신청을 한 것이 인생 제2막의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이후  일요일에 부산예선에 참가해 합격통보를 받은 허성태는 월요일 새벽에 거제도로 돌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오디션 본선과 당장 출근해야 하는 회사를 두고 고민에 빠졌는데요. 고민 끝에 오전 8시 출근시간을 훨씬 넘긴 11시 반에 회사에 도착한 허성태는 "왜 근무복도 챙겨 입지 않고 지각했느냐"라는 상사의 지적에 "됐고, 회의실로 오세요"라며 큰소리를 친 후, 회의실에 모인 상사와 동료들 앞에서 오디션 합격증을 내보이며 사표를 쓰겠다고 공표했습니다.

무단지각에 복장불량의 책임을 묻던 상사도 갑작스럽게 사직서를 내겠다는 허성태를 혼내기보다는 걱정하며 말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회사에는 큰소리치며 나왔지만 눈물을 흘리며 말리는 어머니와 장모님을 뿌리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학창시절 전교 1등을 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허성태는 자라는 동안 '공부 잘하는 아이'에서 '대기업에 입사하고 결혼까지 골인'해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자식이었는데요. 35살 나이에 결혼까지 한 아들이 갑자기 연봉 7천만 원의 직장을 그만두고 배우가 되겠다고 나서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지요.


꿈을 지지해준 유일한 사람, 아내

반면 허성태의 아내는 달랐습니다. 연애시절부터 허성태가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아내는 남편의 새로운 도전을 적극 응원했는데요. 성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남편의 꿈을 지지하고 믿고 맡긴 것이지요.

10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허성태는 아내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연애 당시 삼겹살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다가 자신의 꿈에 대해 말했더니 다른 친구들은 '네 얼굴에 무슨 연예인이냐'라며 비웃던 것과 달리 뺨을 어루만지며 위로와 격려를 보인 아내의 반응에 감동받은 것이지요.


오디션만 180번

눈물을 흘리며 말리던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연봉 7천 직장 그만둔다는 남편을 믿어준 아내를 위해서라도 허성태는 배우로서 성공이 절실했습니다. 다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차지한 오디션 5등 성적도 연기자로서의 길을 열어주지는 못했는데요. 오디션 이후 4년 동안 혼자 영화사를 찾아다니며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는 무명배우의 생활이 이어졌지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다 포함해 180번 정도 오디션을 본 끝에 단역을 넘어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된 허성태의 첫 작품은 2016년 영화 '밀정'이었습니다. 밀정의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허성태는 집 뒤에 있는 뒷산에 가서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는데요. 그보다 더 행복했던 순간은 촬영에 들어간 이후 송강호에게 뺨을 맞던 순간이라고 하네요.

당시 시나리오에는 뺨 맞는 장면이 없었지만 허성태는 대화만으로 부족할 듯한 장면의 완성도를 위해 송강호에게 "뺨을 한 대 때려주시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고 이에 동의한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을 직접 설득해 추가하게 되었는데요. NG까지 합쳐 총 8대를 맞던 중 너무 아파서 어쩔 줄 몰라 했던 마지막 두 대가 실제 영화에 실린 장면입니다.

촬영 중 허성태는 생각보다 더 아파서 놀랐고 아픈 것보다 더 행복해서 더욱 놀랐습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송강호를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았다는 허성태는 같은 공간에서 촬영하는데다 뺨을 맞으며 상대역으로 연기하는 상황이 믿을 수없이 행복했다고 하는데요. 그 순간 "싸대기를 맞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 연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지요.


충무로의 대세배우

오랜 시간 끝을 알 수 없는 무명생활에도 응원을 아끼지 않은 허성태의 아내는 영화 '밀정' 속 남편의 모습을 보고 "못생겼어, 망둥어 같아"라며 귀여운 감상평을 내놓았다고 하는데요. 마음고생을 많이 한 어머니도 해당 영화를 보고는 "띵띵 불어가지고 왜 그렇게 못생겼니'라며 애정 어린 감상과 함께 "그렇게 하고 싶으면 연기 계속해봐"라며 배우로서 아들을 인정했습니다.

가족들의 인정을 받은 허성태는 시청자와 관객들에게도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영화 '범죄도시'로 대한민국 문화연예 대상에서 영화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을 수상하고 '명당', '창궐' 등으로 충무로에서 인정받더니, 드라마 '터널', '마녀의 법정', '친애하는 판사님께', '왓쳐'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갔는데요.

'밀정'에 이어 '말모이'와 드라마 '이몽'에서 연이어 일본인 역할을 잘 소화한데다 비리형사부터 장기매매범까지 악역을 맡아온 덕분에 대중들의 미움을 독차지하며 남다른 인기를 얻었지요.

한편 허성태는 현재 방영 중인 tvN드라마 '싸이코패스다이어리'에서  조폭이면서도 소심한 반전매력을 갖춘 장칠성 역을 맡아 코믹한 이미지로의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히트맨'과 '스텔라'에서도 코믹한 배역을 맡아 보다 친숙하고 밝은 분위기를 선보일 예정인데요.

배역의 크기나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허성태가 "지금도 부산 시장에서 이불장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가 극장에 갈 일이 많아져서 행복하다"라는 말은 배우의 꿈을 이루고 이어갈 수 있는 힘이 가족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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