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프로야구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경위와 관련해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난 5~7일 NC 선수단이 원정 숙소로 사용한 강남의 한 호텔에서 8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진단 검사에서 NC 선수 3명이 확진되었는데요. 이후 NC를 상대로 경기를 치른 두산베어스 선수단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정 중이던 NC선수들이 외부 여성들을 불러 술판을 벌인 사실이 적발되었고, 해당 여성 중 2명은 그보다 앞선 4일 키움 선수들과 한화 선수들의 원정 때도 함께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어려운 지금, 방역수칙을 어긴 것은 물론 원정 경기 중 술판을 벌인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프로야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습니다. 소식을 접한 팬들은 "앞으로 야구 안 본다", "술이 문제다", "야구선수들은 술, 여자, 도박 다한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지요.
한편 이런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 2년 전 후배 야구선수들에게 "술을 멀리하라"라고 엄중하게 경고한 선배가 있는데요. 두산의 스타 포수 출신이자 현 미국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루키팀 홍성흔 코치입니다.
홍성흔은 지난 2019년 비활동 기간에 한국에 들어와 두산 신인 선수 11명을 상대로 멘토링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홍성흔은 "쉽게 술 사주는 주변 형님들을 만나지 마라"라고 강조했는데, "신인 선수지만 프로구단에 입단한 만큼 이제는 공인이다. 술로 인한 행동 실수는 본인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가족에게도 손해를 끼친다"면서 경쟁자들이 술 마시러 갈 때 타격 스윙 한 번 더 하라고 충고했습니다.
다만 "술 사주는 형님을 멀리하라"라는 현실적인 직언을 쏟아낸 홍성흔 역시 지금의 아내와 처음 만난 곳이 숙소로 사용하던 호텔이라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호텔에서 만난 모델과 결혼까지 골인
2001년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때, 현대와의 4차전을 앞두고 숙소인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 머물던 홍성흔은 로비에서 우연히 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해당 지인이 모델 회사에 근무 중이었기에 홍성흔은 농담을 섞어 모델 한 명을 소개해달라고 졸랐는데요. 지인은 그 자리에서 회사 소속 모델 한 명의 사진을 보여줬고 사진 속 모습에 반한 홍성흔은 당장 자리를 만들라고 재촉했습니다.
이때 부모님을 모시고 찜질방에 갔다가 소개 자리인 줄도 모른 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홍성흔의 아내 김정임 씨였지요. 당시 모델 활동 중이던 김정임은 자신보다 나이도 어린 홍성흔을 보고 남자라기보다는 선수로서 응원하는 마음이었는데요. 반면 홍성흔은 성의 없는 차림새로 나온 상대에게 약이 오르는 마음으로 두 번째 만남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에서 정장 차림으로 나온 김정임을 보고 아우라를 느꼈다는 홍성흔은 적극 대시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연애 초반 홍성흔의 열애 사실이 소문나면서 일부 극성팬들이 김정임에게 협박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어려움도 있었으나 홍성흔은 연애를 시작한 2001년 두산 우승의 영광을 안았고 2002년에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사랑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28살에 결혼해 내조 받은 덕분
그리고 2003년 홍성흔은 28살의 다소 어린 나이로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자신보다 3살 많은 아내에 대한 배려이자 자신 역시 선수로서 안정감을 가지려면 가정을 빨리 꾸리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연상 아내의 나이에 대해서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고.
연애 초반 홍성흔은 김정임의 모델 프로필에 기재된 대로 76년생 동갑내기로 알고 있었는데, 연애한 지 4개월쯤 되던 때에 온라인게임 아이디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불러달라고 하자 김정임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나이 문제임을 눈치챈 홍성흔이 "한 살은 괜찮다"라고 했더니 김정임의 울음소리를 더 커졌고 "두 살이면 어떠냐"라는 말에도 그치질 않더니 결국 "세 살이냐"라고 하자 울음이 멈췄습니다. 이에 홍성흔이 "처음부터 남녀관계로 만났는데 이제 와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위로하면서 둘 사이는 더 돈독해졌다고 하네요.
결혼 후 연상의 아내는 최고의 지원군이자 엄마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2003년 부상 이후 위기가 찾아왔지만 2004년 최다안타 타이틀과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하고 2006년 미스터 올스타에 오르는 영광까지 모두 아내의 내조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일이지요.
김정임 역시 야구선수 부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고충을 말하면서 "끊임없이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시즌 중에는 남편에게 시댁일, 아이들 교육문제, 집안일 등을 일절 얘기하지도 못한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돈 잘 벌어오니까 고맙다. 게다가 야구는 시즌이 있으니까 참는 거다. 그걸 기다리면서 독하게 참는 거다. 게다가 야구선수는 정년이 있으니까 나중에 받아야지 생각한다"라고 말했는데요.
김정임의 말대로 홍성흔은 2009년 롯데로 이적할 당시 4년간 최대 30억 원, 두산 시절보다 50% 인상된 연봉 2억 7900만 원으로 계약했고 4시즌 중 3번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4년 모두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 계약금을 뛰어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후 2013년 4년간 31억 원 계약으로 친정인 두산으로 복귀한 후에도 주장으로 활약하며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했지요.
은퇴 후에도 내조는 계속
다만 은퇴 후에 보상받겠다던 김정임의 내조는 끝이 없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루키팀의 타격코치로 활동하는 홍성흔은 여전히 시즌 중에 바쁜 현역이나 다름없는데요.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코치 생활을 멈추고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방송활동 중이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도 여전히 아내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홍성흔의 아내 김정임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또 인플루언서로서 바쁜 일상을 SNS를 통해 공개 중인데요. SNS 속 일상을 보면, 한국에 머물며 방송활동 중인 홍성흔을 비롯해 하버드를 목표로 공부한다는 큰딸 홍화리와 아빠 뒤를 이어 야구를 하는 아들 홍화철까지 모두 김정임의 껌딱지들로 보입니다.
최근 김정임은 자신의 주식 수익률을 공개했다가 때아닌 DM 폭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주식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본격적 주식 독학은 지난해 코로나가 터진 2월부터 시작했다"면서 '두산중공업'에 투자했다가 149%가 넘어 매도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를 본 네티즌 가운데 일부가 '나는 못 팔았는데 어쩜 좋겠냐'라고 조언을 구하는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낸 것.
이후 김정임이 '무림페이퍼'로 36.64%의 수익률을 기록한 사실까지 공개하자 주식 관련 DM은 쏟아졌습니다. 이에 김정임은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휴지랑 마스크 만드는 건실한 기업으로 이 종목을 지난해 3월부터 선택했고, 반복해서 수익이 날 때마다 팔고 사고 몇 번 한 거 같다"라고 자신의 투자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잘 생각해 봐라. 왜 못 팔았는지. 정답은 하나다. 저보다 욕심이 더 많은 거 아니겠냐"라며 직언도 덧붙였지요.
20대에 만나 30대 선수 시절을 함께 버티고 40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함께 설계하며, 노후를 위한 투자까지 든든하게 맡아주는 아내라니 그야말로 '내조의 여왕'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