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본사로부터 다양한 불이익을 감내하며 매장을 운영하느라 어려움을 호소하곤 하는데요. 특히 리모델링 강요나 홍보비용 전가, 무분별한 가맹점 출점 등은 예전부터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본사의 횡포에 못 이겨 점주들이 항의하거나 계약서 수정을 요청하는 사례도 뉴스를 통해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놀랍게도 이와 반대로 점주들에게 너무 유리한 계약서라는 이유로 항의를 받고 계약을 변경한 프랜차이즈가 있습니다.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토스트를 TIKITAKA와 함께 만나봅시다.
아픈 남편 병원비 마련하려
학원 강사 그만두고 시작한 노점
최근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며 국위선양 중인 프랜차이즈의 정체는 바로 이삭토스트인데요. 현재 755개 가맹점을 가진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창업자인 김하경 대표는 노점에서 시작한 사업 성공신화의 대표주자이기도 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학원 강사 일을 하며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김 대표는 지난 1995년 갑작스레 나빠진 남편의 병환으로 인해 병원비와 더불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요. 때문에 강사일을 그만두고 조금이라도 벌이가 나은 일을 찾아 노점을 시작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겁 없이 도전한 김 대표의 업종은 다름 아닌 토스트였는데요. 평소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간식거리로 나눠준 토스트가 맛있다고 칭찬받은 기억만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청주 시내 인도에 포장마차를 열어 토스트를 팔기 시작하고 얼마 후 김 대표의 토스트는 청주에서 꼭 먹어야 하는 간식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는데요. 덕분에 약 6개월 만에 보증금 5백에 약 2평 가게로 옮기게 되었고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하며 하루에 2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1분에 1개꼴로 팔린 대박 토스트가 된 것인데요.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재료의 '퀄리티'였습니다. 당시 김 대표의 토스트는 단돈 120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토스트에 들어가는 야채부터 케첩까지 모두 최상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의 노력 덕분인지 남편 역시 곧 건강을 회복해 병원생활을 접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다만 5년여간 쉼 없이 이어온 장사에 피로를 느낀 김 대표는 2000년 장사를 접고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사는 젊은 부부에게
공짜로 비법 전수
장사를 접은 지 3년째 되던 지난 2003년 김 대표는 우연히 아파트 입구에서 노점을 하는 40대 부부를 보게 되는데요. 부부는 매일 아침 일찍 나와 남편은 우유를 아내는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장사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대표는 부부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도움을 제안하는데요. 김 대표는 이 부부에게 보증금 8천만 원에 약 10평짜리 가게를 얻어주고 자신의 토스트 비법을 전수했습니다.
이삭 토스트라는 이름을 붙인 김 대표의 토스트는 3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맛을 자랑했는데요. 덕분에 비법을 전수받은 부부의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토스트 비법을 배우러 오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어김없이 무료로 비법을 전수해 주었는데요. 그 결과 단 2개월 만에 이삭 토스트는 전국에 50개의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본사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항의한 점주들
결국 계약 변경까지
본의 아니게 수십 개의 가맹점을 출점하게 된 김 대표는 직접 가게마다 전화해 50여 가지 재료의 가격을 알아본 후 가장 싼 공장을 찾아가서 직거래 계약을 맺었는데요. 대전과 경기도 하남, 경남 함양까지 총 5개의 창고를 얻어 최소한의 인프라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2004년 8월에야 브니엘이라는 물류 회사를 만들었지요.
또한 사업 초기에 가맹비나 교육비를 전혀 받지 않았는데요. 가맹점을 관리하려면 직원과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는 가맹비, 로열티, 물류비 증가로 점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에서였지요.
대신 체인점에 재료를 공급하면서 마진 대신 최소한의 물류비용을 붙이고 그것으로 본사 직원들 임금 등 운영비를 사용했는데요. 이렇듯 점주들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남다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너무 불리한 계약서라고 항의해 계약사항을 변경하게 된 것인데요. 결국 변호사와 상의 끝에 변경한 계약서는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완벽한 계약서라고 감탄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브랜드 표준화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맹점 관리를 일정 포기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메뉴나 가격, 운영 방침이 통일되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에 '어디는 맛없고', '어디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결국 이삭을 찾지 않는 위기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때문에 2010년 이후 가맹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를 파악한 이삭 토스트 본사는 브랜드 표준화 작업을 계획했습니다. 2014년부터 진행한 이삭의 ‘브랜드 표준화’ 작업은 현재 진행형인데요.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였다면 공문을 내려보내고, 말을 듣지 않으면 해지하는 방식으로 수개월 만에 끝낼 작업이었지만 이삭 토스트는 이 역시 가맹점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천천히 진행해왔습니다.
현재 이삭 토스트의 가맹점비는 여전히 0원인데요. 교육비는 165만 원이지만 동종업계의 석봉토스트가 220만 원, 국수나무가 330만 원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액수이지요. 광고 판촉비 또한 2016년 기준 한해 2억 9천만 원을 지출했는데요. 750여 개의 가맹점 수를 감안하면 점포당 38만 원으로 매우 저렴한 수준입니다.
때문에 지난 3월에는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를 운영 중인 조쉬가 때아닌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는데요. 조쉬는 어머니와 함께 이삭토스트를 방문해 먹방을 펼치고 해당 영상의 썸네일에 '광고문의 안주셔서 그냥 왔어요'라는 문구를 삽입해 게재했습니다.
이후 해당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영상 덕분에 토스트를 사 먹었다며 이삭토스트가 조쉬에게 광고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는데요. 이를 본 다른 네티즌이 먹방 영상에 광고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작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당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삭 토스트가 점주들에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는데요. 이를 본 조쉬가 썸네일의 문구를 삭제하고 광고를 딸 의도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해외 진출까지 성공
신메뉴 개발로 제2의 전성기
2017년 브랜드 표준화로 재도약을 시작한 이삭토스트는 기세를 몰아 해외 진출까지 도전했는데요. 현재 이삭토스트는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진출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에서는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만큼 큰 성공을 이루기도 했는데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는 필수 먹방코스로 유명해진지 오래지요.
더불어 국내에서도 신메뉴 개발을 통해 활력을 찾았는데요. 특히 2018년 출시한 수박주스와 베이컨베스트토스트는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고 현재는 더 이상 브랜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효자 메뉴로 자리를 잡았지요.
신메뉴의 큰 인기에 힘입어 이삭 토스트는 현재 가맹점이 830개로 늘어난 상황인데요. 연이은 성공에도 여전히 이삭토스트의 경영철학 제1순위는 '동행'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삭토스트의 가맹본부 마케팅 팀장은 '이삭의 경영 이념은 ‘동행’이다. 진짜로 이삭을 통해 점주들이 생계를 유지하길 바란다. 이런 마음이 창업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 프랜차이즈들은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많이 벌겠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대로 천천히 가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삭토스트가 강조하는 '동행'이야말로 최근 인기 있는 해외 먹거리를 들여와 순식간에 수백 개의 가맹점을 냈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경우가 잦은 외식업계에 큰 울림을 주는 경영철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