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셋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진실처럼 믿게 된다는 의미인데요. 소위 '일진'으로 불리는 무리에게 왕따를 당하던 중학생은 처음에는 "쟤들이 나쁜 애들이야"라고 불편함을 감내했지만 1년 이상 지속된 심한 괴롭힘에 결국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라는 의심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속상해하는 부모님께 되려 "아니야, 엄마 나한테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라고 말했다는 중학생은 왕따를 피하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학생으로서 할 수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었던 셈. 하루 18시간 공부했다는 중학생은 왕따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로 '일진' 무리의 표적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모델 최현준입니다. 유난히 성장이 느린 탓에 키가 작고 왜소했던 최현준은 중학교 1학년 동안 심한 왕따를 당했습니다. 일진 무리가 배식 당번이 되는 날에는 급식을 받지 못할 정도였죠.
처음에는 "나쁜 애들이니까"라고 받아들이던 최현준도 1년 동안 괴롭힘을 당하자 자존감이 떨어졌습니다. 결국은 '나한테 문제가 있나, 내가 이상한가'라며 자신을 의심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중학교 2학년 무렵에는 왕따를 피하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공부'를 택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만만한 아이로 낙인찍힌 최현준이 '만만하지 않은 아이'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 이후 최현준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18시간을 앉아서 공부했습니다. 이전까지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공부방법도, 공부습관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교과서를 달달 외웠습니다.
덕분에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무렵 최현준은 반에서 2등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중3 때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더 심해지면서 몸무게가 20kg 빠질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최현준의 부모님은 "네가 공부를 그만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씀하실 정도. 당시에 대해 최현준은 "지금 보면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이었을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한편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택한 최현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꿈은 따로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패션 센스가 남다른 친구를 보면서 자신 역시 옷으로,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패션모델을 동경하게 된 것인데요. 이후 카이스트 수학과에 입학한 최현준은 학교에 다니던 중 1년여 전 취미 삼아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도해봤고 올해 들어 뒤늦게 한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본격 모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4개월 후, 카이스트 도서관에서 수학 문제를 풀던 최현준은 한국남자모델 최초로 입생로랑의 런웨이에 섰습니다. 최현준이 속한 소속사는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최소라 등이 속한 '고스트'으로 해외 브랜드와 소통이 많은 편인데요. 프랑스의 한 명품 브랜드에서 '고스트'의 신인 모델의 프로필을 요구했고 보내준 신인들의 프로필 가운데 최현준이 마음에 든다며 비행기 티켓을 보내며 미팅을 요청한 것.
다만 프랑스까지 찾아간 최현준은 해당 브랜드의 픽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프랑스에 간 김에 파리 현지 에이전시를 구해보기로 했죠. 수많은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보내고 미팅을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최현준은 결국 한 유명 에이전시에 무작정 찾아가서 미팅을 요구해보았는데요. 직원들의 만류로 돌아서려던 순간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치던 총괄자가 최현준을 발견하고 단번에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튿날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회사로 찾아갔을 때 총괄자가 "입생로랑에 네 프로필을 보냈는데 마음에 들어 한다"라고 전했다는 것. 이에 최현준은 당일 오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날 오후 입생로랑의 본사에서 미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7월 그는 생로랑의 첫 한국인 남자모델로 쇼에 올랐습니다.
때문에 최현준은 앞으로 모델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다"라고 자부하는데요. 강박에 의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던 공부와 달리 즐기면서 행복하게 모델 활동을 이어가고 더불어 성공까지 잡을 수 있길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