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행복하면서도 부담되는 일인데요. 특히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경우에는 다른 탑승객들에게 민폐라도 끼칠까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주변 승객을 불편하게 하는 일인지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요. 기내 모유 수유에 대한 논란을 TIKITAKA와 함께 만나봅시다.
기압차로 우는 아기 달래려고
모유 수유한 건데
최근 영국에서는 기내에서 모유 수유를 하다가 승무원에게 저지당한 아기 엄마의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두 아이의 엄마인 레이첼 더피는 14살 된 큰아들과 7개월 둘째 아들 노아 그리고 자신의 시누이와 함께 포르투갈에서 휴가를 보내고 맨체스터로 돌아가기 위해 라이언 에어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7개월 아기 노아는 기압차로 인해 고막에 통증을 느끼고 울기 시작했는데요. 이미 맨체스터에서 포르투갈로 가는 비행기에서 같은 상황을 겪었던 레이첼은 당황하지 않고 노아에게 모유 수유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전 비행에서는 겪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한 기내 승무원이 다가와 모유 수유를 제지한 것입니다. 심지어 승무원은 레이첼이 모유 수유를 중단하고 아기를 내려놓고 옷매무새를 점검하는 동안 계속 곁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레이첼은 당황스러웠지만 울고 있는 아기 노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함께 있던 레이첼의 시누이 역시 당시 상황을 매우 모욕적으로 기억했는데요. 그는 '승무원이 곁에 서서 레이첼을 감시하고 있었다. 프라이버시는 물론 최소한의 품위조차 없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레이첼을 이번 비행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앞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생겼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사건을 취재한 '데일리 메일' 측에서 라이언 에어에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항공사 측은 사건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기내에서 모유 수유하는 것을 환영한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짜증 나니까
아기 얼굴을 담요로 덮어라?
영국에서 기내 모유 수유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 2015년에도 스페인발 영국행 이지젯 항공기 안에서 8개월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하던 아기 엄마가 남성 승무원에게 제지를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해당 승무원은 모유 수유로 인해 언짢아하는 승객들이 있을 수 있으니 담요로 아기를 덮으라고 말했는데요. 아기 엄마는 이미 탑승 전 항공사 정책을 확인해 모유 수유가 허용된다고 명시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 여성 승무원이 다가와 사과하고 모유 수유를 허락했지만 아기 엄마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는데요. 이미 남성 승무원에게 제지 당하며 주변의 이목을 끈 탓에 착륙할 때까지 수유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6년 기내 모유 수유에 대한 논란이 전국적 시위로 확산되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2006년 10월 델타 항공사의 한 승무원이 모유 수유 중인 승객에게 '당신의 행동이 매우 짜증스럽다.'라며 아기 얼굴에 담요를 덮을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결국 비행기에서 쫓아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여성 단체들을 중심으로 약 400여 명의 여성들이 전국 주요 공항 델타항공사 카운터 앞에서 시위를 전개하는 등 항의의 움직임이 커졌는데요. 논란이 거세지자 델타 항공 측은 '기내 모유 수유를 적극 지지하며 소속 승무원이 취한 조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뒤늦은 사과를 발표했습니다.
말리기는커녕
대신 수유해주기도
한편 필리핀에서는 이와 반대로 우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 승무원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2018년 11월 필리핀의 저가항공사인 필리핀항공 익스프레스의 한 승무원은 아기가 멈추지 않고 우는소리를 듣고 해당 승객을 찾았습니다.
아기의 상태를 묻는 승무원에게 아기 엄마는 '분유가 다 떨어졌다'라며 당황한 나머지 눈물까지 보였는데요. 오전 5시의 이른 시간에 탑승하느라 피곤했던 다른 승객들이 이미 언짢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마침 9개월 전 출산한 해당 승무원은 자기가 수유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아기와 엄마를 기내 주방으로 데려가 아기에게 자신의 젖을 먹였는데요. 이후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들 때까지 안아서 달래주었다고 합니다.
제지하는 남자 승무원과 사과하는 여자 승무원, 안된다는 승무원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항공사 대변인, 말리는 승무원과 대신 수유해 주는 승무원까지. 기내 모유 수유에 대한 승무원들의 천차만별 대응이 오히려 논란을 심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