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나온 모델이 멸치잡이 배 타고 매출 21억 올린 비결

본업 외 부캐가 대세가 된 요즘, 부캐로 시작한 일이 성장세를 타면서 되려 본업과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회사원들에게 부캐는 이직이나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는데요. 

반면 자신이 원하는 꿈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집안 형편 때문에 시작한 부캐가 본업이 되었다는 이가 있습니다.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배를 탔다가 이제는 어엿한 연 매출 21억 CEO가 되었다는 주인공은 모델 성휘로 익숙한 박성기 씨입니다.  

2002년 모델로 데뷔한 성휘는 신인시절부터 캐스팅 0순위 모델이었습니다. 188㎝ 큰 키에 완벽한 프로포션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브랜드의 컬렉션에도 다수 참여했지요. 특히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된 건 예능 프로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인데요. 

MBC 무한도전

2007년 무한도전의 서울컬렉션 이상봉 편에서 무도 멤버들의 워킹 선생님으로 출연한 성휘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설 멤버들을 위해 다양한 워킹 노하우를 전수했습니다. 해당 방송에서 성휘는 무도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비주얼로 돋보였고 특유의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말투 덕분에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방송이 나간 직후 성휘는 짧은 방송 분량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화제성을 불러왔는데요. 이어 2009년에도 무한도전의 프로젝트 런웨이 편에 등장해서 다시 한번 톱모델로서의 위엄을 선보였죠. 

모델로서 정상급 입지와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까지 얻게 된 성휘는 자연스럽게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2010년경 '박성찬'이라는 예명을 사용하면서 신인 연기자로서 첫 발걸음을 뗐는데, 국내 최초 해양경찰 드라마 '포세이돈'에 캐스팅되어 주목받았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아이리스의 조규원 작가와 올인의 연출가 유철용 감독이 참여하는데다 에릭, 김강우, 김옥빈 등 캐스팅 역시 화려해서 큰 기대감을 모았죠. 다만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촬영이 장기간 중단되었고 이어 대부분 배우들이 중도 하차했습니다.

 

12억 빚 갚기 위해 귀향

이후 무대에서도 방송에서도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성휘는 약 8년 만에 한 다큐 프로를 통해 반전 근황을 전했습니다. 2019년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에 출연해 충남 보령의 작은 어촌마을로 귀향한 모습을 공개한 것. 당시 방송에서 8년째 멸치잡이 일에 매진 중이라고 전한 성휘는 부모님 곁으로 간 이유에 대해 "서울에서 모델 일하느라 떨어져 살아서 부모님이 뭘 하시는지 몰랐다. 근데 어느 날 와서 보니까 부채도 엄청 늘어있던 상황이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성휘의 아버지는 배를 사느라 큰 빚을 안은 채 선장으로 일했고 멸치 공장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2012년 성휘가 처음 고향에 내려갈 무렵 부모님의 멸치 사업은 12억 원 이상 부채를 떠안고 있었죠. 부모님을 도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멸치잡이 배를 타기 시작한 성휘는 6개월만, 1년만 하면서 점차 사업에 매진했습니다.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

어떻게든 하루빨리 빚을 갚고 부모님을 쉬게 해드리고 싶다는 성휘의 마음과 달리 당신들 때문에 서울에서 잘나가던 아들이 고향에 와서 힘든 일을 하는 것이 미안했던 부모님은 성휘에서 "서울로 돌아가라"라며 등 떠밀기도 했는데요. 단순히 아버지의 조업활동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젊은 감각을 활용해서 사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자 부모님 역시 성휘의 사업 수완을 믿고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알음알음 꾸려가던 조업활동은 성휘의 결단으로 정식 직원을 고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단순한 후처리 과정에 그쳤던 멸치 공장은 멸치의 품질을 바꿀 수 있는 가공 시스템을 갖추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했습니다. 조업 후 공정과 유통단계가 복잡해질수록 유통마진으로 인해 가격은 올라가고 멸치 품질은 보장하기 어려워지는데, 성휘는 40년 경력 선장인 아버지의 조업활동에 가공, 유통을 위한 완벽한 공정 시스템을 만들어주면서 생산부터 유통의 전 과정을 전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느새 부모님의 빚을 갚겠다는 목표를 넘어 멸치잡이와 멸치 사업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성휘는 '해가인'이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반찬이 아닌 스낵으로 접할 수 있는 멸치를 콘셉트로 개발한 해강정과 멜칩은 아이들 간식이나 어른들 안주로 인기라고. 

성휘의 손을 거쳐 완벽한 공정 시스템을 갖춘 작업장 옆에는 카페와 갤러리까지 생겼습니다. 멸치로 만든 스낵을 커피나 음료와 즐기고 멸치잡이에 대한 체험도 즐기는 멀티공간이라고 하는데요. 부모님이 40년 넘게 해온 일을 브랜드로 만들고 홍보하면서 그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만큼 제대로 된 효도가 또 있을까요?

이에 대해 성휘는 최근 출연한 방송 '서민갑부'에서 현재 연 매출 21억 5000만 원을 돌파한 근황을 전하면서 앞으로 연 매출 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부모님이 피땀으로 일궈온 멸치 사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부모님이 지내온 험난한 세월을 보상하는 것이라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채널A 서민갑부

다만 해당 방송에서 오랜만에 모델 활동에 나선 성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표정으로 일했습니다. "억눌러왔던 것이 분출된다"면서 모델 활동에 대한 아쉬움과 열의를 표현한 성휘는 "모델 일은 부캐가 되었다"라고 전했는데요. 반드시 하고 싶은 일만이 직업이 될 필요는 없죠. 부모님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사업을 성공 가도에 올려놓은 성휘는 엄연히 연 매출 21억을 달성한 CEO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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