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 역시 오늘(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도쿄로 출발했는데요. 양궁, 체조, 탁구, 펜싱 등 본단 69명이 대한항공을 이용해 출국했습니다.
특히 공항에 들어선 선수들은 페이스쉴드와 고글, 방역복 등 각자 방역물품을 준비해서 코로나19 대비에 만발을 다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면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 신유빈 선수는 방호복에 이어 페이스쉴드까지 장착해 방역에 철저한 모습이었는데, 18살 최연소의 나이에 올림픽 태극마크를 달고 비행길에 오르는 신 선수는 긴장보다 설렘 가득한 모습입니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0전 9승 1패의 압도적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태극마크를 단 신유빈 선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의 최고 유망주로 꼽힙니다. 최근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지난 3월 카타르에서 열린 WTT스타 컨텐더 대회에서 대표팀 맏언니 전지희 선수와 함께 여자복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신유빈 선수는 이러한 관심과 기대감이 익숙한 모습.
사실 신유빈 선수가 탁구계의 유망주로 불리기 시작한 건 무려 10여 전부터입니다. 2009년 예능프로 '스타킹'에서 '다섯 살 꼬마 현정화'라는 수식어로 소개된 것인데, 이날 방송에서 신유빈은 "밥 먹는 것보다 탁구가 더 좋다"면서 실제로 현정화와 팽팽한 랠리를 펼치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2004년생인 신유빈 선수는 탁구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탁구를 시작했습니다. 5살 위의 언니 역시 탁구를 먼저 시작해서 온 가족이 모이기만 하면 탁구를 쳤고,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할 때도 해외 탁구대회 중계방송을 시청할 정도였지요.
그 시기 신유빈 선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몫까지 합해 가족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 위해 "금메달 7개를 따겠다"라고 말하고 다녔는데요. 2014년 예능프로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당시에도 장래희망을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탁구신동'이라는 말을 들으며 주목받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신유빈 선수는 "부담스럽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보답하려고 더 열심히 했다"라고 말합니다. 금메달 7개를 따서 가족들에게 나눠주겠다던 탁구신동은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또래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고 성인부와 연습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저 재미로 탁구를 치던 신 선수는 성인들과의 시합에서 자꾸 지게 되자 처음으로 "이기고 싶다"라는 욕심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체육관에서 몸을 풀고 4~5시부터 본격 연습을 시작하면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탁구만 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과 연습을 병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요.
그러던 중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만 14세 나이에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히게 된 신유빈은 결국 탁구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처음에는 결사반대하던 부모님도 늦은시간까지 훈련하면서도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해 속상해하는 딸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 선수의 아버지인 신수현 전 탁구선수는 "학업적으로도 지기 싫어하는 유빈이가 국제대회 출전으로 수업을 못 듣게 되니 진도를 못 따라가서 너무 힘들어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실업팀에 입단한 신유빈 선수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입니다. 17살에 직장인이 된 신유빈은 대한항공 탁구단에서 받은 첫 월급을 경기도 수원 장안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꿈을 키우는 집’에서 머무는 아이들을 위한 운동화 53켤레로 기부했는데요. 기부의 힘이었는지 입단 후 성장 속도가 무척 빨라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됩니다.
신유빈은 지난 201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에 올라 3명을 뽑는 국가대표로 선발됐습니다.
2004년 7월 5일생인 신유빈은 만 14세 11개월 16일의 나이로 국가대표가 되면서 남녀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 열린 탁구 국가 대표팀 최종 선발전에서 국가 대표로 선발되면서, 만 14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에 이어 만 17세의 나이로 최연소 올림픽 탁구 대표 기록도 경신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에이스인 신유빈은 국제 대회의 데이터가 없는 편이어서, 그녀에게는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국을 앞두고 지난 6월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유빈 선수는 "막연하게 일기장에 썼던 올림픽이 실제로 코앞에 다가오니 신기하다"면서도 "올림픽에 나가는 이상 메달은 꼭 따고 싶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이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덮칠 때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는다는 자신만의 비법도 공개했지요.
한편 신유빈 선수의 근황을 접한 네티즌들은 과거 예능프로에서 본 탁구신동의 급격한 성장에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이 꿈이라더니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딱이다"라고 올림픽 무대에서의 선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