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웃찾사 폐지되고 공무원에 기자까지 된 프로취업러 개그맨들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공개 코미디는 이제 설자리를 잃고 KBS 개그콘서트와 tvN 코미디 빅 리그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조차도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며 공개 코미디의 몰락이라는 수식이 붙기도 합니다.  

코미디계에 위기가 찾아온 이유를 두고 '국회가 개콘보다 재밌으니 볼 필요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라는 점인데요. 외모 비하와 같은 식상한 개그코드를 사용하는데다 풍자가 아닌 조롱과 혐오가 섞인 개그가 더 이상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더불어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1999년 혁신적으로 도입된 공개 코미디의 형식이 20년째 같은 포맷으로 이어지면서 식상함을 주는 것인데요. 때문에 유튜브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맞설 만한 경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코미디의 위기는 개그맨들의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2017년 5월 21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폐지는 다소 충격적이었는데요. SBS 측은 '폐지가 아닌 시즌제 개편'이라는 입장을 내 웃찾사 출연이 전부였던 150여 명의 개그맨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웃찾사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계획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는 상태인데요. 다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자의 길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개그맨들의 소식이 전해져 반갑습니다.

방송국이 아닌 구청으로 출근
공무원 된 15기 김형준

2015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형준은 웃찾사의 폐지로 인해 직격탄을 맡은 개그맨 중 하나인데요. 2017년 1월 처음으로 '애들의 세상을 키우자'라는 코너를 맡아 방송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단 4개월여만에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실직자가 된 것이지요.

 웃찾사 폐지 이후 김형준은 진로를 고심하다 공무원 시험에 몰두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김형준은 토목환경공학과 전공으로 이전에도 기술직 공무원을 준비한 적이 있는데요. 위기를 기회로 맞아 공무원 시험에 재도전하기로 하고 10개월간 집중한 끝에 지난해 3월 9급 기술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연수 후 7월부터 부서에 배치된 김형준은 현재 서울의 한 구청에서 공무원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요. 최근 어린이집 교사인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서 15기 동기 개그맨들과 함께 웨딩촬영을 마치기도 했습니다.

잭슨항에서 연예부 기자로 변신
7기 황영진

2003년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황영진은 '잭슨 황'이라는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만 황영진은 잭슨항으로 인기를 얻기 이전 신인시절부터 웃찾사의 사전 MC를 맡으며 말솜씨가 좋기로 유명했는데요. 당시 웃찾사를 찾은 방청객 중 방송 코너보다 사전 MC가 더 재밌다며 그의 팬이 된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화려한 말솜씨와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가진 황영진도 웃찾사 폐지의 후폭풍을 겪어야 했는데요. 예능 프로그램의 패널과 행사 진행 등을 맡으며 개그맨으로서의 행보를 이어오던 황영진은 지난 2017년 8월 연예매체 텐아시아에 입사해 연예부 기자가 되었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흥신소'라는 별명도 있었다는 황영진은 글 쓰는 것도 좋아해 기자 생활이 적성에 맞는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섹션TV 연예통신의 원탁의 기자들 코너와 풍문으로 들었쇼 등에 고정 출연 중입니다.

EBS 직원인 줄 '호기심 딱지', '보니하니'
13기 박지현

 

2013년 SBS 공채 13기로 데뷔한 박지현은 데뷔 직후 '개그투나잇'의 코너 종규 삼촌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2014년 11월부터 방영된 웃찾사의 '기묘한 이야기' 코너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시 기묘한 이야기는 공감을 모티브로 한 개그인데다 박지현의 귀엽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인기 요인으로 꼽혔는데요. 덕분에 박지현은 2015 SBS 연예 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박지현은 2015년 우연히 시작하게 된 EBS '호기심 딱지' 덕분에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인데요. 시작할 당시에는 개그 프로그램과 병행하던 것이 현재는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주요 출연작이 되었습니다. 현재 '호기심 딱지'는 어린이들의 큰 호응에 힘입어 시즌 5의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요. 박지현은 '호기심 딱지'의 '호빵'역 외에도 EBS에서 보니하니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EBS 직원이 아니냐는 남다른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웃찾사 코너 그대로 유튜브 채널 개설
흔한남매 13기 한으뜸-정다운

한으뜸과 정다운은 2013년 SBS 공채 13기로 나란히 데뷔한 동기인데요. 이후 연인으로 발전해 홍윤화와 김민기를 잇는 웃찾사 커플로도 유명합니다. 다만 두 사람은 웃찾사 출연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했는데요. 오히려 웃찾사가 폐지된 이후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기고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성공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7년 7월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두 사람은 현재 구독자 수가 136만 명에 달하는데요. 사실 두 사람의 콘텐츠는 이미 지난 2015년 11월부터 웃찾사에서 선보인 '흔한남매'라는 개그코너입니다. 방영 당시에는 소위 대박 코너가 되지 못해 8개월여 만에 막을 내린 코너이지만 지금은 한으뜸과 정다운을 유튜브 스타로 만들어준 대박 콘텐츠가 되었지요.

흔한남매는 남매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상황극이나 게임 등을 통해 코믹하게 그려내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데요. 워낙 인기가 높아 유튜브 영상이 투니버스와 카툰네트워크 등에서 방영되고 있기도 합니다. 더불어 흔한남매는 아동만화로도 만들어졌는데요. 최근 출간된 흔한남매 2는 9월 현재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의 '전화위복'은 인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힘을 주기 위한 말로 자주 쓰이는데요. 다만 전화위복의 계기는 불행이 지나가기를 앉아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오지 않겠지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개그맨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는 긍정적 자세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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