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상륙한 날,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박했습니다

코로나19가 일상을 흔들어 놓은 지금, 코로나의 여파로 되려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식당 출입이 제한되면서 배달음식이 인기를 끌었고 해외 여행길이 막힌 대신 골프장을 찾는 이들이 늘었죠. 또 하나 코로나 호황을 누린 분야로 캠핑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실내보다 야외가 안전하다는 인식 덕분에 일상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캠핑을 선택한 이들이 늘어난 것. 실제로 G마켓에 따르면 코로나 전에 비해 텐트 제품 판매량이 86%까지 급증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유명 캠핑장의 예약은 이미 추석 이후까지 마감되었습니다. 많게는 수백 만원에 달하는 캠핑용품을 갖추고도 캠핑 장소를 섭외하지 못한 캠린이들은 일명 노지캠핑이 가능한 장소를 찾아 헤매는 중이라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캠핑

노지캠핑장도 찾지 못한 탓일까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주차장 캠핑 인증샷이 등장해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일명 '차박' 관련 온라인 카페에 게재된 글인데, 해당 게시글을 통해 글쓴이는 "아파트 단지 지상주차장에서 차박을 즐겼다"면서 차 위에 천막까지 친 덕분에 비를 피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실제로 글쓴이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박을 즐긴 날은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상륙해서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센 날이었죠. 이런 날씨에 글쓴이는 주차장에서 천막을 치고 막걸리와 부침개를 먹으며 캠핑을 즐긴 것인데요. 당사자는 낭만적이었다지만 수많은 차량이 늘어선 주차장에서 즐긴 취사행위는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게시글을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 역시 아파트 단지 내 차박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취사 금지일 텐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천막 치고 취사는 민폐 아니냐", "이러다 불난다" 등 우려 섞인 댓글이 다수였습니다. 이에 글쓴이는 "몰랐다"면서 "경비원도 아무 말 안 했다"라는 변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해당 사연이 화제를 모으면서 다수 언론에서는 실제 글쓴이가 거주하는 곳이자 차박 캠핑을 즐긴 아파트 단지를 찾아냈고 해당 아파트는 물론 인근 아파트의 주차장 내 취사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아파트에서 "아파트 주차장 내 캠핑은 말도 안 된다. 취사는 절대 불가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아파트는 관리 규약을 통해 '주차장을 주차장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다만 주차장 내에서의 캠핑, 취사, 차박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규약으로 제시되지 않았을 뿐이죠. 

차박 노지캠핑 스텔스
불법인가요?

취사,야영 없이 차크닉을 즐긴 세정과 지효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의 캠핑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보니 불법이라는 점이 쉽게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캠핑 좀 다녀본 이들에게 익숙한 '차박', '노지캠핑', '스텔스' 등도 불법이 된다는 점은 다소 충격적이지 않나요? 캠핑러들 사이에서는 자랑삼아 공개한 인증샷이 불법의 증거가 된 것. 

'차만 세우면 어디든 캠핑장'이라는 '차박'은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사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합법적인 차박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립공원, 도립공원, 해수욕장, 상수도 보호구역 등 인기 차박지 대부분이 취사와 야영이 금지된 장소이기 때문. 물론 차박은 차 안에서 자고 화기를 사용해 조리하지 않는다면 야영도 취사도 아니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 갈 수도 있는데요. 차박을 하면서 도시락만 싸와서 먹고 차에서 자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캠핑장 예약이 꽉 차서, 혹은 사람 많은 곳을 벗어나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싶은 이들이 찾은 노지캠핑 역시 불법의 여지가 많습니다. 야영과 취사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없다고 해서 이를 허용한다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오히려 노지캠핑의 성지가 되는 하천변, 공원, 해수욕장 등은 대부분 캠핑이 금지된 곳입니다. 심지어 차박과 노지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처리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없던 안내문이 생기고 캠핑이 엄격히 금지되고 폐쇄된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취사 없이 차박을 즐긴 경수진(MBC나혼자산다)

많은 노지캠핑지와 차박지가 폐쇄되면서 캠핑러들이 선택한 방법은 '스텔스차박'입니다. 스텔스는 레이더나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은폐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전투기에 사용하는 것인데, 차박을 하되 티 나지 않게 조용히 하고 떠나는 것을 '스텔스차박'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주차된 차처럼 보이지만 실은 차 안에서 나만의 캠핑을 즐기고 있다는 것. 

티 나지 않게 차박을 즐기다는 것은 이미 차박이 금지된 곳이라는 점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겠죠. 대신 취사와 야영을 하지 않고 차 안에서 모든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대신하는데요. 이는 일부 캠핑러들이 비매너 차박을 하면서 차박금지구역이 늘어난 탓에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방법이자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캠핑을 즐기기 위한 캠핑러들의 차선책인 셈입니다. 

대부분 관광지들이 여행객의 발길이 끊길 것을 두려워해서 단속을 엄격히 하지 않는 만큼 캠핑매너를 보다 잘 지킨다면 합법적인 캠핑 공간이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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