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승계 원칙 깼다" 오빠 쫓아내고 대표이사 자리 앉은 막내 여동생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재벌가 자제들의 경영권 다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범 LG그룹으로 분류된 아워홈이 그 주인공인데요. 아워홈은 LG그룹을 만든 창업자 구인회 초대 회장의 셋째 아들 구자학 회장이 2000년 1월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독립하면서 설립된 식품회사입니다

 

LG그룹 구내식당은 모두 아워홈

단체급식, 외식사업, 식자재 유통 등을 다루는 아워홈은 특히 단체급식 분야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LG그룹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친족관계인 LG그룹 및 LS그룹과 오랜 시간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한 덕분인데, 실제로 2019년 아워홈의 전체 급식 매출액 7658억 원 가운데 LG와 LS그룹과의 계약 금액이 무려 29.4%를 차지했습니다.

LG 유통에서 독립한 직후 2000억 원에 불과했던 아워홈의 매출은 LG그룹의 밀어주기 덕분에 2005년경 5000억 원으로 늘어났고, 더불어 외식사업을 확장하면서 2010년 이후 매출 1조 원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장자승계 원칙 내세운 오빠

사촌 이서현과 함께

한편 아워홈의 구자학 회장에게는 1남 3녀가 있으나 그중 막내인 구지은 만이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습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인력개발원 등을 거쳐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한 것. 이후 아워홈이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구지은의 역할은 적지 않았는데요. 특히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는 식음료 매장 브랜드 '푸드엠파이어'의 성공이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1월 구지은은 아워홈 구매식재본부를 총괄하는 부사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던 구지은을 막아선 건 친오빠인 구본성. 2016년 뒤늦게 아워홈 경영에 뛰어든 구본성은 막냇동생 구지은을 보직해임시키고 외식 프랜차이즈인 '샤보텐'과 '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캘리스코의 대표로 인사이동시켰습니다.

캘리스코 대표 재직 당시 현장경영 모습

당시 구본성이 내세운 논리는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이었습니다. 장자승계를 외치며 아워홈의 부회장 자리에 오른 구본성은 2019년 자신의 장남 구재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겠다고 나서면서 또 한 번 장자승계원칙을 내세웠는데요. 이에 대해 둘째 동생 구명진과 막내 구지은이 반대표를 던졌으나 결국 구본성 부회장의 뜻대로 되었고 이후 구 부회장은 보복차원에서 캘리스코에 대한 식자재 공급을 끊기도 했습니다.

구자학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장자승계 원칙이라는 논리 하나로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자신의 아들까지 사내이사로 선임하는데 성공한 구 부회장은 눈에 띄는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고액의 보수를 챙겼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급여 5억 2700만 원, 경영성과급 15억 3100만 원을 더해 총 20억 5800만 원의 보수를 받아 간 것.

게다가 지난해 9월 구 부회장은 보복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는데요. 구 부회장은 자신의 차량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격분해 해당 차량을 앞지르고 급브레이크를 밟아 상대 차량을 손괴했으며 이후 도주하는 구 부회장을 쫓아온 피해자가 하차해서 막아서자 자신의 차량으로 돌진해서 상해
까지 입힌 혐의를 받았습니다.

 

세 자매의 반격

독단적인 경영방식과 성과 없이 두둑한 보수만 챙겨가는 오빠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세 자매는 결국 오너리스크까지 가져온 구 부회장을 끌어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기존 이사회의 구성원 11명 가운데 세 자매를 제외한 대부분이 구 부회장 측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구자학 회장과 구지은 대표이사

이에 세 자매는 임시주총을 열고 자신들 편에 설 수 있는 이사 21명을 대거 선임했습니다. 세 자매의 아워홈 지분을 합치면 59.6% 과반을 여유롭게 넘어서기 때문에 신임 이사들의 선임은 비교적 쉬웠습니다. 그리고 해당 이사들을 포함한 이사회에서 구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통과시킬 수 있었지요.

구 부회장이 밀려난 대표이사 자리에는 막내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새로 선임되었습니다. 다만 구본성 부회장의 개인 지분이 38.6% 되는 바람에 등기이사 해임까지는 가지 못했는데요. 때문에 4남매 사이에 또다시 전쟁이 불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존재합니다.

보복운전 혐의로 인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여동생들의 연합작전으로 인해 대표이사 자리까지 빼앗기면서 또 한 번 보복과 반란을 일으킬까? 다만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닌 듯합니다.

지난 4월 공정위는 단체급식 일감 외부 개방 합의를 하면서 일감을 제공하는 기업의 기준을 그룹 계열사에 국한하지 않고 친족 회사로까지 확대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워홈은 기존 LG그룹 및 LS그룹과의 수의계약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고 입찰을 통해 일감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중소기업 지원을 의도로 시작하는 방식이니만큼 아워홈은 급식사업 외에 외식사업, H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타개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오빠를 밀어내고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구지은이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경영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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