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전지현 따라다니던
단역 배우
최근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작품 '기생충'의 배우이기도 한 이선균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남자 배우 중 한 명인데요. 그의 아내인 전혜진 역시 연극배우 출신의 연기자입니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잠시 연기 활동을 쉰 적도 있지만 2015년 영화 '사도'를 통해 복귀한 후 2018년 jtbc '미스티'까지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받기도 했지요.
jtbc 미스티
현재는 배우로서 이선균이 훨씬 더 왕성하게 활동하다 보니 전혜진보다 인지도나 배우로서의 입지가 더 높은 편이지만 두 사람의 연애시절만 해도 그 반대였습니다. 당시는 두 사람 모두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 중이었는데요. 전혜진은 주연급 배우로 '대학로의 전지현'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많았던 반면 이선균은 단역으로 출연 중인 후배였다고 합니다.
연극계 후배이자 전혜진의 오랜 팬이었던 이선균은 전혜진이 출연하는 모든 작품을 다 보러 다닐 정도로 팬심이 컸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자신의 친구가 전혜진과 같은 극단에 들어가자 친구를 졸라 극단의 회식에 따라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단역배우로 활동 중이던 이선균은 회식을 시작한 지 단 15분 만에 촬영 호출을 받고 아쉽게 자리를 떠야 했는데요. 급박한 순간 용기를 내어 전혜진에게 전화번호를 물었고 이후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장기 연애 커플들의 익숙한 고민
'결혼 안 할 거면 헤어져'
드라마 속 이선균의 모습을 떠올리는 많은 이들이 전혜진에게 '이선균의 목소리를 매일 들으며 사는 기분은 어떠냐', '매일이 로맨틱하겠다'라는 부러움 섞인 질문을 하곤 한다는데요. 이에 대해 전혜진은 '이선균은 로맨틱하기보다는 된장 같은 구수한 매력이 있다'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로맨틱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데요. 이선균의 적극적인 구애로 연인이 된 두 사람은 6년째 연애를 이어가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고 주변에서 '결혼 안 하느냐'라는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치 결혼하지 않을 거면 헤어져야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오랜 연애 끝에 결혼 적령기를 맞은 많은 커플들이 그러하듯이 두 사람 역시 당시 상황이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선균은 힐링캠프에 출연해 '그다지 가정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한 가정을 이뤄도 될까'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는데요. '전혜진 말고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죄가 된다는 그런 것도 솔직히 겁이 났다'라며 현실적인 심정을 고백하기도 했지요.
게다가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선균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커지면서 스캔들이 나기도 했는데요. 윤은혜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채정안과 이선균의 모습이 포착되어 열애설로까지 번진 것이지요.
결국 힘들어하는 이선균을 보다 못한 전혜진은 그를 떠나기로 하는데요. 이선균에게 연락을 끊고 해남의 한 사찰에 들어가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잠적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전혜진은 두 달 만에 이선균의 집에 찾아갔는데요. 이선균은 하필 후배와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 모습에 다시 화가 난 전혜진은 집에 있던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그를 말리기 위해 이선균이 어렵게 꺼낸 첫 마디는 '너 왜 전화 안 받았어?'라는 호통이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둘은 동시에 웃음이 터져버렸다고 하는데요. 오래된 연인만이 가질 수 있는 익숙함으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이지요.
영화 같은 프러포즈와
용기 있는 선택
위기를 넘어 재회한 두 사람은 곧 결혼을 결심했는데요. 이선균은 2009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일찍 촬영을 나서던 중 문득 여자친구가 보고 싶은 마음에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와 결혼해 줄래? 난 너의 영원한 짝꿍이 되어 줄게. 넌 나의 영원한 노리개가 되어다오.'라는 이 메시지는 그의 첫 번째 프러포즈가 되었지요.
이후 이선균은 기자회견을 통해 깜짝 결혼 발표를 하게 되는데요. 당시 이선균이 하얀 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트리플 등으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배우로 입지가 높아진 직후라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선균은 결혼 발표와 동시에 전혜진의 임신 사실까지 공개하며 당당히 자신의 사랑을 이어갔는데요. 이에 대해 이선균은 '임신 5주 차라 결혼 이후 허니문 베이비라고 우겨볼까도 싶었지만 당장 여자친구가 병원에 편하게 다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같이 손잡고 병원에 다닌 생각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결혼 발표 이후 이선균은 다시 한번 정식 프러포즈를 해서 전혜진을 감동시켰는데요. 힐링캠프 출연 당시 프러포즈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이선균은 자전거 헬멧을 쓰고 태극기를 든 채 '국기에 대한 맹세' 음악에 맞춰 전혜진에게 맹세를 다짐하는 모습인데요. 다소 코믹스러운 이 장면도 이선균과 전혜진이 하니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네요.
배우, 엄마, 아내
모두 100점
이선균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전혜진에 대해 '배우로서, 엄마 그리고 아내로서도 모두 100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전혜진은 두 아들을 둔 엄마로서 연기 활동을 잠시 내려놓고 육아에 전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영화 '사도'를 통해 복귀하자마자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지요.
당시 청룡영화제에서 전혜진은 '여보 나 늦어'라는 수상소감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더 놀라운 것은 이선균이 그 수상소감을 들은 즉시 샴페인을 사 들고 '사도'의 뒤풀이 장소에 달려갔다는 것입니다.
또 이선균은 전혜진이 출연한 영화 '미옥'의 개봉 당시 인터뷰를 통해 전혜진에 대해 '워낙 좋은 배우이기 때문에 역시나 잘 하더라. 흐뭇하기도 하고 활발하게 연기하는 걸 보니 뿌듯하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대학로 시절 인기 선배 전혜진을 따라다니던 단역배우의 팬심이 떠오르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