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일 수 있는데요. 세계적인 관광명소에 가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는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겠지요. 다만 유명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은 포토 스폿이 정해져 있다 보니 인물의 얼굴만 바뀔 뿐 거의 비슷한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세계적인 명소에서 다소 충격적인 포즈로 자신만의 사진을 남긴 인스타그래머를 TIKITAKA와 함께 만나봅시다.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들 앞에 쓰러져 있는 여성의 사진이 다수 게재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긴 머리를 풀어헤진 채 엎어진 모습이 다소 충격적입니다.
이 충격적인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미국 출신의 런던 여성 스테파니 레이 로즈인데요. 스테파니 레이 로즈는 여행지에 가서 셀카를 찍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죽은 척'하는 포즈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사실 스테파니 레이 로즈가 처음 '죽은 척' 하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단순 재미를 위해서였는데요. 8년 전 우연히 관광명소들 앞에서 얼굴을 15도 정도 기울여 미소를 띠며 찍는 셀카 사진이 지겨워서 새롭게 시도한 방식이었지요. 이후 사진을 SNS를 통해 공개하자 지인은 물론 낯선 사람들까지도 크게 호응했고 스테파니 레이 로즈는 해당 사진을 보다 의미 있는 예술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기로 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은 STEFDIES인데요.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흔적을 남기다'입니다. 스테파니 레이 로즈는 단 한 번 주어진 인간의 삶에서 오는 '덧없음'과 '불완전함'의 느낌을 사진에 담아내려고 하는데요.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인생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삶의 감각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스테파니 레이 로즈는 STFEDIES의 사진을 촬영할 때 미리 계획하거나 준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조명, 메이크업, 헤어, 복장 등 그 어느 것도 기획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의 모습 그 자체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STFEDIES가 일반적인 셀카 사진과는 정반대의 개념을 가지는 이유라고 설명하는데요.
자신이 가장 예뻐 보일 수 있는 각도를 찾아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고 조명을 조절하는 셀카와는 달리 스테파니는 그저 어떠한 순간 특히 화가 나는 순간에 '죽은 척'만 할 뿐입니다. 그로 인해 '나는 이 순간 여기에 있었다'라는 실질적인 물리적 증거만 남기는 셈이지요.
그는 자신이 STFEDIES 사진을 촬영할 때 도시마다 사람들의 반응이 달랐고 이는 그 도시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그는 '파리에서는 아무도 내가 미친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파리 전체를 뛰어다니며 놀라운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촬영 때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도우려 하거나 괜찮으냐고 물어볼까 봐 걱정하곤 했지만 몇 년에 걸쳐 수많은 사진을 찍는 동안 쓰러진 그를 도우려 시도한 사람은 단 5명뿐이었다고 하네요.
스테파니 레이 로즈는 자신이 시도한 방식대로 STFEDIES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유하는데요. STFEDIES 사진을 찍으면서 '현재'에 충실하고 감정적으로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바보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이 되어라.'라며 촬영의 팁을 전했는데요. 더불어 포즈를 취할 때 바닥의 먼지를 두려워하지 말고 반드시 땅에 정면으로 얼굴을 대야 한다고 일러주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