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 욕구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목적지에 내리지 않고 하늘을 돌다가 내려오는 '무착륙 관광비행'은 시작된 지 6개월 만에 1만 6천 명에 이르는 탑승객을 끌어모았습니다. 기내식도 먹지 못하는 아쉬운 비행에도 불구하고 탑승객들은 228억 원의 면세품 구입을 통해 여행의 기분을 한껏 냈습니다.
또 여행지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푼 듯, 호텔에서 즐기는 호캉스 역시 여행 기분을 내기에 적격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휴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보복여행'의 수요가 늘고 있어 침체에 빠졌던 여행, 숙박업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호캉스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한국 여행을 콘셉트로 잡는다고 전해져 눈길을 끕니다.
지난달 28일 일본 언론에서는 '渡韓ごっこ(한국여행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마케팅 회사 '시부야109랩'에서 '코로나 기간의 여행 및 놀이 문화'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일본의 Z세대 사이 유행 중인 여행 트렌드 중 하나가 '한국여행놀이'라는 것.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일본의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한국여행놀이'란 친구들과 함께 도심 호텔 등에서 한국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먹으며 즐기는 놀이문화를 말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으로 떠나는 여행길이 막힌 대신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로 한국 여행을 간 듯한 기분을 내는 것이지요.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渡韓ごっこ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일본의 Z세대가 게시한 한국여행놀이 인증샷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해당 인증샷에는 치킨, 떡볶이, 김밥, 라면 등 한국 음식과 소주, 사이다와 같은 한국 음료들이 보입니다.
특히 네네치킨, 불닭볶음면, 육개장사발면, 칠성사이다, 봉봉, 쌕쌕, 갈아만든배, 허니버터칩 등 특정 제품의 인증샷이 필수로 꼽히기도 하지요.
한국여행놀이를 떠난 이들은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대형 프로젝터 화면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한국 가수의 콘서트 영상을 시청하면서 한국 여행의 기분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여행놀이'가 하나의 트렌드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는 SNS를 통해 "한국 치킨은 한국여행놀이에서 뺄 수 없는 음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호캉스나 파자마파티를 즐길 때 어디서나 배달이 가능한 한국치킨을 주문해 먹으면서 언제 다시 한국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라고 권했지요.
코로나 시국에 한국여행놀이가 일본 Z세대의 트렌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젊은 층 사이 한국 문화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10대 여성들이 패션에 참고하는 셀럽 10위 권내에 절반이 한국의 아이돌스타이며, 패션을 참고하는 나라 1위에 한국이 5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일본 Z세대에게 한국 문화는 동경의 대상이 된 것.
코로나가 끝나고 하늘길이 열리는 순간, 일본 Z세대의 보복여행 목적지는 이미 정해진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