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한국신기록 세운 우상혁, 고작 '이 정도' 밖에 못 받는다고?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들은 메달의 유무가 아닌 투혼의 명승부에 열광했습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브라질전과 세르비아전에서 연이어 패배했음에도 비난보다는 "졌잘싸"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18살 나이에 올림픽 결승전에 오른 수영선수 황선우에게는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면서 "너무 주목하지 말라"라는 특별한 응원법이 공유될 정도인데요. 

그중 또 한 명 국민들의 열광을 불러온 노메달리스트가 있습니다. 지난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그 주인공. 늘 남의 잔치이기만 하던 육상경기를 우리집 잔치로 만들어준 우상혁은 25년 만의 한국신기록 갱신이라는 성적 외에도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경기 태도로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짝발을 극복한 우상혁 선수(금강일보)

우상혁의 긍정에너지는 짝발을 극복한 고된 훈련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8살 때 택시 바퀴에 오른발이 깔리는 큰 사고를 당한 우상혁은 한동안 오른발 성장이 멈춰 짝발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뛸 때 밸런스가 맞지 않아 균형감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송촌중학교 시절

불리한 신체조건을 훈련으로 스스로 극복했다면 운동에 집중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데는 고마운 손길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대전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체육 유망주를 후원하는 단체 '운사모'의 후원을 받은 것인데요. 해당 단체의 설립자인 이건표 회장은 체육교사 출신으로 대전교육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할 당시 형편이 어려워서 운동을 그만두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윤종형 코치와 함께

당시 이 회장이 만난 학생 중에는 우상혁 선수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대해 이 회장은 "2006년쯤에 교육청으로 우상혁 선수의 아버지가 직접 찾아왔다. 나를 붙잡고 '우리 아들이 운동을 잘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고 물었는데, 부모가 교육청에 찾아와 도움을 구한 건 처음 봤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건표 회장은 충남 지역에서 선수를 지도하던 윤종형 코치를 소개해 주었고 우상혁은 현재까지 윤 코치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3년 운사모 장학생으로 선발된 오상욱, 우상혁 선수

우상혁과 같은 선수들의 처지를 오래 봐온 이 회장은 2009년 '운사모'를 창립해서 본격적으로 후원활동을 꾸려왔는데요. 처음 주변 선생님들 서너 명과 함께 만든 운사모는 현재 470명이 매달 1만 원씩 낸 후원금을 모아 1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상혁 외에도 남자펜싱 오상욱, 남자탁구 안재현, 핸드볼 박재용 등 선수들이 운사모 장학생을 거쳐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냈지요. 

중리초 6학년 당시 모습(중도일보)

한편 아버지가 교육청을 찾아가 도움을 호소한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높이뛰기를 시작하게 된 우상혁은 1년 만인 2007년 전국초등학교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에서 1m45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전국소년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남다른 소질을 뽐냈는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오상혁의 키는 157㎝이었고 자기보다 신장 10㎝이상 큰 선수들을 제치고 메달을 따내면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2014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이후 우상혁은 중학교 2학년이던 2010년에는 1m89를 뛰어 KBS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2013년에는 고2 학생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 결승에서 2m20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15년 충남서천군청 육상부 실업팀에 입단한 우상혁은 전국체육대회에서 2m19를 기록했고 그해 열린 4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석권하며 실력을 입증했는데요. 국내에서 경쟁상대가 없는 만큼 우상혁은 자신의 종전기록을 갱신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29로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지난달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높이뛰기 우수선수초청 공인기록회에서도 개인 최고기록보다 1㎝ 높은 2m31을 뛰어넘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도쿄올림픽에서는 결선까지 진출해 2m35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세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경기 내내 자신감 있는 모습과 밝은 에너지로 임하는 우상혁의 경기 태도에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이 감동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덕분에 육상 높이뛰기를 단독 생중계한 KBS1TV는 평균 시청률 19.2%를 기록하며 전체 1위를 차지했고 3차 시기 순간 시청률은 27.1%까지 치솟았습니다. 

다만 도쿄올림픽 최고의 히어로 우상혁은 아쉽게도 메달권에 들지 못한 탓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습니다. 메달을 땄다면 연금점수를 비롯해 군대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이 기다리고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상혁 선수는 간발을 차로 이를 모두 놓쳤습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포상금이나 연금이 0원. 

대신 대한육상연맹에서 세계 수준에 근접한 한국신기록을 세운 우상혁 선수의 공을 인정해 2000만 원의 상금을 주기로 했는데요. 현재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군인 신분인 우상혁 선수는 광고 촬영 등 사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도 없습니다. 

25년 만의 한국신기록이라는 대기록을 내고도 각종 혜택에서 제외된 우상혁 선수는 긍정에너지답게 쿨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경기 다음 날인 2일 선수촌 미디어빌리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상혁은 "솔직히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지 않나"라는 질문에 "결과를 빨리 인정하면 행복도 빨리 찾아온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목표에 대해 "높이뛰기 선수로서 자기 키의 50㎝ 이상 높이를 뛰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내 평생의 목표를 2m38로 잡았다. 이제 꿈의 기록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높이뛰기 선수로는 단신으로 꼽히는 우상혁 선수는 신체적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두 달여 전부터 극한의 다이어트에 돌입해 체중감량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경기가 끝난 기념으로 이제까지 못 먹었던 '불닭볶음면'을 먹었다는 우상혁 선수, 이 정도면 불닭볶음면 광고라도 찍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instagram@woo_238

척박한 한국 육상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린 것은 물론 경기 내내 긍정에너지를 발산하며 국민들에게 웃음을 전파한 우상혁 선수. 덕분에 오랜만에 즐거운 에너지를 듬뿍 받은 국민들은 고마운 마음과 응원의 목소리를 담아 청와대에 특별포상금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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