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온라인게임 '단군의땅' 만들던 서울대생이 회사 망한 후 고시촌으로 떠난 근황

코로나19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절망에 빠뜨렸지만 HMR이나 OTT 등 일부 사업에 한해서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는데요. 이사를 계획한 이들은 좋은 매물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고 분양 예정이던 아파트는 모델하우스 오픈은 못하는 상황에 처했지요. 이에 부동산 시장에는 비대면 바람이 불었습니다. 기존 매물을 찾아 나선 이들은 발품 대신 손품을 팔아 부동산 앱에서 VR 투어로 매물을 확인하고 분양 아파트는 온라인 모델하우스를 오픈했습니다.

그야말로 발품을 팔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 검색만으로도 이사 갈 집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지금, 과연 비대면 부동산 시장의 선두를 차지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남자를 만나봅시다.

 

서울대→게임회사→공인회계사

마리텔레콤 머드게임 '단군의땅'

부동산 앱의 원조이자 현재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직방'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79년생 젊은 CEO 안성우 대표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남자인 안성우 대표는 사실 부동산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력을 가진 인물인데요. 서울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병역특례로 마리텔레콤에서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NC소프트 리니지팀에서 개발자로 근무했습니다.

첫 직장인 마리텔레콤에서 머드게임 개발에 힘쓰던 때만 하더라도 "그저 게임이 좋아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했다는 안 대표는 해당 업체가 망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개발팀 자체가 엔씨소프트에 흡수되면서 리니지 개발자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2년간 리니지의 개발과 운영에 참여한 그는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이 생겼고 30대에 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위한 지식기반과 토대를 만들겠다며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했는데,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가장 빨리 될 수 있을 서 같아서"라는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안 대표의 계획대로 "빨리" 회계사가 된 그는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 게임회사나 IT쪽 컨설팅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 일을 하며 10년 가까이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2010년 12월 32살 막바지에 드디어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혁신적은 소셜커머스 아이템
직원과 소통 못해 실패

2011년 포스트딜 운영 당시

안 대표가 2010년 설립한 채널브리즈의 첫 아이템은 소셜커머스였습니다. 페이팔과 비슷한 결제 솔루션으로 포스트잇처럼 어디든 떼었다 붙일 수 있다고 해서 '포스트딜'이라고 이름을 붙인 해당 서비스는 실제로 블로그,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원하는 곳에 위젯 혹은 링크로 공유할 수 있어서 굳이 소셜쇼핑 서비스를 통하지 않고도 상품 소개를 본 페이지에서 즉시 쇼핑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꽤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보이는 해당 서비스는 의외로 주목받지 못했고 '포스트딜'은 1년여 만에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창업 초기였던 당시 그는 20여 명의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각자의 목표를 한곳으로 모으지 못했고 결국 경영자와 팀원들 사이 서로에게 실망감이 쌓이면서 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고시촌 방 구하다가 속 터진 경험
사업으로 연결해 대박

다행히 첫 번째 아이템 실패 이후 안 대표는 사업을 접는 대신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떠올린 것은 자신이 일상에서 실제로 겪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아이템이었는데, 바로 공인회계사 시험공부를 하던 중 고시촌에서 살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면서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상황입니다. 당시 그는 부동산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고 곧 관련 서비스가 등장하리라 생각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나오지 않은 덕분에 직접 부동산 서비스 앱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2012년 3월 등장한 부동산 앱 직방의 시작이었지요.

2015년 안성우 대표(출처-한국일보)

'포스트딜' 운영 당시 30명 가깝던 직원의 대다수가 회사를 떠나고 8명만 남아 월세 80만 원짜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오히려 팀원들의 마음은 한 곳에 집중되었습니다. 주변 환경보다는 오로지 "직방을 성공시키자"라는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갔지요. 그리고 '포스트딜'의 실패로 인해 유저를 모으는 것보다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덕분에 콘텐츠를 축적해서 "일단 소수의 사용자라도 최대한 만족시키자"라는 목표를 세운 안 대표는 방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데 주력했습니다.

다만 매우 넓은 부동산 시장에서 타깃을 특정하기 위해 1~2인 가구에 중점을 두었고 부동산 정보 플랫폼 1위인 네이버 부동산에서 다소 취약했던 원룸과 오피스텔 정보에 특화하고자 계획했습니다. 이를 위해 직방 시작 후 1년 6개월 동안 안 대표를 비롯한 팀원들은 직접 15000개 건물을 다니며 영업을 통해 매물정보를 파악해 정보를 올렸습니다. 방문하는 집 문을 두드려 집주인에게 인사하고, 사진 찍고 해서 자료를 만들어 올리는 발품팔이 방식이었지요.

이후 2013년 12월부터는 부동산 중개소에서도 정보를 올릴 수 있게 플랫폼을 오픈한 덕분에 급격하게 정보가 늘었고, 아파트 등 다른 정보에 비해 부실했던 원룸 정보가 풀리자 시장 반응은 즉각 나왔습니다. 서비스 시작 3년 만인 2015년 1월에는 다운로드 500만을 돌파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1000만 다운로드를 찍었습니다.

 

신중하면서도 통 큰 투자 덕분에
아파트 시장까지 점령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2018)

2014년 90억 원, 2015년 5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업 확장에 큰 기대를 모았던 직방은 어쩐지 한동안 투자금을 꽁꽁 묶어만 두었습니다. 2016년부터 아파트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했지만 원룸 시장에서만큼 주목받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안 대표의 방식에 대해 "너무 조심스러운 거 아닌가"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도전을 원하는 목소리도 나왔지요.

돌다리도 두들겨본다고 소문난 안 대표는 2년 가까이 묶어두었던 투자금을 2018년 통 크게 베팅하면서 투자자들의 걱정을 날려버렸습니다. 200만 회원을 가진 부동산 실거래가 앱 '호갱노노'를 인수한 것인데요. 이제 부동산 매물을 검색하는 이들은 문밖을 나서지 않고도 직방을 통해 안 대표가 가상현실 전문 스타트업 큐픽스와 협력해 마련한 VR홈투어로 미리 집안을 훑어보고 호갱노노에서 실거래가 추이, 주변학군, 시간대별 일조량과 주변 호재까지 모든 정보를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심상민 호갱노노대표, 안성우 직방대표, 김정현 우주대표, 이용일 슈가힐대표

이어 안 대표는 신축 아파트 분양 마케팅 대행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2019년 상권분석앱 '네모'와 셰어하우스 관련 앱 '우주'를 인수한 안 대표는 시가총액 15조 원에 달하는 호주의 부동산 플랫폼 REA그룹과 같은 '프롭테크' 종합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요. 프롭테크란 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로 창업 전 IT관련 분야에 경험을 쌓아온 안 대표의 안목이 반영된 목표겠지요.

 

1조 가치 유니콘 코앞

드라마 용팔이 속 PPL장면

천천히 치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안 대표는 2019년 7월 골드만삭스로부터 다시 한번 160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가능성을 증명해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직방의 기업가치는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꼽은 1조 가치 유니콘 예상 기업 1순위이기도 합니다.

헛걸음보상제 키트

한편 직방은 2019년 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대비 0.2% 상승한 415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각각 41억 원, 24억 원 적자가 난 것인데요. 이에 대해 직방은 매출 확대보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고 실제로 직방은 허위매물 근절 강화 방안으로 중개사에 적용된 페널티를 늘리고 인력을 확충하느라 매출 증가가 둔화되었습니다.

한국프롭테크의장을 맡고 있는 안성우대표

그리고 직방은 성장 정체기로 의심받던 최근 업계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 '온택트 파트너스'를 내놓았습니다.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이 직방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을 만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로써 기존 부동산 광고판에 가까웠던 직방 플랫폼은 중계업계와의 접점을 늘린 셈입니다.

직방의 온택트 임장 화면

프롭테크 역량을 총집결한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는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수치지형도, 지적도 등 데이터를 종합해서 이용자에게 매물을 3차원 지도로 확인시키고 해당 매물의 조망과 일조량까지 체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거기에 중개인 교육과 매물검증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자신했는데요. 고객이 동네 부동산 대신 직방의 온택트임장을 원하면 자연스럽게 중개인들도 직방 플랫폼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중개수수료의 절반을 '플랫폼 사용료'로 거둬들이는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을 제시한 것.

직방의 온택트 근무 모습

중개수수료의 절반에 달하는 플랫폼 이용료에 부담을 느낄 중개업자들이 적지 않을 것임에도 직방은 "플랫폼 이용료를 내더라도 결국 남는 장사"라는 확신을 주면 된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정보가 중요한 부동산 분야에서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전환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의지하던 고객들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부동산 정보를 믿고 온라인으로 몰려들지, 온라인으로 떠난 고객들을 쫓아 중개인들 역시 온라인에 따라갈지 부동산 업계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직방10주년 미디어데이

한편 1조 유니콘 기업을 코앞에 둔 직방의 최대주주는 2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안 대표입니다. 온택트 파트너스의 성공으로 1조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안 대표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2000억 원에 육박할 전망인데요. 30대에 창업하겠다는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한 안 대표가 40대에 사업으로 대박 성공을 치겠다는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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